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업계, 지난해 M&A 규모 3배 급증…성장 전략으로 방향 선회

미국 석유·가스 업계가 2024년 한 해 동안 M&A(인수·합병)에 2,066억 달러를 집행하며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2022년 고점 이후 둔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 효율성 제고와 장기 수익성 강화를 꾀한 결과로 분석된다.

2025년 8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Ernst & Young)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4년 미국 에너지업계 M&A 지출액이 2,066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의 479억 달러 대비 무려 331% 증가한 수준이다.

Bruce On EY 전략·에너지 거래 부문 파트너는 “현금이 풍부한 기업들이 프로세스·도구·인력·운영 전반을 재정비하며 규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거대 기업 주도 ‘메가딜’ 행진

업계 재편은 주로 엑슨모빌,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코노코필립스 등 대형 사업자가 주도했다. 엑슨모빌은 2023년 10월 미국 셰일업체 Pioneer Natural Resources를 6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뒤, 2024년 5월 거래를 최종 마무리해 총 845억 달러의 자산 인수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에너지 분야 최대 규모 딜로 기록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빅딜’이 단순히 매장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공정 자동화·공동 조달·인프라 통합 등 운영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라고 해석한다.


■ 배당·자사주 매입은 축소, 투자 재분배 가속

2024년 석유·가스 기업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지출한 금액은 29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한편, 탐사·개발 지출(E&D Capex)은 855억 달러로 7% 줄어드는 데 그쳐, M&A 자금 조달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했다.

EY 보고서는 또한 업계 전체 순이익이 748억 달러로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가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2022년 기록적인 이익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공급망·재무 구조·탄소 배출 감축 등 장기 과제 해결을 위해 현금흐름을 적극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용어 풀이
M&A(Mergers and Acquisitions)는 기업 간 합병 또는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통합하거나 사업 부문을 편입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원유·가스 산업에서는 유정, 파이프라인, 저장시설 등 하드 에셋 중심의 대규모 자산 거래가 잦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란 대량 생산 체제에서 단위당 비용이 감소해 경쟁력이 확대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 기자 시각
최근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메이저 에너지사들이 공격적 인수전에 나선 배경에는 ‘탄소 전환기’라는 구조적 변수가 자리한다. 전통 석유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투자와 탄소포집·저장 기술(CCUS)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저비용·고품질 자산을 확보해 현금창출력을 높이는 한편, 신사업 재원을 마련하려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M&A 흐름은 Permian(퍼미안) 분지, Haynesville(헤인스빌) 가스전 등 북미 핵심 자원지대를 중심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동시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강화가 실질적 제약 요인으로浮上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본 기사는 로이터 원문을 번역·가공한 것으로, 수치·인용구 등은 모두 EY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