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전반, 경기 둔화·관세 리스크에 직격탄
미국 뉴욕증시가 2주 만에 가장 가파른 낙폭을 기록했다. 2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1.60% 하락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23%,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100 지수는 -1.96% 급락했다. 이에 따라 S&P500과 나스닥100은 2주 만에, 다우지수는 5주 만에 각각 최저치를 찍었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S&P500·다우·나스닥 선물(9월물) 또한 각각 -1.67%, -2.03% 떨어지며 현물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를 반영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발표한 글로벌 최저 관세 10% 및 대(對)무역흑자국 15% 이상 고관세 조치가 세계 교역을 위축시켜 경기 성장세를 훼손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기에 7월 고용·제조업 지표 부진까지 더해져 ‘더블쇼크’가 현실화됐다. 월간 비농업부문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10만4,000명)를 밑돌았고, 앞서 발표된 6월 수치는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4.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지만 예상과 일치했다. 반면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3.9% 올라 시장 컨센서스(3.8%)를 웃돌아 임금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제조업·건설 지표도 ‘빨간불’…채권 수익률 급락
같은 날 발표된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48.0으로 예상치(49.5)를 밑돌며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됐다. 6월 미국 건설지출 역시 전월 대비 -0.4% 감소해 ‘보합’ 전망을 깨뜨렸다. 지표 부진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우면서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한때 4.20%로 끌어내렸다. 이는 한 달 만의 최저 수준이다.
시장금리 급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93%까지 끌어올렸다. 불과 지표 발표 전 40%였던 확률이 50%포인트 넘게 뛰어오른 셈이다.
지정학 리스크 격화…“핵잠수함 배치” 발언, 투자심리 냉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 측 도발적 발언에 대응해 “미국이 핵잠수함 두 척을 ‘적절한 지역’에 이동 중”이라고 밝히며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 발언은 장중 투자심리를 추가로 짓눌렀다.
다만 반대급부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639%까지 내려섰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도 4.509%로 4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세 여파: 평균 관세율, 2024년 2.3% → 2025년 15.2% ‘점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나다산 일부 품목 관세율을 25%에서 35%로 인상하고, 무역흑자국에 최소 15% 관세를 적용한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정책이 예고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5.2%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4년(2.3%) 대비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관세 압박은 곧장 기업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3분기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155억~205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중간값 기준 시장 예상(194.2억 달러)을 하회했다. 주가는 당일 -8% 폭락하며 대형 기술주 약세를 주도했다.
주요 종목별 희비: ‘빅테크·반도체 울상’ vs ‘주택·경기방어주 선방’
반도체주도 깊은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마벨 테크놀로지 -6%, 마이크론 -4%, 엔비디아·AMD·글로벌파운드리즈·인텔·ARM 홀딩스 모두 -2% 이상 하락했다. 브로드컴·마이크로칩·NXP도 각각 1% 넘게 밀렸다.
실적 부진에 따른 급락도 이어졌다. 플루어 -27%, 이스트먼케미컬 -19%, 코인베이스 -16%, WW 그레인저 -10%, 모더나 -6% 등이다.
반면 금리 하락 덕분에 주택건설주는 견조했다. DR호튼 +5%, 레너·펄티그룹 +3%, 톨브러더스 +2%를 기록했다. 전력 반도체 업체 모놀리식파워 시스템스는 예상보다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10% 급등, S&P500 상승률 1위에 올랐다.
레딧은 매출 서프라이즈와 3분기 강력한 가이던스를 제시해 +17% 급등했으며, 킴벌리클라크(+4%), 레즈메드(+2%), 일라이릴리(+2%) 등 방어주 성격의 종목도 선전했다.
용어 해설: T-노트·FOMC·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
• T-노트(미 재무부 10년물 국채):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1~10년 만기 국채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벤치마크 금리로 활용된다.
•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연 8차례 열린다. 금리·유동성 정책이 이곳에서 결정된다.
•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 물가연동국채(TIPS)와 명목 국채 금리 차이를 통해 시장이 기대하는 향후 평균 물가상승률을 산출한 값이다.
기자 해설: “관세·경기둔화 이중고…변동성 확대 명심해야”
현재 시장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가 드러나는 경제지표라는 복합 악재에 직면해 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금리 하락이 주택·방어주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이익률 압박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함께 작동한다. 투자자들은 9월 FOMC 전까지 발표될 인플레이션·소매판매·고용지표 흐름에 따라 연준의 선제적 완화 여부를 가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주는 S&P500 편입 기업의 38%가 실적을 발표하는 실적 시즌의 최대 분수령이었으며, 현재까지 55%가 넘는 기업이 이익 예상을 웃돌았다. 그러나 주가가 이익 서프라이즈에도 힘을 얻지 못하는 ‘좋은 뉴스 = 약세’ 국면이 이어진다는 점은, 시장이 실적보다는 거시 변수에 더 주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향후 주요 기업 실적과 함께 관세 정책의 구체적 이행 일정,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긴장, 유럽중앙은행(ECB) 및 영란은행(BoE) 통화정책 경로가 위험자산 가격을 결정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포트폴리오 분산과 현금 비중 관리가 필수적이다. 성장주와 경기민감주에 쏠린 비중을 낮추고, 방어주·배당주·단기채 등을 활용해 하방 위험을 헤지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