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1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하며 위험 회피 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이날 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1.60% 하락해 2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나스닥 100 지수는 -1.96% 떨어졌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1.23% 밀리며 5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025년 8월 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 조짐과 추가 관세 발표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했다. 9월물 E-미니 S&P 500 선물은 -1.67%,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2.03% 급락했다.
시장 하락을 촉발한 직접적 재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예고다. 그는 전날 밤 미국과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에는 최소 15% 이상의 관세
, 전 세계 모든 국가는 10% 관세
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관세가 글로벌 교역량과 기업 이익을 훼손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하며 주식을 던졌다.
“관세가 발효되면 미국 평균 관세율은 2024년 2.3%에서 15.2%까지 치솟아 기업 비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경기지표도 실망스러웠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7만 3,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10만 4,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6월 수치는 애초 14만 7,000명 증가였으나 1만 4,000명으로 대폭 하향 수정돼 고용 모멘텀 약화를 명확히 드러냈다. 실업률은 4.1%에서 4.2%로 0.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달 ISM 제조업지수는 48.0으로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전월 49.0 → 48.0). 수치가 50을 밑돌면 제조업이 수축 국면임을 뜻한다. 또 6월 건설지출은 전월 대비 -0.4% 줄어 시장 전망(보합)을 빗나갔고, 미시간대 7월 소비심리지수도 61.7로 하향 수정됐다.
지정학적 위험도 부각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도발적 발언
을 이유로 미국 핵잠수함 2척을 ‘적절한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혀 미·러 긴장도를 끌어올렸다.
채권·통화시장 반응
위 지표 부진을 계기로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40%에서 93%로 급등했다. 이에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4.200%까지 떨어지며 한 달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채 가격이 뛰면서 10년물 선물은 1-4/32포인트 상승했다.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 시장은 10월 FOMC에서도 73% 확률로 추가 25bp 인하를 반영한다.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직·간접으로 연계된 상품이기에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통화정책 궤적을 가늠한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도 독일 10년물 금리는 2.679%로 1.6bp, 영국 길트 10년물은 4.528%로 4.1bp 각각 하락했다. 같은 날 발표된 유로존 7월 CPI는 전년 대비 2.0% 올라 예상치(1.9%)를 소폭 웃돌았다.
주요 개별 종목 움직임
아마존닷컴(AMZN)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155억~205억 달러)가 월가 컨센서스(194.2억 달러) 중심값을 밑돌자 -8% 폭락했다. 빅테크 전반이 흔들리면서 엔비디아·AMD·인텔 등 반도체주는 2~6%씩 하락했다.
산업·소재주는 실적 쇼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플루어(FLR)는 2분기 조정 EPS가 0.43달러로 컨센서스(0.56달러)를 밑돌고 연간 가이던스도 하향해 -27% 급락했다. 이스트먼 케미컬(EMN) 역시 2분기 EPS 1.60달러(예상 1.74달러) 발표 후 19% 폭락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는 매출(15억 달러)이 전망치(15.9억 달러)를 하회하며 16% 밀렸다.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 ‘매도’가 나온 에이비스 버짓 그룹(CAR)도 3% 하락했다.
반면 레딧(RDDT)은 2분기 매출 4억 9,960만 달러(예상 4억 2,530만 달러)로 호조를 보이며 17% 급등했다. 미 항공·방산주를 제외하면 주택건설주가 국채 금리 하락 수혜로 강세를 나타냈다. DR호튼(DHI) 5%, 레나(LEN)·펄티그룹(PHM) 3%, 톨브라더스(TOL) 2% 상승했다.
이 밖에 모놀리식 파워 시스템즈(MPWR)는 예상(4.12달러)를 웃돈 EPS 4.21달러를 발표하며 10% 급등했다. 킴벌리-클라크(KMB)도 2분기 EPS 1.92달러로 컨센서스(1.68달러)를 상회해 4% 올랐다.
연준 위원 발언 및 정책 시사점
애틀랜타 연은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고용보다 목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며 2025년 금리인하 전망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연은 베스 해맥 총재는 고용 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지만 “이번 고용지표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인정했다.
ECB(유럽중앙은행)는 9월 11일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이 14%로 낮게 반영되고 있다. 반면 Fed는 9월 인하 베팅이 90%를 넘어서며 통화정책 스탠스 차별화가 부각된다.
다음 주 일정·실적 시즌 현황
지난주는 S&P500 기업 중 38%가 실적을 발표해 가장 분주한 주간이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2분기 S&P500 이익 증가율은 +4.5%로, 시즌 전 예상치(+2.8%)를 상회했다. 이미 55% 이상 기업이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82%가 EPS 추정을 상회했다.
오는 8월 4일(현지 시각)에는 액손(AXON), 다이아몬드백 에너지(FANG), 온세미컨덕터(ON), 팔란티어(PLTR) 등 15개 기업이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용어 설명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은 농업을 제외한 산업 전반의 고용 변화를 집계한 지표로, 미국 경기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ISM 제조업지수는 전미공급관리자협회가 매달 발표하는 설문조사 결과로, 50 이상이면 확장, 50 미만이면 수축을 뜻한다.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다.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조정해 경기·물가를 관리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이번 주가 급락은 무역정책 리스크와 경기지표 둔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기업 이익률 압박과 소비자 물가 상승이 동반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채 금리 하락과 금리 인하 기대는 성장주·주택주·장기채에 단기적 순풍이 될 수 있다.
향후 시장 방향은 8월 초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관련 구체적 행정명령 내용에 달려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어 헤지 전략과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