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 르네상스의 ‘결정적 약점’—방사성 폐기물 해법이 10년 성장곡선을 가른다
이중석의 마켓 인사이트 | 미국 주식·경제 장기전망 오피니언
요약: AI 데이터센터와 재산업화가 전력 수요의 신규 상단을 끌어올리며 미국 ‘원전 르네상스’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1960~70년대 1차 붐 때부터 이어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 장기 처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향후 10년의 투자·정책·설비 확장 곡선은 반복적으로 꺾일 가능성이 크다. 본 칼럼은 최근 뉴스·지표·정책 흐름을 교차 검증해 원전 증설과 폐기물 처리의 ‘병목(Bottleneck)’을 도표·시나리오로 구조화하고, 장기 투자자가 점검해야 할 리스크·촉발 요인·지표를 제시한다.
1) 왜 다시 ‘원전’인가: 수요 정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AI·데이터센터 사이클: UBS는 전 세계 AI 관련 자본지출이 2026년 $5,710억(’25년 $4,230억)으로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컴퓨팅 수요 급증은 전력·네트워크·냉각의 ‘동시 확장’을 요구한다. EEI(미 전력유틸리티 협회) 통계로도 전력 생산은 최근 52주 누적 +2.89% 증가하며 저성장 궤적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참고: EEI 주간 데이터).
-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 제퍼리스 서밋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력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AI가 아니라 재산업화에서 왔다. 즉, AI는 증폭 요인이지만, 제조 리쇼어링과 공정 전기화가 구조적 수요를 만든다. 이 조합은 기저부하(Base-load) 전원의 필요성을 다시 소환한다.
- 연결성의 실체: 전 세계 국제 데이터·음성의 95%+가 해저 케이블을 통해 흐른다. 메타·구글·아마존이 단독 소유 케이블(예: 메타 ‘워터워스’ 5만km, 아마존 ‘패스트넷’ 320Tbps+)을 잇달아 깔고 있다. 데이터는 ‘연결성-연산-전력’의 3축으로만 확장된다. 위성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결론: 전력의 탄력적 추가공급이 없으면 AI·클라우드·연결성 투자는 ‘값비싼 창고’가 된다. 무탄소·상시가동이 가능한 원전은 전원 포트폴리오의 균형추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 장기 성장을 가로막는 유일한 ‘고질병’: 폐기물
미국에는 현재 28개 주 94기 원자로가 운영 중(전력의 약 20% 생산)이며, 신규 건설은 지난 30년간 사실상 전무했다. 그 배후엔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 처분이 수십 년간 미완(未完)이라는 ‘정치적·사회적’ 난제가 버티고 있다.
- 백로그(Backlog): 39개 주 79개 부지에 95,000미터톤 이상의 사용후핵연료가 임시 저장(연간 약 2,000톤 증가). 수조(pool)·건식 캐스크로 버티는 임시해법은 안전성 논란과 비용을 키운다.
- 재정 부담: DOE(에너지부)의 인수 의무 지연 탓에 납세자는 유틸리티에 매년 최대 $8억 배상. 1998년 이후 누적 $111억 지급, 총액이 $445억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유카 마운틴의 좌초: 1987년 네바다 유카 마운틴을 단일 처분장으로 지정했지만, 규제·정치·소송·예산이 얽히며 2010년 중단. 반면 핀란드 온칼로(ONKALO)는 세계 최초 상용 영구처분을 마감 단계까지 전진, 스웨덴·프랑스·캐나다·스위스도 진척.
핵심: 미국은 전원믹스의 심장으로 원전을 다시 부르면서도, 그 ‘발자국’을 땅속 어디에 영구히 묻을지에 대해 아직 사회적 합의를 만들지 못했다.
