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국 반도체기업 中공장 ‘VEU 특혜’ 전면 철폐…글로벌 공급망·월가 지형 바꿀 5대 장기 파장

① 사건 개요 : ‘패스트트랙’이 멈췄다

2025년 9월 3일 미국 상무부는 Validated End User(이하 VEU) 제도를 통해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외국계 팹이 누려 왔던 중국 공장向 첨단 장비·소프트웨어 수출 간소화 특혜를 전면 철회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세 기업은 건별 라이선스를 다시 신청해야 하며, “생산 능력 증설 또는 공정 업그레이드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② 현황 데이터 : ‘중국 내 매출·캐팍스’ 의존도

회사 중국 소재 공장 2024 매출 中 비중 연간 중국 CAPEX(최근) 주요 공정
TSMC 난징(28nm·16nm), 상하이(8-inch) 3% $28억 28/16nm 혼합
삼성전자 시안(V-NAND), 쑤저우(PKG) 12% $60억 176·236단 V-NAND
SK하이닉스 우시(DRAM·NAND) 15% $47억 1a/1b DRAM·238단 NAND

*CAPEX 추정치는 회사 IR·Nikkei Asia·TrendForce 종합


③ 정책 배경 : ‘스마트 컨트롤’ 전략의 확대

  • 美 상무부 BIS는 2022년 10월 ▲14nm 이하 로직 ▲18nm 이하 DRAM ▲128단 이상 NAND 장비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나, VEU 제도를 경유해 세 기업의 유지·보수성 반입은 일괄 승인했다.
  • 2025년 들어 AI 칩 예외(엔비디아 H20·AMD MI309)를 일부 허용해 ‘완화 신호’를 보냈으나, 메모리·장비 부문에서는 오히려 규제 고삐를 죄었다. 바이든·트럼프 모두 “중국의 공정 확장 억제”에는 초당적 합의를 형성했다.
  • 이번 조치는 “AI 설계 IP는 수출하되 제조능력은 틀어막는다”는 이른바 분절(Decoupling) 2.0 로드맵의 첫 번째 본격 이벤트다.

④ 장기 파장 ❶ : CAPEX·ROIC·밸류에이션 3중 압박

① 유지 CAPEX 증가 – 건별 허가 절차가 평균 90→180일로 늘어나면서 예비 부품·소모성 자재를 선(先)재고로 쌓아야 한다. 이는 영업운전자본 증대를 통해 FCF 마진을 0.5~1.2%p 희석할 전망이다.
② 투자 회수 기간 연장 – 생산능력 증설이 막히면 중국 지분법/종속법인은 ‘슬로우 믹스(구형 공정 지속)’ 상태에 머문다. ROIC(투하자본수익률)는 TrendForce 추정 기준 삼전 –1.1%p, 하이닉스 –1.4%p, TSMC –0.3%p 하락한다.
③ 밸류에이션 할증 해소 – 과거 “중국 내 잠재 수요”를 근거로 부여했던 P/B·EV/EBITDA 프리미엄이 10~15% 축소될 공산이 높다. 월가 IB 11곳 평균 목표가를 시뮬레이션하면 SK하이닉스는 185→164달러, 삼성전자 ADR은 80→71달러, TSMC ADR은 185→172달러로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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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장기 파장 ❷ : 공급망 재배치 가속—美 내 ‘레디-셋-고’ 압력

이미 세 기업은 CHIPS & Science Act 인센티브를 전제로 미국 내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 TSMC – 애리조나 Fab21(5nm)→Fab22(3nm)→Fab23(2nm) 단계적 전환, 총투자 650억 달러로 상향;
  • 삼성전자 – 텍사스 테일러 Fab(4nm→2nm), 패키징 R&D 캠퍼스 포함 450억 달러;
  • SK하이닉스 – 인디애나 애군 메모리 패키징/AI GPU 메모리 팹, 220억 달러.

이번 규제로 미국 공장 ROI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 되면서, 현지 증설 스케줄은 최소 6~12개월 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애리조나주·텍사스주 산업개발공사 채권 발행이 늘고, 미 건설·장비·소재 섹터에 ‘후행 호황’이 번질 전망이다.


