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워싱턴 ― 미국 정부가 2025년 8월 1일부터 인도산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양국 간 통상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에서 “뉴델리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극도로 성가신(Obnoxious)’ 비관세 장벽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매입한 데 대해서도 별도의 패널티 관세를 예고했다. 그는 “협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인도가 시장 접근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한 관세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3월 발간한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인도의 비관세 장벽 실태를 상세히 제시했다. 보고서가 지적한 주요 사례를 항목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수입 물량 상한선(Import Caps)
첫째, 인도 정부는 콩류(pulses)·콩(beans) 등 농산물에 정량적 수입제한을 부과해 미국산 제품의 시장 진입을 제약하고 있다. 둘째, 2023년에는 노트북·태블릿 등 정보기기 수입에도 물량 제한과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해 애플(AAPL), 델(DELL) 등 미국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 해당 규정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유예됐으나, 현지에서 생산기지를 설립하지 않은 외국 기업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2) 기술 규격(Technical Barriers)
인도는 품질 관리 명령(Quality Control Orders)을 의무화하면서 화학·의료기기·배터리·전자제품·식품·섬유 등 다수 산업에 국내 표준을 강제하고 있다. 이들 표준은 국제규격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환 기간 및 인증 유효기간이 불분명해 불확실성을 키운다.
3) 낙농제품(Dairy)
힌두교 문화에 기반한 ‘사료 제한 규정’도 논란이다. 인도 정부는 “동물성 사료를 먹인 젖소로부터 생산된 우유는 수입 불가”라는 인증서를 요구한다. 미국 낙농업계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인도 시장에 사실상 진입할 길이 봉쇄됐다”고 반발한다.
4) 인터넷서비스·데이터 현지화
정보기술(IT) 법령도 까다롭다. 인도법은 플랫폼 직원에게 형사 책임을 지우고, ‘24시간 내 게시물 삭제’ 같은 초단기 이행 기한을 부과한다. 2021년 이후 미국 기업은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콘텐츠 삭제·계정 정지 요청을 급격히 더 많이 받았다는 게 USTR 분석이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초안은 정부가 필요 시 모든 개인 데이터를 열람·제출하도록 요구하며, 특정 국가로의 데이터 이전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는 글로벌 클라우드·SNS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압박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5) 복잡한 통관 절차(Customs Procedures)
미국 수출기업들은 인도 세관이 ‘거래가격(Transaction Value)’을 인정하지 않고 자의적인 가치평가를 적용한다고 호소한다. 컴퓨터 장비를 들여온 몇몇 기업은 특혜관세를 받았다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6) 은행·보험 부문 외국인 투자 제한
“국책은행 지분 상한은 20%지만, 이들 은행이 시장점유율 60%, 지점 비중 67%를 차지한다” ― USTR 2025 보고서
해당 보고서는 외국계 은행의 지점 확대가 불투명하고, 국영 보험사는 정부 보증을 바탕으로 별도 규제체계를 적용받는 점을 문제 삼았다.
■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국내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25% 관세가 단순한 보복 조치를 넘어 협상용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협상이 계속된다”고 밝히며 철회 여지를 남겼다. 즉, 인도가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거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축소할 경우 관세 인상 폭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인도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으로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G20·IPEF 등 다자무대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어 ‘갈등과 공존’이 병존하는 복합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 용어 풀이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은 관세 외에 수입량 제한, 기술 규제, 까다로운 인증·검역, 데이터 현지화 의무 등으로 외국 상품·서비스의 시장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장치를 뜻한다. 관세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각국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품질 관리 명령(QCO)은 인도 표준국(BIS)이 고시하는 강제 인증 제도로, 인증 마크 없는 제품은 통관이 불허된다.
■ 향후 시나리오
첫째, 인도가 일부 품목의 수입 규정을 완화해 미국산 제품에 선별적 면제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미국은 디지털무역·서비스시장을 지렛대로 인도에 데이터 국경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 셋째, 러시아산 에너지 관련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인도 기업은 달러 결제망 차단에 대비해 위안화·루피 결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무역 분쟁의 장기화는 글로벌 공급망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노트북·태블릿 등 IT 하드웨어는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제3의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관세·규제 이슈가 전 세계 가격 구조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