3) 정책·사업 현황: 증설 가속 vs 난제의 동시 귀환
- 백악관 드라이브: 트럼프 행정명령(5월)으로 향후 25년 원전 전력 생산 4배 확대를 목표. 최근에는 웨스팅하우스(모회사 카메코·브룩필드)와 $800억 규모 전국 원전 건설 프레임워크에 합의—연방정부가 주주로 참여하는 독립 원자력 기업 분할·IPO 논의까지 거론.
- 빅테크의 PPA 복귀: 마이크로소프트-컨스텔레이션의 스리마일섬 1호기 2028 재가동 추진, 메타-컨스텔레이션의 일리노이 클린턴 원전 20년 PPA, 구글-넥스트에라의 아이오와 듀언 아널드 재가동 협력 등. 24/7 무탄소 전력을 장기 고정가격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다.
- SMR 파이프라인: 테라파워(케머러, 2030년대 초 목표), 누스케일, X-에너지(아마존 후원), 홀텍 등이 대기. 그러나 상업 가동 실적은 ‘0’, 자본·인허가·공급망(원전급 대형 단조품)의 3중 제약이 있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4) 기술 해법 3경로—장단점 한눈에 보기
| 해법 | 개념/주요 플레이어 | 장점 | 핵심 리스크/한계 | 현실 시계열(미국) |
|---|---|---|---|---|
| 지질학적 영구 처분(심층 처분장) | 유카 마운틴(중단), 해외: 핀란드 온칼로(준공 임박) | 가장 검증된 컨셉, ‘한 번 묻고 끝’의 확실성 | 부지 정치·사회적 수용성, 수십 년 프로젝트 리스크 | 새 규범·합의 틀 복원 시 2030년대 중반 이후 가시화 |
| 딥 보어홀(on-site 병행) 처분 | 딥 아이솔레이션(ARPA‑E 지원, 2027 시연 목표) | 원전 부지 인접 시 운송 리스크↓, 모듈식 확장 | 대용량 처리·장기 구조적 안정성 검증 필요, NRC 표준 부재 | 시연 성공+규제 틀 정립 시 2028~32 파일럿 가능 |
| 재처리 → 신형로 연료화 | 오클로(아우로라·재처리), 큐리오, 샤인; 해외 프랑스 상용 | 순폐기량↓, 에너지 회수↑, SMR 연료자립 경로 | 비용↑, 새로운 폐기물 스트림 발생, 확산·보안 이슈 | 파일럿 2027~30, 상업성은 2030년대 초·중반 검증 |
주: 표의 시계열은 정책·규제 승인과 자본 조달 전제의 보수적 가정.
5) 숫자로 읽는 ‘폐기물-전력-투자’의 균형
- 폐기물 저수지: 누적 95,000t 이상, 매년 2,000t 증가—현장 임시저장은 필수적 비상조치이지, 영구해법이 아니다.
- 재정 충당: 납세자→유틸리티 배상 $111억 누적, 향후 $445억 가능성. 전원믹스 전환 비용의 ‘숨은 항목’이 회계에 반영되고 있다.
- 전력 수요: EEI +2.89% (52주 누적), BNEF·UBS·Hyperscaler Capex의 동시 확대. ‘연결성’(해저 케이블 95%+)이 만드는 데이터 흐름은 전력과 직결.
투자자에게 숫자가 말하는 것: 원전 증설은 정치적 합의·규제 혁신·폐기물 해법을 전제로만 ‘현실’이 된다. 폐기물 지연은 가동률·수명연장(Refurbishment)에는 우호적이지만, 신규 착공에는 ‘페널티 금리’를 붙인다.
6) 2025~2035 시나리오—정책·기술 트리거별 3갈래
Baseline(중간값)
- 가동원전 수명연장이 주도(연방·주정부 차원의 PPA·용량시장 지원).
- 딥 보어홀 시연 성공 → 2029~2032 일부 부지 상업 파일럿. 재처리 파일럿은 2030년대 초 연료 스케일업 여부 판단.
- SMR 1~2기 2030년대 초 가동—그러나 대형 경수로 대비 CAPEX/kW 경쟁력은 ‘기술·표준화’ 진전에 좌우.
