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소득층, <5달러 식사·소형 포장 찾으며 지갑 닫아

뉴욕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P&G), 코카콜라(Coca-Cola), 치폴레 멕시칸 그릴(Chipotle Mexican Grill) 등 주요 소비재·외식 기업 경영진이 일제히 “미국 저소득 가계가 외식·여행·생활필수품 소비를 축소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기저귀·청량음료·맥주 같은 ‘필수에 가까운 기호품’ 수요마저 줄고 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이 전한 이번 로이터 원문 보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추가 관세가 저소득층 생활비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경영진 인터뷰를 토대로 한다. 관세 부담이 가격에 전가되면서 ‘가격 인상 효과’가 한계에 부딪히고, 기업들은 마진 축소 압력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관세·인플레이션이 직격탄”
P&G는 일부 상품 가격이 이미 관세 영향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예일대 ‘버짓 랩(Budget Lab)’과 정책연구기관 ‘공평기회연구재단(Foundation for Research on Equal Opportunity)’ 연구진은 “관세는 수입업자→소비자 순으로 전가되며, 가장 가난한 가구에 비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준다”라고 지적했다.

“저소득 소비자층—특히 연소득 5만 달러 이하 계층—이 심리적·재정적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1

이는 치폴레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담 라이머(Adam Rymer)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직설적 분석이다.

‘저소득’ 기준도 제각각
미국 내 ‘low income’ 정의는 회사마다 다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소득 5만 달러 이하를, 치폴레는 7만5천 달러 이하를, 코카콜라는 4만 달러 이하를, 각각 저소득층 기준으로 삼는다. P&G는 정의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의가 엇갈리는 이유는 ▲가구원 수 ▲거주 지역 물가 ▲브랜드 가격대 등에 따라 ‘실질 구매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 카드를 더 못 꺼내는 기업들
라이머 CFO는 “추가 가격 인상에 앞서 저소득 고객의 재정 부담을 면밀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재 ‘종합 경기판’으로 불리는 P&G 역시 새 회계연도 전망에서 신중 기조를 강조했다. 회사 측은 관세·불법 이민 단속·금리 상승·물가 상승을 소비 위축 요인으로 꼽았다.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퀸시(James Quincey)는 “저소득층 전용 저가 음료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몰슨쿠어스(Molson Coors)는 “해당 계층 고객이 ‘소형 묶음(pack size)’ 제품을 찾는다”고 전했다.

물가·관세·사회보조 축소 ‘삼중고’
식품·생필품 가격은 허쉬 초콜릿·타이드 세제 등에서 이미 올랐고, 연방정부 식료품 보조(SNAP) 축소가 예고됐다. 코로나19 기간 불어난 저축도 대부분 소진됐다. 맥도날드 CEO 크리스 켐프친스키(Chris Kempczinski)는 “저소득층 고객 재방문 빈도가 중·고소득층보다 높았지만, 올해엔 방문 횟수가 두 자릿수 비율 감소했다”고 밝혔다.

“5달러 아래 메뉴 경쟁”
패스트푸드 업계는 약 5달러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보고, 버거·샌드위치·사이드 메뉴를 세트로 묶어 출시 중이다. 맥도날드는 2.99달러로 재출시한 ‘스낵 랩(Snack Wrap)’ 판매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타코벨(Taco Bell)은 1~3달러 가격대 음료·부리토를 내세워 수요를 방어했지만, 피자헛·KFC 고가 메뉴 판매는 부진했다고 얌브랜즈(Yum Brands) 실적 발표서 확인됐다.

‘대용량’ 아닌 ‘가성비’ 지향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는 올 한 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가격 인상 억제책으로 ‘밸류 사이즈(value-sized) 패키지’를 추가 도입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전엔 대용량이 곧 가성비였지만, 지금은 ‘당장 지출되는 절대액’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미소매연맹(NRF) 캐서린 컬런(Katherine Cullen) 부사장은 “2022~2023년엔 팬데믹 추가 저축 덕에 버틸 여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충격 흡수재(savings cushion)가 없다”고 말했다.

의류·신발 업계까지 번지는 관세 부담
독일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Adidas)는 “관세 전가를 위한 가격 인상 시 판매 위축 가능성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관측
씨티그룹 CFO 마크 메이슨(Mark Mason)은 “하반기엔 관세 효과가 본격 반영되며 소비 냉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BoA는 “노동시장 탄탄함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면서도 “올해 2분기(4~6월) 저소득층 신용카드 지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고, 중·고소득층 지출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 용어·배경 설명
관세(Tariff)는 국가가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업이 관세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면 소비자 물가가 오르게 되며,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필수지출 비중이 높아 체감 충격이 크다.
팩 사이즈(Pack Size)란 한 번에 묶어 파는 제품 단위다. 예컨대 맥주 12캔 묶음 대신 6캔·4캔으로 줄여 소비자가 일시 지출액을 낮추도록 돕는다.
스낵 랩(Snack Wrap)은 맥도날드가 2006년 출시했다가 2020년 중단한 뒤, 올해 6월 시험 재출시한 저가 메뉴다.


전문가 시각
① 기업 수익성 – 고정비 비중이 높은 패스트푸드는 값싼 재료 조달·자동화 도입으로 원가를 줄이는 방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② 금리·고용 – 고용 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는 한, 급격한 소비 침체는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금리 고점 기간이 길어지면 저소득층 부채 상환 부담이 다시 소비 여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③ 정책 변수 – 향후 관세 조정 여부, SNAP·WIC 등 연방 식품 보조 프로그램 예산, 연준(Fed)의 통화정책 방향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로이터(Reuters) 통신 원문을 토대로, 한국어 독자 이해를 위해 추가적인 용어 설명과 시장 분석을 포함해 재구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