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인텔 지분 10% 취득…트럼프 대통령 “국가 안보 차원의 결정”

미국 정부가 인텔(INTC) 지분 10%를 직접 취득하기로 결정하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례 없는 공적 개입이 이뤄졌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인텔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10% 규모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 직후 인텔 주가는 장중 6% 이상 급등하며 시장의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인텔 측은 “논평을 자제하겠다”는 짧은 입장만을 내놨다.


정책 급선회

불과 몇 주 전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Lip-Bu Tan)의 ‘중국 기업과의 이해 상충’을 이유로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었다. 이번 지분 취득은 그 요구와 정반대의 행보로, 정책 기조가 급격히 뒤집힌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결정은 또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9984.T) 2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의 자본 투입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나왔다. 당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인텔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일정 부분 회복시킨 바 있다.

참고로 USD(미 달러)는 원화 환산 시 변동 환율에 따라 실제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전략적 의미와 ‘파운드리’ 사업

애널리스트들은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인텔이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분석한다.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사가 생산 시설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외부 공장에 제조를 위탁하는 사업 모델이며,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삼성전자 등 소수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은 여전히 취약한 제품 로드맵과 신규 공장에 고객사를 유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즉, 단순한 자금 수혈 이상의 기술·고객 기반 확보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근본적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 안보 우선’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1일 립부 탄 CEO를 백악관으로 불러 국가 안보 차원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미 엔비디아(NVDA)와의 ‘페이-포-플레이(pay-for-play)’ 방식 정부 자금 지원, 희토류 생산업체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와의 협력 모델 등을 추진해 왔다.

“미국이 첨단 기술과 중요 광물에서 다시는 약점을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 — 도널드 트럼프

여기서 희토류(Rare Earths)는 전기차 배터리·레이더·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17가지 금속 원소를 의미한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자원 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도가 크다.


인텔의 구조조정 과제

립부 탄 CEO는 2025년 3월 취임과 동시에 막대한 손실을 마주했다. 인텔은 2024 회계연도 기준 188억 달러(약 25조9,000억 원) 순손실을 기록,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냈다. 조정 후 잉여현금흐름(FCF)은 2021년 이후 네거티브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 지분 참여가 시장 경쟁 질서를 왜곡할 위험도 있지만, 일단 자본 구조가 안정되면 인텔은 자체 CPU·GPU뿐 아니라 xPU(이기종 프로세서) 통합 로드맵을 재정립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페이-포-플레이’란 정부가 특정 기업에 거액을 투자하거나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해당 기업이 연구개발·국내 생산·고용 확대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도록 계약으로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이번 인텔 사례도 사실상 유사한 구조로 풀이된다.


전문 기자 해설

이번 지분 인수는 ‘테크 주권(Tech Sovereignty)’ 확보라는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의도가 더욱 노골화됐음을 시사한다. 반도체 공급망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고착되면서, 미국·중국·EU·한국·대만이 막대한 보조금 경쟁에 뛰어드는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결국 글로벌 반도체 패권은 자본력·정책 일관성·기술 혁신을 복합적으로 쌓아올린 국가에 유리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다만, 공공재원이 민간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떠안게 되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주주 가치를 지켜야 하는 상장사가 정치 변수에 과도하게 종속되는 순간, R&D 효율성·제품 경쟁력·글로벌 고객 신뢰도가 장기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Intel HQ 이미지

인텔의 향후 행보는 ▲파운드리 사업 수익성 개선 ▲고성능·저전력 공정 전환(2nm 이하) ▲대형 고객사 수주 확보라는 세 가지 지표로 가늠될 것이다. 실적 회복 속도가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규제나 지분 확대 등 정책적 간섭이 한층 강화될 여지도 있다.

결국 공공·민간 이해가 충돌하지 않도록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고, 성과 기반의 장기 인센티브 체계를 정교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의회 승인 절차, 경쟁 당국 심사, 자국 및 해외 고객사의 반응 등은 인텔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주가와 투자 전반에 중대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