Accelerated(상향)
- 의회가 ‘합의 기반 처분(Consent-based siting)’에 예산·절차 프리미엄을 부여, 유카 마운틴 대체 경로 가속.
- Hyperscaler가 24/7 원전 PPA를 대규모 벤치마크로 채택—균등화비용(LCOE) 우려를 수요자 확정으로 상쇄.
- 재처리-고속로 체인이 2030년대 초반 연료 단가·규모·보안성에서 ‘OK’ 판정을 받으면, SMR 클러스터 확산.
Stalled(지연)
- 정치·지역 반발로 영구 처분장 재추진 좌초, 딥 보어홀 규제표준 확립 지연 → 임시저장만 영구화.
- SMR 공급망(단조품·엔지니어링) 병목과 금리상승이 자본비용을 끌어올려, 재생+가스 대비 상대가격 열위 고착.
7) 감시해야 할 촉발 요인(Trigger)·KPI Check-list
- 의회·DOE: 합의 기반 처분장 로드맵, 폐기물 기금의 사용처 리디자인(현금배상→시설투자).
- NRC(원자력규제위): 딥 보어홀·재처리·고속로 표준 심사체계의 ‘절차·기준’ 공개—투자은행·기관의 듀 딜리전스 기준점.
- Hyperscaler PPA: 24/7 원전 장기 고정가격(Inflation-linked) 계약의 레이트카드 현실화—유틸리티·Merchant 사업 모델 차별화.
- CAPEX·공급망: 대형 단조품(압력용기), 핵급 밸브/펌프, 용접 인력의 리드타임—EPC(설계·조달·시공) 리스크 프리미엄 판가름.
- 전력도매가격·용량시장: PJM·ERCOT·MISO 등에서 원전 가동률/용량요금이 재무실적에 반영되는지.
8) 섹터별 장기 투자 함의—‘무연(無煙) 베이스로드’의 귀환
유틸리티(전력)
- 규제자산(RAB) 확대가 가능한 규제형 유틸: 원전 수명연장·안전투자·폐기물 비용을 요금베이스로 전가할 수 있다면 EPS 가시성↑.
- Merchant 원전 보유사는 PPA·용량시장·REC(무탄소 인증) 조합으로 스프레드 변동성 관리가 관건. 장기 고정계약이 멀티플 리레이팅의 열쇠.
개발사·정비·EPC
- 테라파워·누스케일·X‑에너지·홀텍 등은 ‘첫 기’의 시간·비용이 밸류에이션을 지배. 프리 레베뉴 변동성 감내 필요.
- 정비·연료 교체·수명연장 수요는 신증설 지연 시에도 Cash-cow. O&M(운영·정비) 장기 계약은 경기방어성 자산.
연료·자재
- 우라늄—Cameco 등: 공급 사이클 타이트. 정책·제재 리스크와 스왑가격 변동성 관리 필요.
- 핵급 소재·단조품—글로벌 과점 구조. CAPEX 사이클 선행주자.
데이터센터·빅테크
- 24/7 무탄소 PPA(원전·수력)는 ‘탈-그린워싱’ 수단. 전력비·지연시간·레질리언스(중복경로)가 TCO의 3요소가 됨.
투자 원칙: ① ‘정책·인허가’ 가시성이 높은 역내 사업자, ② PPA·용량요금으로 현금흐름을 고정할 수 있는 사업자, ③ 공급망 병목의 가격결정력 보유 업체를 선호. 반대로, ④ 현금소진 속도>마일스톤인 SMR 개발주는 포트폴리오 소수 비중의 옵셔널리티로 접근.
9) 리스크 매트릭스—우리는 무엇을 오판하기 쉬운가
- 비용 초과/지연: 최근 준공 2기 모두 $150억+ 초과·수년 지연. ‘첫 기 리스크’는 규칙이지 예외가 아니다.
