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미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다음 주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셧다운이 시작되면 비필수 공무원이 대거 업무를 중단하고, 정부 기관의 서비스와 자료 공개가 지연되거나 중단된다.
2025년 9월 2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행정 공백은 금융시장 및 투자자에게도 직·간접적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금융규제 기관의 인력 축소와 주요 경제 지표 발표 지연이 맞물리면, 투자 판단에 필수적인 정보 흐름이 막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과거 사례를 보면, 월가 참가자들은 셧다운을 일시적 정치 이벤트로 간주하며 비교적 빠르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속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주요 통계가 줄줄이 지연되면 연준(Fed)은 사실상 ‘눈 가리고 비행’해야 한다”노무라 보고서(2025년 9월)
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무라 애널리스트들은 월간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CPI) 같은 핵심 데이터가 발표되지 않을 경우, 연준이 스스로 전망한 ‘2025년 두 차례(각 25bp) 기준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고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평가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 둔화 정도를 가늠할 공식 데이터가 부족해지면서, 국채 수익률 곡선(Treasury yield curve)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TD증권은 내다봤다.
국채 수익률 곡선은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스티프닝)되면 시장은 미래 금리 인하를 반영한다. 셧다운 장기화로 연준의 정책 경로 예측이 불확실해지면, 투자자들은 장기물 금리 하락(가격 상승)을 선제적으로 베팅할 가능성이 있다.
◆ 복잡한 거래·IPO 일정에도 차질
일부 기관 투자자는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를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규제 당국의 유권 해석이나 서면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셧다운 동안에는 해당 부처의 인력이 크게 줄어 거래 실행이 지연·취소될 수 있다.
또한 기업공개(IPO) 시장도 영향을 받는다. 모든 신규 상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사·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셧다운이 발생하면 SEC가 ‘스켈레톤 스태프(필수 인력만 남긴 최소 운영)’ 체제로 전환돼 신규 심사가 사실상 중단된다. 최근 수개월간 되살아난 뉴욕증시 IPO 열기에 찬물이 끼얹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금융 규제 기관은 어떻게 운용되나?
SEC는 2024년 10월 작성한 ‘정부 자금배정 중단 시 운영계획’에 따라 필수 인력만 남기고 대다수 직원을 무급휴가(furlough) 조치한다. 이는 기업 공시·시장 감시·불공정행위 조사 기능이 대폭 축소됨을 의미한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역시 2023년 계획에 의해 ‘거의 전원’이 휴업에 들어가, 선물·옵션시장 감독 및 트레이더 포지션 보고서(COT) 발간이 중단된다. 과거 셧다운 때도 COT 보고 지연이 헤지펀드·애그리펀드의 포지션 분석을 어렵게 만든 바 있다.
반면, 예산 승인과 무관하게 자체 수수료로 운영되는 연준(Fed)·통화감독국(OCC)·연방예금보험공사(FDIC)·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등은 정상 근무를 이어간다.
◆ 과거 사례가 주는 교훈
2019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35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셧다운은 규제 완화(De-regulation) 추진에도 제동을 걸었다. 규제안 작성 절차를 연방규정관리국(OFR)이 ‘공식 공표’해야 하는데, 해당 부서 직원이 대량 휴가에 들어가면서 일정이 밀린 것이다.
◆ 용어 해설
- 셧다운(Shutdown):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정부기관 일부가 문을 닫는 상태.
- SEC: 주식·채권시장 감독, 기업 공시·심사를 담당하는 독립규제기관.
- CFTC: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을 감독하는 기관.
- Yield Curve 스티프닝: 장단기 금리 차가 벌어져 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
◆ 전망 및 의미
시장 참여자들은 셧다운 지속 기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며칠 내 봉합되면 단기 이벤트로 끝날 수 있지만, 데이터 공백이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연준 정책·채권가격·IPO 일정·복잡한 금융거래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 결국 셧다운은 정치 이슈를 넘어 정보의 단절이 곧 리스크가 되는 현대 금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