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전쟁 속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30일 예외 허가…에너지 공급 우려 심화

미국 재무부,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30일 예외 허가 부여

중동에서 발생한 이란 관련 군사 충돌이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도록 30일간의 예외(waiver)를 부여했다. 이 조치는 지난달 철회했던 인도에 대한 25% ‘페널티’ 관세 조처와 관련해 일시적 유예를 제공하는 성격이다.

2026년 3월 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문서([OFAC 관련 공고])를 통해 이번 예외가 통보되었으며, 이는 중동사태가 에너지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8.51% 상승한 배럴당 $81.01로 거래를 마감했고, 글로벌 기준인 브렌트(Brent)는 4.93% 올라 배럴당 $85.41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 일일 상승폭은 WTI의 경우 2020년 5월 이후 최대의 단일 거래일 급등이다.


예외 허가의 범위와 미국 측 설명

미국 재무부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조치가 러시아에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조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무장관 스콧 베산트(Scott Bessant)는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단기 예외는 “해상에서 좌초된(stranded) 원유 거래에 대해서만 허용된다”며 실질적 이익 확대를 제한하는 성격임을 강조했다.

“이번 단기 조치는 러시아에 상당한 재정적 혜택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허용되는 거래는 해상에 이미 체류 중인 원유에 한한다.” — 스콧 베산트(미 재무장관)


인도의 상황과 공급 대체 노력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원유 수입국이자 정제능력 기준으로는 세계 4위, 석유제품 수출은 5위인 국가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이기 위해 중동 쪽 공급으로 일부 대체해 왔으나, 이번 중동 내 갈등으로 걸프(Gulf) 국가들의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모스크바 쪽 에너지를 다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pler의 원유 시니어 리서치 애널리스트 무유 쉬(Muyu Xu)는 “지난 주말부터 인도 정유사들이 신속 인도(prompt) 러시아산 원유 확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라며, 시장의 소문(market chatter)을 근거로 인도가 최근 2~3일 사이에 600만~800만 배럴 규모의 러시아산 원유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선박 보험 비용

이번 갈등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Strait of Hormuz) 해협의 통행을 위축시켰다. Kpler 데이터에서는 “지난 주말 이후 선적(적재된) 원유 탱커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았다”며, 일부는 인도로 향하는 선박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상 보험료가 급등하고 통항이 사실상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걸프를 통항하는 탱커들을 위한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 보험 제공 등 추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목요일 발언에서 “유가 압력을 낮추기 위한 추가 조치가 임박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유가 안정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비축과 단기적 영향

Rystad Energy의 아시아태평양 석유가스 연구 책임자 프라틱 판데이(Prateek Pandey)는 인도가 현재 약 1억 배럴(100 million barrels)에 해당하는 비축을 보유하고 있어, 이는 인도의 원유 수요를 약 45일가량 커버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판데이는 이에 근거해 “향후 3~4주 동안 인도 정유업체들은 즉각적인 공급 차질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만약 걸프 지역의 교란 사태가 그 이상 지속된다면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 등 대체 공급처를 통한 보충은 가능하지만, 해당 화물은 인도 도달까지 거의 한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판데이는 지적했다. 따라서 단기적 관점에서는 해상 통항의 재개와 보험 문제 해결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과거 관세 조치와 무역 합의의 연속성

지난해 8월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 것에 대해 총 50%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 중 25%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페널티’였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은 인도가 모스크바산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에너지를 더 구매하는 조건으로 이 페널티 관세를 철회했다. 당시 워싱턴은 인도가 다시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재개하면 해당 제재를 재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pler의 무유 쉬는 “아직까지 인도로 들어오는 미국산 원유 물량이 늘어났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라며, 무역 합의에 따라 인도가 실제로 미국산 물량을 확대했다면 그 변화는 4월 또는 5월 통계 데이터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분석 및 향후 시나리오

이번 30일 예외 허가는 즉각적으로 유가 급등을 완화하는 데 제한적인 완충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에너지 시장 데이터와 전문가 진단을 종합하면 단기적 충격 완화, 중기적 불확실성 지속, 장기적 재편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첫째, 단기적 충격 완화: 이번 예외와 미국의 보험 제공, 다국적 선사들의 항로 조정이 결합될 경우 향후 1개월 내 시장의 공황 매수는 진정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예외는 해상에 이미 체류하는 원유를 대상으로 한다는 제한이 있어 공급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

둘째, 중기적 불확실성 지속(1~3개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과 보험료 급증이 지속되면 정제·물류 차질이 누적되며 정유 마진과 석유제품 가격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가 보유한 비축(약 45일치)이 완충 역할을 하지만, 그 이후의 공급 확보가 지연되면 정제소 가동률과 제품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장기적 재편(3개월 이상): 만약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 간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가 가속화되고,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적 변화와 장기 계약 재협상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무역 패턴을 변경할 여지가 있다.

시장에 미치는 구체적 숫자 영향은 다음과 같다. 이번 주 유가는 이미 약 20% 가량 상승했고(미국산 기준), 만약 걸프 생산이 일시적으로 하루 2000만 배럴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글로벌 공급 부족과 가격 재차급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반대로 통항이 부분적으로 재개되고 대체 운송 루트나 보험 체계가 빠르게 마련된다면 가격은 안정화될 수 있다.


용어 설명

WTI(West Texas Intermediate)와 브렌트(Brent)는 국제 원유 가격의 대표적 벤치마크이다. WTI는 주로 북미산 원유의 가격 기준으로 사용되며 브렌트는 유럽·아프리카·중동 일부산 원유를 포함한 글로벌 기준으로 널리 활용된다. OFAC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으로, 제재·면제(waiver) 관련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걸프)과 오만만 사이를 연결하는 전략 요충지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요약 및 전망

이번 미국의 30일 예외 허가는 단기적으로는 인도와 글로벌 시장의 공급 불안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하나 실질적·장기적 해결책은 아니다. 해상에서 이미 체류 중인 러시아산 원유 거래에만 한정된 조치라는 점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선박 보험료 급증 등 구조적 리스크가 남아 있어 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주 내 사태 전개 양상과 미국의 추가 조치, 다자간 보험 및 해상 안전 보장 체계의 가동 여부가 가격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