- 사회적 수용성: NIMBY·부지정치. 유카 마운틴의 교훈—과학만으론 안 된다. 보상·참여·투명성의 ‘3P 계약’ 필요.
- 규제 불확실성: NRC 표준이 ‘새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술은 투자자본을 소진하고 생태계는 냉각된다.
- 공급망: 대형 단조품·핵급 부품·용접 인력 등 병목. 리드타임·품질·비용이 동시 압박.
- 금리: 장기자본 조달의 현재가치 민감도↑—규제형 유틸·PPA 고정계약이 ‘헤지’가 된다.
10) 데이터·뉴스 크로스체크—팩트 앵커
- UBS: 2026년 글로벌 AI CAPEX $5,710억 상향(’25년 $4,230억). 하이퍼스케일러의 컴퓨팅 수요·수익화 가속이 근거.
- EEI: 최근 52주 누적 전력 생산 +2.89%. 하절기 이후에도 전력 수요의 ‘바닥’이 올라옴.
- 제퍼리스 서밋: 전력가격 상승의 1순위는 AI가 아니라 재산업화. 산업용 부하가 가격 구조를 바꾼다.
- 해저 케이블: 국제 트래픽의 95%+를 운반. 메타 ‘워터워스’(5만km), 아마존 ‘패스트넷’(320Tbps+) 등 대륙간 연결 강화.
- 원전·폐기물: 미국 누적 사용후핵연료 95,000t+, DOE 배상 누계 $111억. 유카 마운틴 좌초, 핀란드 온칼로 상용화 임박.
11) 정책 제언—‘3단 레일’이 필요하다(칼럼니스트 견해)
- 레일 #1: 합의 기반 처분장(Consent-based)—유카 마운틴 과거사에서 정치적 강행의 대가를 학습했다면, 지역 참여·보상·투명을 제도화하라. 처분장만이 아니라, 연구·고용·인프라를 포함한 ‘에너지 혁신팩’을 설계해야 한다.
- 레일 #2: on-site 병행·딥 보어홀의 규제 샌드박스—운송 리스크를 낮추고 부지별 지질 다양성을 활용하라. ARPA‑E 지원과 병행해 NRC의 ‘조건부 실증’ 트랙을 신설, 5년 내 실증-10년 내 상업의 가속도를 만들어야 한다.
- 레일 #3: 24/7 무탄소 PPA의 표준계약—빅테크·유틸리티·정책당국이 인플레이션 연동·성능지표·중단보상이 명확한 템플릿을 공개하라. 장기 고정수요가 있으면 자본비용은 낮아지고, 첫 기 리스크는 줄어든다.
이 3가지 레일이 깔리면, 전력 믹스의 무연(無煙) 베이스로드로서 원전의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제도에서 회복된다.
12) 맺음말—낙관도, 비관도 아닌 ‘구조적 실용주의’
원전은 탄소 제로·상시·대용량이라는 희소한 조합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더라면, 지난 30년은 달랐을 것이다. 폐기물은 기술보다 제도와 사회의 문제다. 합의 기반 처분과 현장 병행 처분, 재처리-고속로의 포트폴리오 접근은 충분히 ‘실용적’이다. AI·재산업화·해저케이블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연결-전력의 복합 사이클은 거대하다. 이 사이클에서 원전이 핵심 노드가 되려면, ‘오래된 숙제’를 먼저 지워야 한다. 투자자는 지금부터 정책·규제·PPA라는 3개의 레버가 언제, 어떻게 동시에 당겨지는지 지켜볼 일이다.
참고 기사·데이터 출처: UBS AI CAPEX 상향(Investing.com 인용), EEI 전력 생산 주간 지표, 제퍼리스 서밋(전력가격 상승 원인), 해저 케이블(메타·아마존 단독 프로젝트; CNBC 심층취재), 미국 원전·폐기물 현황(CNBC 분석 리포트). 본 칼럼의 수치·사실은 상기 보도를 교차 인용·검증해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이 아닌 정보 제공 목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