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간 원유 재고 급증
뉴욕 = Investing.com— 미국 석유협회(API)가 5월 셋째 주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과 달리 증가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고했다. 이 소식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7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배럴당 78.23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API 주간 통계에서 5월 17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상업용 원유 재고가 250만 배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 310만 배럴 감소, 그리고 시장 전망치인 310만 배럴 감소와 정반대의 결과다.
API는 휘발유(gasoline) 재고가 210만 배럴 늘었다고 발표했다. 반면 중간유(distillate) 재고는 32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휘발유 재고의 증가는
“여름철 운전 성수기를 앞두고 수요가 강할 것”이라는 기존 기대감을 약화시킨다
고 시장 참가자들은 평가한다.
정부 전략비축 휘발유 100만 배럴 매각 계획
재고 증가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동북부 지역 전략비축 전략(Strategic Gasoline Reserve)에서 100만 배럴 규모의 휘발유를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여름 휴가철에 휘발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방출은 정부가 팬데믹 기간 중 긴급 상황에 대비해 구축한 비축분 가운데 일부를 시장에 내놓는 첫 사례다. 에너지부는 “낙찰 절차는 6월 초부터,” 실제 공급은 “7월 중순 이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식 에너지정보청(EIA) 재고 통계 주목
EIA(미 에너지정보청)의 공식 주간 석유 재고 보고서는 한국 시각으로 23일 밤 발표될 예정이다. 통상 EIA 통계는 WTI 가격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은 “API와 유사한 흐름이 재확인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EIA 역시 예상 외 재고 증가를 확인시키면, 최근 80달러선 안착을 시도하던 WTI 가격은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EIA가 재고 감소를 발표하면 가격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
전문가 해설: API·EIA 통계란 무엇인가?
API는 미국 석유업계를 대표하는 민간 단체로, 매주 화요일 장 마감 후 자체적으로 집계한 원유·제품 재고 데이터를 공개한다. EIA는 미 에너지부 산하 공식 통계기관으로, 수요일 오전(현지시간)에 더 포괄적이고 세부적인 재고 보고서를 내놓는다. 두 기관의 수치는 표본·산출 방식이 달라 단기적으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 추세는 대체로 수렴한다.
투자자들은 주 초에 나오는 API 수치를 ‘예고편’ 정도로 간주하고, EIA 수치를 ‘본편’으로 받아들여 포지션을 조정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장 영향 및 향후 변수
이번 예기치 못한 재고 증가는 여름철 수요 회복 속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시험한다. 동시에 휘발유 방출 계획이 단기적 가격 안정에 기여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러시아·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여부, 미국 셰일업계 생산 추세 등 공급 변수까지 맞물려 하반기 유가 방향성을 복잡하게 만든다.
특히 OPEC+ 회의(6월 1일 예정)를 앞두고 이번 재고 통계가 “현행 감산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수요 부진이 아니라 일시적 물류 지연”이라는 분석도 있어, 공식 통계와 추가 데이터 확인이 필수적이다.
전망과 기자 의견
단기적으로는 재고 증가가 유가 하방 압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중·장기 방향성은 OPEC+ 정책 결정, 글로벌 경기 모멘텀, 지정학적 리스크에 달려 있다. 최근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황이 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헤지 전략과 적절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기차(EV)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 증가 등 구조적 수요 변화도 장기적 관점에서 체크해야 한다. 원유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수요·공급 공식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기술·정책·시장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번 재고 증가는 ‘강세로 기울던 시장의 균형추’를 잠시 되돌렸을 뿐, 근본적 추세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급 균형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데이터 기반의 짧은 대응”과 “장기 비전의 이중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