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 패권 ‘레이스’ 가속…독일은행 분석으로 본 3대 핵심 테마

미국 정부가 세계 인공지능(AI) 패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악관은 23쪽 분량의 ‘AI 행동 계획(White House AI Action Plan)’을 공개하며 이번 이니셔티브를 “AI 분야의 글로벌 지배력 달성을 위한 레이스”로 규정했다.

2025년 7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세 건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을 기반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추진 중이다. 백악관은 AI를 “산업혁명, 정보혁명, 르네상스가 한꺼번에 찾아온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경쟁 구도를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묘사해 ※제로섬: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실로 귀결되는 구조

백악관 계획은 혁신 저해 규제 철폐, 인프라·에너지 용량 확대, 중국 등 경쟁국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와 동시에 동맹국 대상 미국 기술 홍보를 핵심 축으로 제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했던 AI 행정명령을 폐지하고 이를 ‘미국의 AI 리더십을 가로막는 장벽 제거(Removing Barriers to American Leadership in AI)’라는 새 지침으로 대체했다.


독일은행 “3대 테마 주목”

독일은행(Deutsche Bank)은 25일(현지시간) 발간한 고객 노트에서 ① 혁신(기업 권한 강화), ② 인프라(전력·데이터센터 확대), ③ 국제 AI(안보·동맹 네트워크) 등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이번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석했다.

① ‘혁신: 기업에 힘 실어주기’
미국은 여전히 AI 분야 글로벌 선두다. 상위 50대 AI 기업 중 42개가 미국에 소재하며, 이 가운데 33개가 캘리포니아주에 자리한다. 스탠퍼드대 AI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사모·벤처투자금 중 4분의 3가량이 미국 기업으로 유입됐다.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AI 모델 40개가 미국에서 나왔고, 중국 15개·유럽 3개가 뒤를 이었다.” — 독일은행 보고서

미국은 유럽연합(EU)의 사전 규제 모델 대신 현행 법규를 국지적으로 적용하는 ‘라이트 터치(light-touch)’ 방식을 택해왔다. 몇몇 주(州)는 자체 규제안을 추진했지만, 연방 차원에서는 오히려 규제 완화를 지향하고 있다. 행동 계획은 각 부처에 “혁신을 가로막는 정책을 폐지하라”고 지시하면서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집행 관행 재검토를 요구했다. 독점 규제 심사를 받는 마이크로소프트(NASDAQ: MSFT) 등 빅테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② ‘인프라: 전력 공급 확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만 인식되기 쉬운 AI는 실제로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의존한다. 이들 시설 절반 가까이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18년 국내 총전력 수요의 2% 미만에서 2023년 4.4%로 뛰었고,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치에 따르면 2028년에는 12%까지 상승할 수 있다.

백악관은 이를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노후 전력망 현대화,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 도입을 추진한다. 지난해 북미는 전력망 인프라에 1,140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과 유럽을 상회했다.

③ ‘국제 AI: 영향력 투사’
행동 계획은 ‘국가안보’를 정책 추진의 동인으로 못박으며, 동맹을 주도하고 경쟁국의 ‘무임승차’를 차단하겠다고 명시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해 AI 성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올해 초 중국에서 딥시크(DeepSeek)의 새로운 모델이 공개되자 미국 기술주가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는 사례가 그 배경이다.

미국은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동맹에도 동조를 요구하며, 불응 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위치 확인(Location Verification) 등 기술적 방법으로 제재 이행을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단서…대중 불안도 고려

AI 행동 계획은 기술업계의 환영을 받으면서도, 노동시장의 일자리 대체 우려와 이념적 편향(ideological bias)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백악관 문서는 “AI는 인간 노동을 보완해야 하며, 시스템은 정치·사회적 편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용어 해설

AI 인덱스(Stanford AI Index): 미국 스탠퍼드대가 해마다 발간하는 보고서로, AI 연구·산업·정책을 종합 분석해 국가별·기업별 경쟁력을 비교한다.

스몰 모듈 원자로(SMR): 기존 원자로 대비 출력이 낮고 안전성이 높은 소형 원전 기술. 빠른 설치와 분산 전력 공급에 유리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책으로 주목받는다.


전문가 시각

기자의 견해를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이번 계획은 ① 규제 완화, ② 에너지·인프라 투자, ③ 국제 공급망·규범 주도권이라는 ‘3단 로드맵’이 명확하다. 특히 전력망 현대화와 AI 칩 수출 규제는 국내외 반도체·전력 설비 기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동맹국에 대한 일방적 압박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자극할 수 있어, 향후 국제협력 방식이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