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PPI 둔화에 힘입어 연내 연속 기준금리 인하 전망 강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연말까지 연속적으로 완화 기조를 이어 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한층 강화됐다. 이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돼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연준이 정책 완화에 나설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연방기금선물 가격을 통해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p) 인하가 단행된 뒤 같은 폭의 추가 인하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이는 선물 가격에 내재된 정책 금리 기대치를 분석한 결과로, 사실상 시장이 올해 내내 완만한 금리 인하 사이클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7월의 3.1% 상승률에서 뚜렷이 둔화됐다. PPI는 기업이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선행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제조·도소매 기업들의 비용 증가 속도가 느려졌다는 이번 발표는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려 연준의 완화적 선택을 정당화하는 요소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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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

지금 당장 대폭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고 재차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연준에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으며, 이번에도 “빅 컷(big cut)”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0.25%포인트 이상의 단행을 주문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가 향후 몇 달간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9월 CPI는 11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이며, 연준 목표치인 2%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신호가 공존함에 따라 9월 회의에서 전격적인 대폭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Global X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스콧 헬프스타인(Scott Helfstein)은 보고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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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들은 현재로서는 뚜렷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연준 결정에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물가 지표“라고 밝혔다. 그는 또 “PPI 둔화는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도 “연준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9월에는 완만한 인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용어 해설 :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선물은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의 연방기금금리를 전망하며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만기별 가격 변동을 통해 투자자들은 특정 시점의 정책금리 기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물 가격이 높다는 것은 채권 가격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하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최근 선물 가격이 꾸준히 상승한 것은 시장이 연준의 완화적 행보를 이미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PPI·CPI 차이점

PPI가 생산 단계에서의 가격 변화를 추적한다면, CPI는 가계가 실제로 지출하는 상품·서비스 가격을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PPI는 원가 측면의 선행지표로 활용되지만, 소비 단계의 물가 상승 압력이 최종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연준은 CPI를 더 중시한다. 이번 PPI 둔화에도 불구하고 CPI가 2%를 상회한다면 연준 내부에서는 향후 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될 수 있다.

• 기자 해설

물가를 진정시키면서도 경기 회복을 도모해야 하는 연준의 ‘이중 과제’가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중 관세 전쟁, 주요국 제조업 경기 냉각,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 악재에 노출돼 있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정책을 강화했고, 캐나다·호주 등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환경은 연준의 단독 행보를 어렵게 만들며, 시장은 글로벌 동조화 통화정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연방기금 목표 범위)는 2.00~2.25%로 이미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만약 성장세가 예상보다 급격히 둔화될 경우,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QE)라는 비전통적 수단을 다시 동원해야 할 수도 있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사이클에서 총 세 차례 이상 인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나, 미·중 무역 합의,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인하 폭이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리하면 이번 PPI 둔화는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공했지만, 소비자물가·관세·정책 여력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연준의 향후 행보를 결정하는 열쇠다. 연준이 ‘예방적 인하’ 전략을 고수할지, 아니면 물가 상승 압력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설지는 11일 CPI 발표18일 FOMC 성명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