미국 증시, 대형주 실적 홍수 속 보합세…사상 최고치 부근 유지

뉴욕 증시가 22일(현지시간) 약보합권에서 좁은 폭 등락을 반복하며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투자자들은 이른바 ‘실적 슈퍼위크’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대표 대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를 면밀히 검토하며 관망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개장 5분 후 20포인트 상승했으며, S&P500 지수는 6포인트(0.1%) 올랐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30포인트(0.1%) 하락했다.

“이번 주에만 S&P500 편입 기업의 85% 이상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증시는 개별 종목 뉴스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 실적 시즌 본격화 – 현재까지 ‘어닝 서프라이즈’ 우세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현재까지 약 12%가 실적을 공개했는데, 그중 86%가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를 상회했고, 67%는 매출 전망을 넘어섰다. 이러한 호실적 덕분에 전 거래일 다우·S&P500·나스닥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다만 이날 개장 직후에는 코카콜라(KO)가 관세 부담 우려에 소폭 밀리며 지수 상승폭을 제한했다. 회사는 2분기 조정 EPS가 예상을 웃겼고 연간 조정 EPS 성장률도 기존 가이던스 상단을 목표로 제시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8월 1일부터 부과할 예정인 20~50% 관세가 비용 구조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았다.

같은 시간 제너럴 모터스(GM)는 북미 시장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하락세를 보였고, 필립모리스(PM) 역시 무연담배(iQOS) 성장에도 불구하고 2분기 매출이 기대를 밑돌자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노스럽 그러먼(NOC)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국방 수요 지속을 근거로 연간 이익 전망을 높인 덕분에 강세를 나타냈다. 주택 건설사 DR호튼(DHI)도 3분기 동안 23,160채를 인도하며 가이던스 상단을 넘어서는 실적을 발표해 급등했다.

장 마감 이후에는 반도체 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와 수술용 로봇 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ISRG)의 실적이 예정돼 있다.

◆ ‘거대 7인방’ 중 첫 주자, 테슬라·알파벳에 시선 집중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테슬라(TSLA)와 알파벳(GOOGL)의 2분기 실적이다. 두 기업은 ‘거대한 7인방(Magnificent Seven)’* 가운데 이번 시즌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한다. 발표 시점은 모두 23일(수)로 예정돼 있으며, 관세가 실적과 성장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주석 ‘거대한 7인방’은 시가총액 기준 미국 증시를 이끄는 핵심 빅테크 기업(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을 지칭하는 용어다.


트럼프 관세·금리 경계감… 증시 랠리 둔화

지난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주요 지수는 이날 들어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20~50% 관세를 시행하고, 구리 수입에는 50%, 의약품에는 최대 200% 관세를 검토 중이라는 점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기업 이익 훼손 우려를 자극한 탓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관세가 물가에 미칠 파급효과를 지켜보겠다며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연준 컨퍼런스에서 연설할 예정이나, 이번 발언은 연준 통화정책회의(FOMC) 전 ‘블랙아웃 기간’에 해당돼 금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 국제유가, 무역전쟁 우려에 하락

같은 시각 원유 시장에서도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됐다.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68.54달러(-1%),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65.29달러(-1%)로 동반 하락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글로벌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매도세를 부른 것이다.

화이트하우스는 EU 관세 시행 시점을 “하드 데드라인”인 8월 1일로 못박은 상태다. 투자자들은 무역분쟁이 실물 경제와 에너지 수요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 기자의 시각: 관세·금리·실적, 세 갈래 변수의 교차점

이번 주 뉴욕 증시는 ‘실적-관세-금리’라는 세 갈래 변수가 동시에 교차하는 복합 국면에 들어섰다. 현재까지 발표된 일부 대형주의 서프라이즈 실적은 증시 강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트럼프발 관세 쇼크와 이에 따라 길어질 수 있는 연준의 ‘동결 스탠스’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특히 기술·소비재 업종처럼 마진 압박에 민감한 섹터에선 실적 가시성이 떨어질 경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단기 박스권 장세를 대비해 현금 및 방어주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거나, 저평가 가치주 중심으로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관세 시행 결과가 물가와 소비에 미칠 실제 영향을 확인할 때까지는 채권·금·달러 등 안전자산의 완충 기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