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 주택건설업체들의 시장 심리가 11월에도 부진한 수준을 이어갔다. 노동시장 둔화와 가계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주택 수요를 짓누르면서, 신규 주택 재고를 줄이기 위한 가격 인하에 나선 건설업체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1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HMI)는 11월 38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지수는 경계선인 50 아래에서 19개월 연속 머물렀다.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 전망치는 37로 동결을 예상했으나, 실제 수치는 이를 소폭 상회했다.
소폭의 반등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재개한 이후 한때 모기지 금리가 하락했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프레디맥(Freddie Mac)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모기지 금리 하락세는 멈춰 선 상태다. 이는 미 연준 고위 당국자들이 다음 달 추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시사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노동시장 정체와 높은 재고, 착공 여력 제약
노동시장 정체는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을 관망세로 몰아넣고 있다. 동시에 8월 기준 신규 주택 재고가 높은 수준을 보이며, 건설업체들이 새 프로젝트 착공을 확대할 여지가 제한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수요 측면의 약세를 목격하고 있다. 약화되는 노동시장과 팽팽한 가계 재정이 맞물려 어려운 판매 환경을 만들고 있다.”
—로버트 디츠(Robert Dietz) 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치권의 ‘주택 구입 여력’ 논쟁과 50년 모기지 제안
주택의 가격 적정성 문제는 미국 정치권에서 핫 이슈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주택 구입 여력 제고를 위해 만기 50년 모기지를 도입하는 방안을 띄웠다. 그러나 이 구상은 일부 지지층과 주택시장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반대 측은 이자 총부담이 늘고, 주택 순자산(에쿼티) 형성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달, 첫 주택 구매자의 중위 연령을 40세로 추정했다. 반면, 1980년대에는 전형적 주택 구매자가 20대 후반이었다고 NAR은 밝혔다.
세부지표: 현재 판매·향후 판매·바이어 트래픽
이번 조사에서 현재 판매 여건 지수는 2포인트 올라 41을 기록했다. 향후 판매 지수는 3포인트 하락해 51로 내려섰고, 잠재 바이어 트래픽 지수는 1포인트 올라 26으로 집계됐다.
가격 전략 측면에서, 가격을 인하했다고 보고한 건설업체의 비중이 41%로 상승해 2020년 5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 인하율은 6%로 변동 없음이 확인됐으며, 각종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업체 비중은 65%로 9월 이후 동일 수준을 유지했다.
“더 많은 건설업체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가격 인하를 포함한 인센티브를 활용하고 있지만, 상당수 잠재 구매자는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
—버디 휴즈(Buddy Hughes) NAHB 회장
용어 해설: HMI 50 ‘균형선’과 프레디맥, 에쿼티
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Housing Market Index, HMI)는 미국 주택건설업체의 체감경기를 0~100 범위에서 측정한다. 지수 50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균형선으로, 50 미만이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함을 의미한다. 프레디맥(Freddie Mac)은 미국의 주요 주택금융 기관으로, 전국 평균 모기지 금리 등 주택금융 지표를 정기 발표한다. 또한 에쿼티(equity)는 주택 가치에서 남은 원리금 잔액을 뺀 순자산을 가리킨다. 대출 만기가 길어질수록 총이자 부담이 커지고, 원금 상환 속도가 느려져 에쿼티 축적이 늦어질 수 있다.
시장 함의와 실무적 포인트
첫째, 노동시장 둔화와 가계 재정 압박은 수요의 질을 약화시키며, 건설업체는 가격·인센티브 전략을 통해 계약 전환율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 HMI가 50 하회를 장기화하는 한, 가격 인하(41%)·인센티브(65%) 활용은 단기 표준 전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모기지 금리의 하락 정체는 수요 회복의 속도를 제약한다. 연준의 추가 인하가 가까운 시일 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그널은, 금리 민감한 초심층 수요의 유입을 늦출 수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 조정이나 금리 buydown주: 건설사가 일시금으로 일부 금리를 낮춰주는 금융 인센티브 같은 금융형 혜택의 비중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
셋째, 8월 기준 높은 신규 주택 재고는 착공 속도를 제약하며, 공급 측에서도 완만한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는 가격 하방 경직성을 약화시키지만, 동시에 완공·인도 리스크 관리를 위한 보수적 운영을 유도할 수 있다.
넷째, 첫 주택 구매자 중위 연령 40세라는 수치는 미국 가계 형성·주거 이동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진입연령 상향은 다운페이먼트 축적 기간의 장기화와 부채 상환 전략의 보수화를 뜻하며, 결과적으로 입주 시점 분산 및 중고주택 대비 신축 선택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핵심 숫자 한눈에 보기
HMI: 38 (+1p, 19개월 연속 50 미만) / 현재 판매: 41 (+2p) / 향후 판매: 51 (-3p) / 바이어 트래픽: 26 (+1p) / 가격 인하 비중: 41% (2020년 5월 이후 최고) / 평균 인하율: 6% (변동 없음) / 인센티브 활용: 65% (9월 이후 동일)
정리
요약하면, 미국 주택건설업체 심리는 금리 하락의 일시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둔화와 가계 재정 부담이라는 구조적 역풍으로 부진한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는 계약 전환을 위한 핵심 레버로 자리했고, 정치권에서는 50년 모기지 같은 대안이 논의되지만 총이자 부담·에쿼티 축적 지연이라는 상충 요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분간 지표의 방향성은 모기지 금리의 추가 하락 여부와 노동시장 활력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