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의 부상과 달러 패권 재정립 장기 전망
2025년 5월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컨퍼런스의 최대 화두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미국 달러 연동 디지털 토큰인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까지 연단에 올라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의 무결성을 강화하는 경제 외교의 새로운 기둥”이라고 치켜세운 이 발언은 규제당국과 금융권·기술업계에 시장 구조 혁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포괄하는 첫 상원 법안인 GENIUS 법안이 최종 합의 단계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1년 이상 지속될 글로벌 결제 인프라 재편과 달러 패권 강화의 승부처에 진입하고 있다.
1. 스테이블코인 규제 입법 현황
- 상원 GENIUS 법안 : 와이오밍주 의원 주도로 5월 말 상원 최종 투표 직전 단계에 진입. 커버리지(scope), 준비금 관리(reserve management), 발행자 책임(liability) 등을 상세히 규정.
- 하원 디지털 자산 법안 : 다수당 원내총무 톰 에머 주도로 8월 의회 휴회 전 처리 목표. 상원안과 동시 병행·조정이 진행 중.
- 행정부·SEC·재무부 협업 : 백악관 디지털 자산 위원회 주도로 대통령 행정명령과 상호 보완적 규제 방안 논의. 감시·집행 기능 강화.
이와 같은 입법·행정 로드맵이 확정되면, 미국 최초의 포괄적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가 구현된다. 법안의 핵심 의제는 크게 준비금 보유·관리 투명성, 발행·유통 주체 책임성, 소비자 보호·금융 안보의 세 가지로 구분되며, 글로벌 결제망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국제 논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 글로벌 결제 인프라 재편과 달러 패권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 다음 네 가지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결제 레일 효율화 : 기존 SWIFT·ACH 네트워크 대비 24시간·즉시 결제가 가능해지며, 네트워크 외부의 감시·집행 메커니즘 강화를 통해 이행 리스크가 대폭 축소된다.
- 금융 포용 확대 : 은행 계좌가 없는 개발도상국·저소득층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디지털 달러에 접속 가능해져, 금융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 국제 달러 수요 증대 :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정부·기업·개인의 해외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미 달러화 기축통화 지위가 더욱 공고해진다.
- 미국 국채 수요 창출 : 발행자들은 준비금 보유를 위해 대규모 미국 국채 매입을 확대해야 하며, 이는 달러 강세와 금리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번스타인·크레딧스위스 등의 내부 추산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1조 2천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테더(Tether)가 60%를 점유하고 있다. GENIUS 법안이 통과되면 발행자는 1달러당 1달러에 상당하는 준비금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며, 분기별 외부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부과된다. 이는 투명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제고하여 기관 투자자·기업·중앙은행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된다.
3. 금융시장과 은행권에 미칠 구조적 영향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기존 금융시스템과 은행권에 다음과 같은 파급 효과를 예상케 한다.
- 예치금 이탈 : 테라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았던 비공개 풀(pool) 형 스테이블코인이 규제를 통해 제도화되면, 안전자산 수요가 은행 예금에서 디지털 달러로 일부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 단기금융시장 비중 확대 : 발행자들이 국채나 상업어음(CP), 단기금융상품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면서 단기금융시장에 상당한 유동성이 유입될 전망이다.
- 은행 업무 재정의 : 송금·결제 비즈니스에서 은행은 발행·토큰화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야 하며,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탈중앙금융(DeFi) 인터페이스 제공 등 신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 리스크 관리·규제체계 강화 : 연준과 SEC·금감원이 연계된 새 위기 대응 매커니즘을 구축해야 하며, 시스템 리스크 요인 식별과 총체적 스트레스 테스트가 중요 과제로 부상한다.
4. 통화정책·금리 환경에 미칠 중장기적 시사점
디지털 달러의 대량 유통은 미국 통화정책과 시장금리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영역 | 영향 메커니즘 | 장기 전망 |
---|---|---|
통화량 관리 | 준비금 요구량 조절로 M2·M3 변동성 증가 | 디지털 통화량 지표(MD) 신규 도입 필요 |
금리 곡선 | 단기금융상품 수요 증가로 단기금리 압박 | 정책금리 운영 구간 재조정 |
달러 유동성 | 글로벌 달러 유통 속도 상승 | 외환스와프 라인 수요 감소 가능성 |
전문가들은 디지털 달러 유통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시장금리 곡선의 단기 구간 금리를 상방 압박할 수 있으나, 준비금 운용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강화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성을 제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융포용 확대이 민간 소비·투자 심리를 개선하여 잠재 GDP 성장률을 일부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5. 글로벌 경쟁 구도와 정책 대응
중국·EU·영국·일본 등 주요 경제권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및 민간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이 민·관 협력 모델(point-to-point)을 통해 금융업계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반면, 중국은 중앙집중형 디지털 위안 프로젝트를, EU는 디지털 유로와 민간 토큰 분리 접근을 지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투명성과 시장친화성 : 발행자·은행·핀테크 기업 참여를 허용하되, 외부감사·보고 의무를 규제 수단으로 활용.
- 글로벌 달러 결제 네트워크 강화 : 국제 표준화 기구(ISO)·BIS 디지털 화폐 매뉴얼과의 정합성을 확보하여, 미국 주도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포지셔닝.
- 준비금의 안전성 : 단일 통화에 집중된 준비금 운용 구조에서 분산화·다양화 원칙을 도입해 규제 사각지대 최소화.
이 같은 시장주도형·협력형 모델이 성공하면 미국 달러체계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여, 후발 CBDC 프로젝트가 추격하기 어려운 속도와 효율성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6. 결론 및 정책 제언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는 단순한 디지털 자산 입법이 아니라, 글로벌 결제 인프라와 달러 패권을 재정립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과제다. 향후 1년 이상의 입법·행정·산업 프로세스에서 요청되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 규제 일관성 확보 : 상·하원, 행정부, 연준, SEC·금감원 간 조율 매커니즘 구축으로 법·제도 간 충돌 방지.
- 제도권·탈중앙금융 융합 : DeFi·디파이서비스 제공자(스마트컨트랙트 감사·안전성 확보)와 은행 인프라 연계 방안 마련.
- 글로벌 협력 강화 : G20·BIS 협의체에서 미국 표준을 주도하고, 주요 동맹국과 규제·기술 컨버전스(convergence) 추진.
- 모니터링·스트레스 테스트 고도화 : 신규 통화지표 개발과 디지털 달러 리스크 시나리오에 대한 정기적 점검 체계 확립.
이를 통해 미국은 기술 혁신과 제도·규제의 조화를 꾀하며, 글로벌 금융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 이후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는 디지털 달러의 유통량·이용도·신뢰도를 입증하는 관문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21세기 국제통화체제 재편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오피니언·리포트 제공: 본 칼럼은 국회·행정부·금융당국 공식 발표자료, 글로벌 금융기관 내·외부 연구·보고서, 라스베이거스 ‘비트코인 2025’ 컨퍼런스 발표 내용을 종합하여 작성되었으며, 필자는 해당 기술 및 제도 동향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