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xLight, 4천만 달러 유치…중국과의 EUV 레이저 주도권 경쟁 본격화

[실리콘밸리 발] 초고가 반도체 장비의 심장부를 겨냥한 xLight가 4,000만 달러(약 550억 원)의 시리즈 A 자금을 확보했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팰러앨토에 본사를 둔 xLight는 차세대 EUV(Extreme Ultraviolet) 리소그래피용 레이저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레이저는 거대 입자 가속기에서 사용하는 가속관(Accelerator) 기술을 응용해 설계됐으며,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서 ‘나노미터 단위’ 패턴을 새기는 핵심 광원으로 작동한다.

EUV 리소그래피는 13.5nm 파장의 극자외선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이다. 웨이퍼(wafer)는 반도체 칩이 수백~수천 개 집적되는 원형 실리콘 판이며, 이를 가공하는 팹(fab·반도체 제조공장)은 장비 한 대 가격이 2억~3억 달러에 달하는 EUV 장비 의존도가 매우 높다.


투자 및 산업적 의미

이번 투자 라운드는 벤처캐피털 플레이라운드 글로벌(Playground Global)이 주도했고, 보드만 베이 캐피털 매니지먼트(Boardman Bay Capital Management)가 공동 참여했다. 모르페우스 벤처스, 마블 캐피털, IAG 캐피털 파트너스도 자금을 댔다.

“EUV 광원은 팹에서 가장 비싸면서도 생산성을 좌우하는 장비”라고 니컬러스 켈레즈(xLight CEO)는 강조했다.

xLight는 구체적인 기업가치나 시제품 출시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ASML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유일’의 EUV 장비 공급망 재편을 노린다. 네덜란드 기업 ASML은 현재 상업용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미·중 첨단기술 패권 다툼

미국 정부는 EUV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여러 행정부에 걸쳐 차단해 왔다. 한 고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단일 수출 통제 품목”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대응책으로 자국 내 EUV 광원 연구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 중이며, 화웨이의 핵심 협력사가 국산 EUV 레이저 기술 돌파를 주장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미국 기업 사이머(Cymer)가 최초의 EUV 레이저를 완성했으나, 2012년 25억 달러에 ASML에 인수되면서 미국 기술 주도권이 유럽으로 넘어갔다. xLight 이사회 의장으로 합류한 팻 겔싱어(현 인텔 이사회 의장 겸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파트너)는 “사이머를 유럽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끔찍한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공급망 재편 시도

xLight는 미국·우방국 국립연구소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해 ‘동맹 중심’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겔싱어 의장은 “우리가 이 기술을 미국에서 구축할 수도, 중국이 먼저 구축하게 둘 수도 있다”며 “이번엔 반드시 제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 기자 시각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지각변동을 겪는 상황에서, EUV 광원 국산화는 미국이 지적 재산권과 제조 주도권을 동시에 되찾을 기회다. 현재 ASML이 독점 공급 중인 EUV 노광장비에는 같은 회사가 2013년 인수한 사이머의 레이저 기술이 핵심으로 탑재돼 있다. 만일 xLight가 성공적으로 시제품을 내놓고 양산 기술까지 확보한다면, 팹당 억 달러 단위 설비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는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가 공급하는 미세공정 칩 수급에 좌우된다. EUV 레이저 변수가 공급 단가와 속도를 바꾼다면, 엔비디아(Nvidia)·AMD·애플·퀄컴 등 시스템 반도체 설계 회사의 제품 로드맵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EUV 리소그래피란?(Glossary)
13.5nm 극자외선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 표면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기술로,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더욱 미세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다. 현재 3nm 공정은 물론, 차세대 2nm·1.4nm 공정에서도 필수 기술로 평가된다.

시장 전망

최근 미국 상무부는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편성했다. 전문가들은 “EUV 광원 국산화가 이 법안의 투자 유치 효과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xLight와 ASML의 협업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신규 팹 투자가 가속화되거나, 중국의 독자 노광장비 개발이 부상하는 시나리오가 동시에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