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23일(현지 시각) 전장 대비 0.06달러(−0.09%) 내린 배럴당 74.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달물 개솔린(RBOB)은 0.0187달러(+0.90%) 오른 갤런당 2.11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 커싱(Cushing) 원유 재고가 3주 연속 증가한 점이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주간 재고 통계에서 원유와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낙폭은 제한됐다.
또한 달러 인덱스(DXY)가 2주래 최저치로 떨어지며 달러 약세가 원유 구매 비용을 낮춰 에너지 가격 지지 요인이 됐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간 통상 합의 소식까지 겹치며 글로벌 수요 전망이 다소 개선됐다.
주요 경제·수급 변수
미국 6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7% 감소한 393만 건(연율 기준)으로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0.7%·400만 건)을 하회한 이 지표는 경기 둔화와 함께 에너지 수요 둔화 가능성을 시사해 유가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원유 수출 재개 전망도 공급 증가 우려를 키웠다.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 이후 중단된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23만 배럴 규모로 재개할 계획을 승인했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으로, 추가 물동량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추가 제재를 승인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 은행 20곳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배제하고, 105척의 ‘그림자 선대’(shadow fleet)*를 포함한 러시아 관련 선박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러시아 원유·정제품의 글로벌 이동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공급 측면에서 유가 상승 요인으로 해석된다.
*주그림자 선대란? : 원산지 조작·위장 운항 등으로 제재를 회피하며 원유를 운송하는 비정규 선박군을 일컫는 업계 용어다.
OPEC+ 정책 변화 시나리오
시장에서는 OPEC+가 7월 5일 합의했던 8월 증산폭(일 54만8천 배럴)에 이어 9월에도 동일 규모를 추가한 뒤, 10월부터는 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하반기 원유 수요가 둔화될 경우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의 재고가 쌓이며 2025년 4분기에는 소비 대비 1.5%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6월 OPEC+ 산유량은 전월 대비 36만 배럴 증가한 2,810만 배럴을 기록, 1년 반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안정’ 명분으로 과잉 생산국(카자흐스탄·이라크 등)을 압박하기 위해 공격적 증산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IA 주간 재고 세부 내용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7월 18일 주간 통계에 따르면 상업용 원유 재고는 317만 배럴 감소해 시장 예상치(15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웃돌았다. 휘발유 재고 역시 170만 배럴 줄어들어 20만 배럴 감소 전망을 상회했다. 반면 디젤 등 중간유분 재고는 290만 배럴 늘어나며 125만 배럴 감소 기대와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커싱 허브 재고는 45만5천 배럴 늘었다. 이 지역은 WTI 선물 인도지점으로 미국 내 원유 물류 허브 역할을 한다. 재고 증가는 곧바로 선물 가격 약세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미국 원유 재고(계절 조정)는 5년 평균 대비 8.6% 낮으며, 휘발유 재고는 0.2% 높다. 중간유분 재고는 18.5% 낮아, 난방유·항공유 공급이 여전히 타이트함을 시사한다.
미국 생산·시추 동향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27만3천 배럴로 0.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는 422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급감한 수치로, 민간 셰일업체의 자본 규율 강화가 반영된 결과다.
RBOB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규제 충족을 위해 산소 혼합을 전제로 만든 개솔린 반제품 선물을 의미한다. 통상 휘발유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시장 전망 및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재고 감소·달러 약세·러시아 제재라는 상승 요인과, 미국 주택지표 부진·이라크 북부 수출 재개·OPEC+ 증산이라는 하락 요인이 맞서는 힘겨루기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8월 이후 OPEC+의 실제 증산 이행 여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유가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내 글로벌 원유 수급은 계절적 성수기(북반구 겨울철)를 전후로 다시 타이트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중국·유럽 경기 둔화가 심화될 경우 수요 회복의 탄력은 제한될 수 있어, 브렌트 기준 80~85달러, WTI 기준 70~78달러 박스권 등락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결국 시장은 재고 지표의 방향성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공급-수요 균형’이 어느 쪽으로 쏠리는지 가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