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디스크리트 반도체 산업 집중 분석]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버Bernstein Research가 섹션 232 관세 도입 가능성을 전제로 미국의 아날로그·디스크리트(Discrete) 반도체 수급 구조를 정밀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애널로그디바이시스(ADI)·인피니언·르네사스·NXP 등 주요 업체들의 노출도와 대응 전략을 비교하면서, 미국이 자국 수요를 자체적으로 충족할 수 있을지 여부를 다각도로 평가했다.
2025년 8월 1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버ernstein은 “미국은 이미 전 세계 아날로그 생산 능력의 약 18%를 확보해 1위 중국(약 30% 추정)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내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는 글로벌 수요의 16% 수준으로 추정돼 생산 능력이 수요를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800억 달러로, 전력 제어·센서·통신 등 “모든 전자 시스템의 혈관” 역할을 수행한다. 뒤이어 디스크리트가 310억 달러, MCU(마이크로컨트롤러)가 220억 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미국의 디스크리트 생산 능력은 전 세계의 4%에 불과해 자국 수요(11%)를 충족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버ernstein의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다이(David Dai)는 “완성품 제조가 미국으로 더 이전한다면 수요가 늘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규모 신규 증설 요인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관세 리스크: 인피니언·르네사스가 최취약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와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미국 내 전면생산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쳐 섹션 232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직격탄이 예상된다. 인피니언은 사실상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하며, 르네사스도 “중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르네사스는 전체 생산의 65%를 파운드리(위탁생산)에 의존해 유연한 외주 전략으로 리스크를 완화할 여지를 남겼다. 반면 인피니언은 MCU 부문만 외주를 활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내제화해 관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네덜란드 기업은 ‘여유 있는 방어선’
미국 본사인 TI는 전 공정(Front-end)의 80%를 텍사스·유타주 등에 두고 있어 2024년 기준 미국 매출 비중(40% 미만)을 상회하는 잉여 생산력을 확보했다. ADI와 NXP 역시 내부 생산 비중이 60%, 외주 40% 정도로 균형을 잡아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라우팅(Route) 최적화가 가능하다.
버ernstein은 “잠재적 관세는 비(非)미국계 아날로그 업체에 부정적이나, 자국 업체들은 이미 공급망 리쇼어링(Reshoring) 수혜를 보고 있어 추가 증설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용어 설명
아날로그(Analog) 반도체는 전압·전류 등 연속적인 신호를 처리해 센서, 오디오, 전력 관리에 필수다. 디스크리트(Discrete) 소자는 트랜지스터·다이오드처럼 단일 기능 부품을 뜻하며, 전력·고주파 회로에 활용된다. 섹션 232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 전문가 인사이트
첫째, 미국은 이미 CHIPS Act 등 지원으로 파운드리·설계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TI·ADI처럼 내재화 공정을 보유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고정비 부담이 크지만, 공급망 위기 시 안정적 납기가 강점이다. 둘째, 디스크리트 부족분은 SiC·GaN(차세대 전력 반도체) 증설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각사 모두 전기차·재생에너지 시장을 겨냥해 실리콘카바이드(SiC) 라인을 확대하고 있는데, 관세가 시행되면 국내 SiC 투자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셋째, 공급망 재편은 단순 생산 이전을 넘어 설계, 후공정, 테스트까지 “전 주기 내재화”를 촉진한다. ADI·NXP처럼 외주 비중이 높고 글로벌 거점을 다각화한 기업은 관세정책 변화에 따른 록(Locational) 의존성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인피니언·르네사스는 파운드리 전략을 조정해 대응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북미 신규 팹(Fab) 건설을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300mm 웨이퍼 기반 아날로그 팹은 초기 CAPEX(자본지출)가 높지만, 고부가 제품군을 생산할 수 있어 경제적 타당성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아날로그 부문에서 이미 자급에 근접해 있고, 디스크리트 부족분도 첨단 전력 반도체 투자로 해소 가능하다. 관세가 발효되더라도 TI·ADI·NXP는 추가 증설 부담이 적은 반면, 인피니언·르네사스는 외주 확대 또는 현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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