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Reuters)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번 주 국방주와 에너지 시장에 집중할 전망이다. 유럽 각국 정상들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에 유리한 평화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2025년 8월 1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극(Arctic) 지역의 미개발 에너지 자원을 공동 개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유럽으로 하여금 국방비를 대폭 늘리도록 압박하는 지정학적 변화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열린 주말 정상회담을 끝냈지만, 우크라이나 휴전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키이우가 수용해야 할 신속한 평화협상’을 원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이 자리에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도 동석할 예정이어서, 협상 내용이 유럽 안보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주 랠리 지속
유럽 투자자들은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방산·항공우주 기업에 대한 ‘초과 베팅’을 이어 왔다. 그 결과 이탈리아 레오나르도(Leonardo) 주가는 600% 이상,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 주가는 무려 1,500% 급등했다.
이는 유럽이 자체 방위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베렌베르크(Berenberg) 은행의 홀거 슈미딩(Holger Schmied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할 의향을 보이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은 그에게 사업 기회를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해제하고 오히려 투자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유럽은 자주 국방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약세·유로화 강세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13% 상승하며 1.17달러 선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 경제가 방위산업 성장 기대와 함께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브렌트유(Brent crude) 가격은 지난주 1% 넘게 하락하며 배럴당 66달러 부근으로 내려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Michael Hartnett)은 ‘미·러 북극 시추 프로젝트가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15%, 천연가스의 30%를 겨냥하고 있다’며 ‘에너지 시장이 심각한 약세장(bear market)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소비자를 위해 낮은 에너지 가격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렌트유는 이미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타결을 선반영한 가격대에 머물고 있다’ —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우크라이나 국채·시장 심리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는 ‘시장 기분(barometer)’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이들 채권은 정상 가격이 달러당 100센트지만, 전쟁 장기화 속에서도 이달 초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55센트까지 회복됐다. 다만 여전히 ‘디스트레스드(distressed·부실 위험)’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에이곤자산운용(Aegon Asset Management) 신흥국 채권 책임자 제프 그릴스(Jeff Grills)는 ‘최근 강세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금요일 정상회담 이후 전반적 분위기가 러시아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북극 에너지 자원
북극권에는 기후 변화로 얼음층이 녹으면서 해저 지질 탐사가 급증해 왔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북극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전 세계 석유 자원의 13%에서 15%, 천연가스의 30%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혹독한 환경·기술 장벽·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과대평가된 자원’이라는 회의론도 존재하지만, 지리적으로 러시아 영토와 미국 알래스카가 맞닿아 있어 미·러 공동 개발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용어 설명
디스트레스드 채권(distressed bonds)은 시장 가격이 액면가 대비 70~80% 이하로 떨어져, 발행사가 파산·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노출됐다고 간주되는 채권을 말한다. 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실 위험도 그만큼 크다.
베어마켓(bear market)은 특정 자산 가격이 직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하락 추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상황을 가리킨다.
이 같은 개념은 전쟁·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에너지·원자재 시장은 전쟁 여부와 국제 제재의 직격탄을 받기 때문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투자자들은 ① 트럼프-푸틴 간 추가 회담 일정 ②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의 외교적 대응 ③ 북극 에너지 프로젝트의 구체화 등을 주시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변수는 향후 달러·유로 환율, 국제유가, 유럽 국방주의 주가 흐름을 결정짓는 ‘키(key)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결국,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 방위 역량 강화’와 ‘신(新) 에너지 패러다임’이라는 두 축이 글로벌 자금 흐름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