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은 기반 방부제 ‘티메로살’ 함유 독감 백신 배포 중단 결정

워싱턴 D.C.—미국 보건복지부(HHS)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의 결정에 따라 티메로살(thimerosal)이 포함된 모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연방 차원의 배포를 즉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책 전환은 케네디 장관이 위촉한 독감 백신 자문위원회가 지난달 내린 권고안을 수용하면서 확정됐다.

위원회는 “티메로살이 첨가되지 않은 계절 독감 백신을 미국인에게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수십 년간 해당 방부제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 자료가 축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무(無)수은’ 접종 환경을 지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5%에 불과하지만 상징성은 ‘막대’

지난 독감 시즌 동안 미국에서 접종된 백신의 약 5%멀티도즈 바이알 형태로, 티메로살을 방부제로 함유하고 있었다. 이미 다수의 제약사가 단일 용량(프리필드 시린지) 제품으로 전환했음에도, 소규모 의료기관과 공공보건 현장에서는 여전히 멀티도즈 제형이 쓰여 왔다.

HHS는 “케네디 장관이 위원회 권고를 수용했으며, 이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의 통상적 최종 서명을 거치지 않은 이례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자폐증·신경발달 장애와의 연관성을 주장해 온 반(反)백신 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 역시 2014년 저서에서 “백신에서 수은을 즉각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FDA)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티메로살이 백신에 포함돼도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었다”면서, 과거(1999년 이후) 단계적 제거 조치는 영·유아의 총 수은 노출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조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존재했다. 한 패널은 “티메로살 우려로 독감 예방접종을 회피하게 될 위험성이, 방부제 자체의 알려진 위험성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FDA 자료에 따르면 멀티도즈 버전에서 영향을 받을 제품은 CSLAfluria, Flucelvax 그리고 사노피Fluzone 등이 포함된다.


용어 해설

티메로살(Thimerosal)에틸수은 기반 방부제로, 다회 용량 바이알에서 세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돼 왔다. 비(非)생체축적성이라는 점이 메틸수은과 다르며, 과학계는 ‘독성 우려가 매우 낮다’는 데 대체로 합의하고 있다.

멀티도즈 바이알은 한 병에 여러 회분이 담겨 있어 여러 명에게 주사할 수 있는 제형을 가리킨다. 주입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 때문에 방부제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망 및 의미

이번 조치로 즉각적인 공급 차질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대부분의 제조사·유통사가 무(無)티메로살 단일용량 제품으로 중심을 옮겼기 때문이다. 다만, 저소득 지역 클리닉이나 대용량 접종 캠프에서 비용 효율을 이유로 멀티도즈 백신을 선호해 온 관행이 변화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생산단가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방부제 추가 사용이 필요 없는 새로운 약물 전달 기술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또, CDC 의사결정 구조를 우회한 ‘장관 전결’ 선례가 향후 백신 정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올해 가을 독감 시즌을 앞두고 “백신 안전성에 대한 신뢰 확보가 접종률 유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