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오라클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과 예상보다 낮은 생산자물가지수(PPI) 덕분이다.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장중 각각 신기록을 작성했다. 특히 S&P 500 선물은 오전 한때 최고점을 찍으며 시장 전반을 견인했다.
오라클(Oracle) 주가는 전장 대비 41% 급등해 상장 후 최대 일일 상승률(1992년 이후 기준)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9,690억 달러로 일라이 릴리·JP모건체이스·월마트를 단숨에 제치고, 테슬라(1조 1,400억 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회사 측은 ‘AI 기업들의 클라우드 수요가 폭증했다’고 밝혀 시장 기대를 자극했다.
반도체 종목도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 4.3%, AMD 3.8%, 브로드컴 9.6% 상승하며 S&P 500 기술 섹터를 2.1% 끌어올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6% 올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업체도 수혜를 봤다. 컨스텔레이션 에너지 8%, 비스트라 9%, GE 버노바 6.2% 상승했다. AI 연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다.
PPI(미국 생산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재차 부각됐다. 최근 고용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인 가운데, 투자자들은 9월 16~17일 FOMC에서 최소 25bp(0.25%p) 인하 가능성을 90%로 가격에 반영했다. CME FedWatch에 따르면 50bp 인하 확률은 약 10%다.
반면, 경기민감주와 헬스케어주는 부진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0.43%(197.88포인트) 하락한 45,513.46으로 밀렸다. 같은 시각 S&P 500은 0.50% 오른 6,545.38, 나스닥은 0.43% 상승한 21,973.34를 기록했다.
『조던 리주토(GammaRoad Capital Partners 최고투자책임자)는 “고용시장 둔화와 PPI 하락이 맞물리면서 금리 인하 명분이 강화됐다”면서 “11일 발표될 CPI가 예상 이상으로 높게 나오면 2025년 인하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같은 날, 연방 판사는 백악관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리사 쿡을 해임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치·사법 리스크가 통화정책 독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9월은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에 ‘약세의 달’로 통한다. LSEG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S&P 500은 평균 1.5%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 9월 들어 지수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바클레이스·도이치뱅크 등 주요 증권사는 2025년 연말 S&P 500 목표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이날 실적을 낸 시놉시스는 3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33.7% 폭락했다.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이다. 동종업계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도 7% 내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선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을 1.49 대 1로 앞섰고, 나스닥에선 1.09 대 1을 기록했다. S&P 500은 52주 신고가 19개·신저가 6개, 나스닥은 신고가 97개·신저가 43개가 각각 집계됐다.
◆ 용어 해설
① PPI(Producer Price Index): 생산단계에서의 물가 흐름을 측정하는 지표로, 통상 1~3개월 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② CME FedWatch 툴: 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CME)이 연방기금(FF) 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FOMC 금리 인하·인상 확률 추정치다.
◆ 기자 분석
클라우드·AI·반도체·전력 인프라 등 4대 성장 축이 동반 랠리를 이어가며 시가총액 상위 기업군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 밸류에이션 확장이라기보다 Generative AI가 실수요를 동반한 구조적 수요 사이클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인플레이션 변동성과 정치·사법 변수가 내년 통화정책 경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향후 CPI·고용·소비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