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 부활 본격화…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과제: 방사성 폐기물 처리

원자력 발전AI 데이터센터 급증제조업 리쇼어링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되고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핵심 난제가 함께 돌아왔다. 바로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저장·관리·처분 문제다.

2025년 11월 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향후 25년간 미국의 원전 전력 생산을 4배로 확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해 대형 경수로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어 지난주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의 모회사인 카메코(CCJ)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와 함께 $800억을 투입해 전국 각지에 원전을 건설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획은 연방정부가 주주로 참여하는 독립 원자력 기업으로의 웨스팅하우스 분할·상장(IPO) 추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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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산업계·대중 사이에서는 원전 르네상스의 타이밍이 무르익었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설령 대규모 증설에 10년 이상,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존 및 신생 원전 기업, AI 전력 의존이 심화된 기술 대기업, 그리고 관련 투자자들에게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회의론은 적지 않다. 1990년 이후 실제로 준공된 미국 내 신규 원전은 단 두 기에 불과하며, 이들 프로젝트는 예산을 $150억 이상 초과하고 수년 지연된 끝에 지난 2년 사이에야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28개 주에서 운영 중인 94기의 원자로는 전국 전력의 약 20%를 생산하며, 대부분이 1967~1990년 사이 건설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1960~70년대 1차 원전 붐 당시부터 계속된 난제, 즉 수만 년 동안 일부가 유해한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 저장·관리·처분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영구 처분 해법과 정책의 변곡점

법률상 미국 에너지부(DOE)는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인수·저장해야 한다. 공공·민간 부문의 복수 기업은 DOE와 협력해 기존·신기술을 혼합한 해법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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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실행가능하다고 평가되는 해법은 이미 1957년 미국 국립과학원(NAS) 보고서에서 제안됐다. 핵폐기물을 지하 심층 처분장에 매립하라는 권고였다(한때 검토된 ‘저궤도 우주로 발사’ 방안은 폐기됐다). 이후 1982년 의회핵폐기물정책법을 통과시켜 DOE에 부지 선정 책임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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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의회는 라스베이거스 북서쪽 약 100마일(6,700피트 고지) 떨어진 네바다 주 유카 마운틴(Yucca Mountain)을 국가 단일 지질학적 처분장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후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입법자, 법률가, 지질학자, 업계, 지역 주민이 얽힌 격렬한 논쟁과 소송, 예산 삭감이 수년간 이어졌고, 결국 2010년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반면 해외는 전진하고 있다. 핀란드는 자국 5기 원전의 폐기물을 세계 최초의 영구 지하 처분시설(온칼로, ONKALO)에 저장하기 위한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 스웨덴도 유사 프로젝트 시공에 착수했으며, 프랑스·캐나다·스위스는 초기 단계에 있다.


딥 보어홀(Deep Borehole)과 현지 병행 저장

미국 신생기업 딥 아이솔레이션(Deep Isolation Nuclear)지하 매립 개념을 석유·가스 수평시추 기술과 결합하고 있다. 이른바 딥 보어홀 처분은 지표에서 직경 18인치의 수직 구멍을 수천 피트 파고, 그 뒤 수평으로 전환해 터널을 만든다. 부식 저항성 용기(길이 16피트, 직경 15인치, 무게 6,000파운드)에 핵폐기물을 담아 수평 구간에 밀어 넣고 병렬 적층해, 수천 년에 걸쳐 격리 저장한다는 구상이다.

딥 아이솔레이션 CEO 로드 발처는 “가동 또는 폐지된 원전 부지와 동일 부지에 보어홀을 설치하는 방안을 본다”며 “약 80%의 부지에 적합한 셰일 또는 화강암 지층이 가까이에 있어 운반이 불필요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도로·철도 운송 중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발처에 따르면 이 회사는 DOE 산하 ARPA-E(고등연구계획국-에너지)로부터 그랜트를 받았고, 7월에는 역합병(상장 대안) 거래를 통해 공개기업이 됐다. 그는 이 거래로 “텍사스주 캐머런에서 실물 규모 시연 프로젝트를 추진할 자금을 확보했으며, 완전 구현 시점은 2027년 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처리와 SMR 연료의 연결고리

한편 맨해튼 프로젝트 시절(1940년대 중반)에 뿌리를 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라늄 등 유용 성분을 추출SMR(소형모듈원자로) 연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큐리오(Curio), 샤인 테크놀로지스(Shine Technologies), 오클로(Oklo) 등이 추진 중이다. 프랑스1970년대부터 재처리 연료를 자국 원전망에 사용해 왔다.

