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침체, 관세만으로는 되돌리기 어려워 — 캐피털 이코노믹스

[워싱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공격적 관세 정책이 일부 제조업 일자리를 국내로 되돌려 놓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리쇼어링(Reshoring)’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계 리서치 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관세 확대만으로는 미 제조업 고용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보고서 작성은 토머스 라이언(Thomas Ryan)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무역 파트너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국내 제조업 일자리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과거 세 차례 행정부가 시도했다가 모두 실패한 정책을 관세라는 방법으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970년대 후반 1,940만 명 수준이던 미국 제조업 고용이 현재 1,260만 명 안팎으로 줄어든 구조적 흐름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요 산업별 영향
보고서는 ‘자동차’와 ‘제약·바이오’ 두 분야를 부분적 수혜 산업으로 꼽았다. 두 업종 모두 설비 가동률(capacity utilization)이 80% 이하로 낮아, 추가 생산 여력이 존재한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또한 해당 산업은 “초저가 생산 거점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용어 설명*
리쇼어링(Reshoring) : 과거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시설과 일자리를 본국으로 다시 옮겨오는 전략.
설비 가동률 : 현재 가동 중인 설비 능력을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로, 70% 이하면 유휴 설비가 많아 투자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북미 공급망(North American supply chain) :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축으로 한 자동차·전자 등 완성품 및 부품 생산 네트워크.

보고서는 특히 미국 제약사 해외 계열사가 아일랜드·스위스·네덜란드 등에서 제조한 의약품과, 북미 3국이 밀접하게 얽힌 자동차 부품을 예로 들었다. 이들 제품은 “세제 혜택 또는 공급망 효율”이라는 명확한 이유로 국경을 넘나드는데, 관세 인상이 생산거점 이전을 자극할 가능성은 있으나 공급망 재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평가됐다.


구조적 한계

보고서는 미국 노동시장이 이미 ‘매우 타이트’하다는 점을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실업률이 3% 중반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신규 제조 인력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쉽지 않고, 해외와의 임금 격차 및 생산비용 차이 역시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미국 소비시장 접근성이라는 당근만으로는 기업들이 해외 저비용 생산설비를 포기할 유인이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과거 사례를 근거로 “관세가 일부 기업의 의사결정에 ‘주변부(margin)’에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제조업 고용을 1970년대 수준으로 복귀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결론지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취재진이 접촉한 뉴욕 소재 국제무역학회(ITI)의 리사 후앙 박사는 “관세는 단기적 협상 카드로 작용할 뿐, 생산기술 자동화·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뒤집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기업들은 관세보다 공급망 복원력(resilience)과 ESG 요인을 더 중시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기자 의견
취재 및 글로벌 밸류체인 데이터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가 관세 이외의 정책 — 예: 인력 재교육, 첨단 제조 인센티브, 인프라 확충 등 — 를 병행하지 않을 경우, 제조업 고용 반등 폭은 수만 명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소 부품업체가 생산 단가를 맞추지 못하면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맞춤형 산업전략’이 관세보다 긴요하다는 판단이다.

한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보고서 말미에서 “관세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보복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려 오히려 제조업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궁극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은 생산성·기술·인력·정책의 종합 함수이며, 관세는 그중 하나의 변수가 될 뿐이다.” — 캐피털 이코노믹스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