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Reuters)—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예산 협상에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10월 1일 0시(현지시간) 기준으로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임시 지출 법안(Continuing Resolution·CR) 통과 방식과 재정 규모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대치 중이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만약 정부가 실제로 문을 닫을 경우 금융 규제기관의 운영이 최대 90% 가까이 축소되고, 고용·물가 등 핵심 거시지표 발표가 지연될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정보 공백을 초래해 변동성 확대와 방어적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에도 셧다운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시장은 대체로 단기적 이벤트로 간주하고 큰 충격 없이 넘어간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에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통계가 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자료라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운다.
“연준이 데이터를 잃으면 ‘눈을 가린 채’ 비행하는 상황이 된다”
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1) 지표 공백이 가져올 시장 시나리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10월 초 발표 예정인 9월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CPI) 등 굵직한 경제지표가 연이어 연기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어떤 경기 둔화 폭이 실제로 진행 중인지”를 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TD 증권은 보고서에서 “채권금리 곡선(미국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 정상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서 ‘채권금리 곡선의 스티프닝(steepening)’이란 단기물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장기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하락하거나 오히려 상승해 단·장기 금리 차이가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 베팅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기존 전망치(2025년 중 두 차례 25bp 인하)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시장은 “정보 부족→정책 불확실성→가격 변동성 확대”라는 3단계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2) 금융 규제기관 ‘셧다운 모드’
SEC(증권거래위원회)는 8월에 공개한 ‘예산 중단 대비 계획’에서 평상시 인력의 9%만 필수 인력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장사 분기·연차보고서 검토, 사기 조사, 신규 규정 집행 같은 핵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다는 의미다.
선물·옵션 시장을 감독하는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역시 거의 전 직원이 무급휴가에 들어가 “시장 감시 레이더가 꺼지는 상황”이 펼쳐질 전망이다. 과거 셧다운 기간 중 CFTC가 발표하던 거래자 포지션 보고서(COT)가 지연·누락됐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금융안전망 축을 담당하는 연준·연방예금보험공사(FDIC)·통화감독청(OCC) 등 은행 규제당국과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의회 예산이 아닌 별도 재원으로 운영되기에 정상 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3) IPO 및 공시 일정 ‘올스톱’
시장에서는 최근 수개월간 되살아난 IPO(기업공개) 호조세가 급제동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SEC 승인 없이는 신규 상장 절차가 진행될 수 없으며, 이미 제출된 상장 서류(review comment)에 대한 피드백 역시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EC는 EDGAR(전자공시) 시스템 유지·관리 계약이 고갈될 때까지 기존 상장사의 정기보고서 파일링 자체는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만 설명했다.
4) “정부 셧다운, 왜 반복되나” — 제도적 배경
미국 연방정부 예산은 10월 1일에 시작해 다음 해 9월 30일에 끝나는 회계연도(FY)를 기준으로 편성된다. 의회가 해당 기한 내에 예산법안 12개를 모두 통과시키지 못하면, 잠정적 조치로 CR(Continuing Resolution)을 통해 직전 회계연도 지출 수준을 일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CR마저 불발될 경우 정부 기능이 부분 정지되는 셧다운이 발생한다.
1995~1996년(총 21일), 2013년(16일), 2018~2019년(34일) 등 역사적 사례를 보면,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연방 공무원 임금 지급 지연·관광 명소 폐쇄·경제 성장률(GDP) 손실 등이 누적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경제적·정치적 부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 시장·정책 전망에 대한 전문 기자 시각
첫째, 채권 투자자에게는 ‘정보 공백’이 일종의 빅데이터 실험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종 대체 데이터(위성 사진, 카드 결제 빅데이터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분석업체와 플랫폼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다.
둘째, 연준의 스탠스가 예상보다 빨리 비둘기파로 기울 수 있다. 고용·물가 흐름을 확인할 공식 지표가 없다면, 연준은 ‘선제적 긴축 유지’보다 ‘정책 실수 방지’를 중시하는 쪽으로 기우는 편이 합리적이다. 이는 결국 단기 국채 금리 하락→달러 약세→신흥국 자금 유입 구도로 퍼질 수 있다.
셋째, IPO 시장의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의 엑시트(투자회수)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상장 기업 가치 재조정, 즉 ‘다운 라운드(down round)’로 이어질 수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다.
종합하면, ‘정치 이벤트’로만 여겨지던 연방정부 셧다운이 글로벌 자산 가격과 유동성 흐름 전반을 뒤흔드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순히 “모두가 겪는 불편”을 넘어, 거시·정책·마이크로 지표의 공백 리스크를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