오클로양갈래 전략으로 투자자 관심을 모았다. 이 회사는 2024년 SPAC 합병을 통해 상장했으며, 초기에는 샘 올트먼(OpenAI CEO)피터 틸의 VC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9월에는 테네시주 오크 리지$16억 8,000만을 투입해 고급 연료 재처리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테네시 밸리 오소리티(TVA)와의 협약을 통해 “TVA 부지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자사 원자로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동 모색하기로 했다.

오클로 대변인은 “우리는 지금 연료 재처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아이들호 폴스아우로라(Aurora) 고속로2027년 말~2028년 초 가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크 리지 시설은 2030년대 초 연료 생산 개시를 예상한다.

다만 오클로는 현재 상업 가동 중인 시설이 없고, 아우로라 원자로에 대한 NRC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매출이 없다. 그럼에도 올해 주가가 약 429%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165억을 넘어섰으나, 최근 한 달간 변동성은 컸다. 윌리엄 블레어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제드 도스하이머는 10월 말 인터뷰에서 “프리 레베뉴 특성상 고위험 종목”이라며 “11월 11일 실적 발표 콜에서 아우로라 계획과 재처리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투자의견 ‘아웃퍼폼’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쌓여가는 폐연료와 비용 부담

현재 39개 주 79개 부지95,000미터톤 이상의 미국 사용후핵연료가 지상 임시 저장 중이다(이 중 약 10,000톤은 핵무기 프로그램에서 발생). 매년 약 2,000미터톤이 추가로 발생한다. 업계 단체인 미국원자력협회(NEI)는 1950년대 이후 누적 폐연료를 한데 모으면 미식축구장 한 면약 12야드 깊이로 덮을 부피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DOE가 법적 의무에도 불구하고 아직 영구 처분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미국 납세자들은 매년 유틸리티에 최대 $8억손해배상을 지불한다. 1998년 이후 정부는 누적 $111억을 지급했으며, 향후 총액은 $445억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DOE 산하 원자력국은 딥 아이솔레이션·오클로 등과 프로그램 협업을 진행 중이나, 연방정부 셧다운을 이유로 세부 논평을 거부했다.


사고의 교훈과 ‘규모’ 논쟁

원전 반대론자들은 스리마일섬(1979), 체르노빌(1986), 후쿠시마(2011) 사고를 상기시킨다. 세 사건 모두 방사능 누출이 발생했고, 특히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는 관련 사망이 있었다. 후쿠시마 이후 일본·독일 등은 원전 운영을 중단·축소했으나, 일본은 이후 원전 재가동에 나섰고 새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는 이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후변화 맥락에서 원전은 무탄소 전원이면서 태양광·풍력과 달리 상시 24/7 가동 가능한 장점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앨리슨 맥팔레인 전 NRC 위원장(2012~2014, 현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갓 배출된 사용후핵연료에 극도로 가까이 접근하면 치명적 피폭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감당 불가능한 초대형 문제인가? 아니다, 해결 가능하다. 화석연료 배출이 초래하는 위협이 핵폐기물보다 훨씬 심각하다.”

맥팔레인은 핵폐기물은 “지하 심층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010년 유카 마운틴 예산 삭감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설치한 미국 핵의 미래에 관한 블루리본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재처리비용이 과다하고 새로운 폐기물 흐름을 만든다며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고, 딥 보어홀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폐기물 용기를 깊은 구멍에 넣으면 중간에 걸리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고 정말 믿는가?”