⑥ 장기 파장 ❸ : 中 자립화·허가 우회 시나리오

중국 정부는 이미 장비 국산화율 2030년 70%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사태가 촉매가 돼 ▲Shanghai Micro Electronics(SMEE) 스캐너 ▲Naura·Advanced Micro-Fabrication Equipment(AMEC) 식각 장비에 대한 대규모 국고 보조금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성능 격차는 2028~2030년 3세대(約5년)로 축소될 것이란 것이 반도체 장비협회(SEMI) 내부 로드맵이다. 다만 완전한 대체까지는 최대 7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2026~2029년 ‘중간 갭’ 동안 글로벌 장비·소재社가 회색지대(Gray-Zone) 매출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⑦ 장기 파장 ❹ : 메모리 업사이클 vs. 수요 탄성

생산능력 캡이 걸리면 공급 억제→ASP 상승 시나리오가 직관적이다. 그러나 AI 서버 수요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PCIe SSD 등 첨단 공정 비중이 높아 중국 구형 설비로는 대응이 힘들다. 결국 신규 캐파는 미국·한국·대만으로 집중되고, 글로벌 DRAM·NAND Cyclical 업사이클이 2026~2027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가격 탄력성이 떨어지는 PC·모바일 수요는 ‘중국산 저가 메모리(창장·CXMT)’로 부분 대체될 전망이라, 세 기업의 ASP 확대 효과는 리니어(linear)하지 않을 것이다.

주목

⑧ 장기 파장 ❺ : 월가 자본조달 환경—투자심리 득실 분석

이점 : 1) 미국·일본·네덜란드 장비社의 수주 가시성이 높아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ASML, TEL 등 공급사 주가에 구조적 프리미엄이 부여. 2) 美 현지공장 증설 덕에 지방채·산업단지 REIT 등 인프라 파생 투자처 탄력.
리스크 : 1) 중국발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초기 투자비 급증 → 순차입/EBITDA 레버리지 악화. 2) 미국·EU 보조금 Cap 소진 시 장기 현금흐름 변동성 확대. 3) 中 ‘원천 기술 내재화’ 성공 시 2030년 이후 글로벌 마진 압박 재현.


⑨ 포지셔닝 전략 : ‘K-Barbell’ & ‘미국 리쇼어 ETF’

핵심 아이디어 : 한쪽 끝은 미국 장비·인프라 수혜(티커: SOXX, PAVE)에 Overweight, 다른 한쪽 끝은 한국·대만 메모리 업사이클에 대한 High-Beta(005930.KS, 000660.KS, TSM) 장기 보유.
헤지 수단 : KRBN(탄소배출권 ETF)·DBC(원자재 인덱스)로 달러 강세·에너지 비용 쇼크 완충.
옵션 전략 : 넥스트 18개월 변동성 고점(25~27%)에 OTM 콜 매도, 인컴 확보 후 하방은 2단 하락 Knock-In 풋 스프레드로 제한.


⑩ 결론 : ‘파편화된 글로벌화’ 시대의 뉴노멀

VEU 특혜 철폐는 단순 규제 변경이 아닌, ‘생산력은 美·消費는 中·기술은 同盟’이라는 3기 축 분업 구조를 고착화한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이어진 무역자유화→글로벌 과잉공급→저물가 체제에 균열을 일으켜, 장기적으로 美 인플레이션 중립금리가 25~35bp 상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미국 내 팹 증설 레이스는 제조업 고용·지역균형·친환경 인프라 투자에 ‘초장기 금융 수요’를 창출해, 채권·주식·실물 자산이 얽힌 뉴 리플레이션(New-Reflation) 테마를 형성할 것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①국가별 리쇼어 속도차, ②공정별 수익성 편차, ③중·장·장초장기 정책 가변성을 입체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반도체=단일 사이클’이라는 과거 프레임은 유효하지 않다. 대신 가격·외교·기술·환경 규제가 얽힌 다중 균형 게임이 새로운 투자 지도를 그릴 것이다.

※ 집필자 주 :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필자는 언급된 종목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