그는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신규 원자로 패스트트랙은 “현실적이지도, 달성 가능하지도 않다”고 비판하면서도, “가동 중인 원전의 조기 폐쇄는 지지하지 않는다. 나는 반핵이 아니라 실용주의자”라고 말했다. 이어 “간헐성 문제가 없는 장점이 있더라도, 원전은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풍력·천연가스 대비 가장 비싼 전원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빅테크의 원전 귀환과 SMR의 현실 시간표

데이터센터 붐과 함께 원자로 건설 러시는 계속된다. 구글(GOOGL)넥스트에라 에너지아이오와 주듀언 아널드 에너지 센터 재가동에 나섰고, 마이크로소프트(MSFT)컨스텔레이션 에너지(CEG)스리마일섬 1호기2028년 재시동할 계획이다. 메타(META)일리노이 주 클린턴 원전20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미국 내 완공된 SMR은 아직 없으나, 누스케일 파워(SMR), 홀텍 인터내셔널, 카이로스 파워, X-에너지(아마존 후원) 등이 개발 중이다. 실제 건설 중인 유일한 SMR빌 게이츠가 공동 설립한 테라파워와이오밍 주 케머러 프로젝트로, 2030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한다.

팀 저드슨 핵정보자원서비스(NIRS) 전무는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원전이 즉각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공상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원전은 건설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데이터센터는 지금 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기물 책임의 문제도 남아 있다. 기술기업들이 자사 데이터센터 현장에서 핵폐기물 관리를 떠안고 싶은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빌 게이츠는 이미 2023년 인터뷰에서 폐기물 이슈가 원전 도입의 결정적 저해 요인이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폐기물 문제원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아니다. 미국이 전부 원전으로 전력화된다고 가정해도, 몇 개의 방에 들어갈 정도의 규모다. 거대한 문제가 아니다.”


용어 설명과 맥락 정리기초 가이드

SMR(소형모듈원자로): 전통적 대형 원전보다 출력이 작고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해 현장 조립이 가능한 차세대 원자로 개념이다. 표준화·비용절감·시공기간 단축 기대가 크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상업 가동 실적이 없다.

고속로(fast reactor): 빠른 중성자를 활용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재처리 연료 사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오클로의 아우로라가 해당 개념이다.

재처리(reprocessing):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 유용 성분을 화학적·공정적으로 분리해 새 연료로 활용한다. 비용·폐기물 문제 논란이 크다.

딥 보어홀: 지하 수천 피트에 세로-가로 시추 터널을 조성해 용기를 밀어 넣어 장기 격리하는 방식이다. 현장 병행 저장으로 운송 리스크를 줄인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술적 구현성에 대한 논쟁이 있다.

ARPA-E: DOE 산하 고위험·고임팩트 에너지 R&D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SPAC·역합병: 우회상장을 통해 신생 기업이 신속히 상장할 수 있는 구조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원전 현장에는 물이 채워진 수조(pool)건식 캐스크(dry cask)가 보편적이다. 전자는 열 제거에, 후자는 장기 임시 보관에 쓰인다.


분석: 전력 수요-시간표-폐기물 삼각균형

객관적 사실은 분명하다. 전력 수요 급증(AI·제조), 긴 건설 리드타임(원전·SMR), 그리고 미해결 폐기물이 동시에 존재한다. 단기에는 데이터센터 전력은 비원전 자원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에는 SMR·재처리·지하 처분 등 복수 경로가 규제 승인·자본 조달·사회적 수용성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때, 원전의 몫이 확대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카 마운틴의 교훈(과학·정치·지역사회 갈등의 삼중 난제)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 오클로 같은 프리 레베뉴 기업은 규모의 약속과 실행 간 괴리가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딥 아이솔레이션현장 병행 처분은 민감한 운송 리스크를 낮출 잠재력이 있으나, 기술 검증·규제 승인이라는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정책·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떤 공학적 해법도 상용화에 도달하기 어렵다.

결국 원전 르네상스의 성패는 시간표 현실화(건설·승인), 비용 경쟁력(재생에너지·가스 대비), 그리고 폐기물의 안전하고 수용 가능한 처분이라는 세 축이 맞물릴 때 결정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사실들은 그 가능성을 열어두되, 과도한 낙관단정적 비관 모두를 경계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