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쇼핑몰의 새 얼굴: 메이시스 대신 교회·볼링장·반즈앤노블이 채운다

미국 쇼핑몰 재탄생의 현장

현대적 푸드코트

브룩필드 프로퍼티스가 2018년 스태튼아일랜드 몰 푸드코트를 전면 개보수하며 새로운 레스토랑과 현대적 디자인을 선보였다.자료: Brookfield Properties

1970년 개장한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데이턴 몰(Dayton Mall)은 수십 년간 지역 주민들의 쇼핑 중심지였으나, 2018년 시어스(Sears)와 본톤(Bon Ton) 두 앵커점이 폐점하면서 공실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2025년 8월 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쇼핑몰은 현재까지 법원이 임명한 관리인 체제(receivership) 아래 운영되고 있다. Receivership은 채무 불이행 위험이 있는 자산을 독립 관리인이 맡아 채무자·채권자 보호를 병행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90,000제곱피트가 예배당으로 변신

162,000제곱피트 규모였던 옛 시어스 매장은 지역 교회인 크로스로드(Crossroads Church)가 매입해 그중 90,000제곱피트를 예배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교회는 내부 통로를 통해 몰과 직접 연결돼 있어, 쇼핑객과 신도 간 자연스러운 왕래가 가능하다.

데이턴 몰 마케팅 매니저 레베카 매과이어는 “쇼핑몰에 교회가 들어오면 ‘몰이 죽었다’고들 하지만, 크로스로드는 지역사회에 헌신적이며 어떤 쇼핑몰도 이런 파트너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 내부에서도 몰과 공생 관계를 맺는 게 현명한가?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매트 캐슬먼 담임목사는 회상한다. 크로스로드는 2025년 부활절에 첫 예배를 드렸고, 일주일 내내 몰 영업시간에 맞춰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캐슬먼 목사에 따르면 매주 400~500명은 교회와 무관한 방문객이 들러 커피를 마시거나 상담을 받는다. 예배 후 10대 청소년들이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하고 클레어스(Claire’s)·딕스스포팅굿스(Dick’s Sporting Goods) 등에서 쇼핑백을 들고 돌아오는 풍경도 흔하다.

클레어스가 2025년 8월 6일 또다시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전통적 테넌트의 위기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처럼 “비정통·니치(niche) 테넌트”가 텅 빈 앵커 자리를 채우는 전략은 요즘 몰 오너들이 추구하는 크로스 쇼핑(cross-shopping) 모델과 맞물린다.


쇼핑몰의 몰락과 “부활”

전후(suburbia) 세대의 상징이었던 밀폐형(Enclosed) 몰은 메이시스·제이시페니·시어스 같은 앵커점, 푸드코트, 패션 스트리트 브랜드로 구성됐으나, 아마존과 전자상거래 부상, 인구 구조 변화, 소비 트렌드 대전환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최근 CBL 프로퍼티스(미국 1억5,500만 제곱피트 관리)의 CEO 스티븐 레보비츠는 앵커점 공실을 채우는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지만, 지금은 반등의 모멘텀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2017~2018년 대규모 앵커 폐점 이후 “회복에 수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앵커점(Anchor Store)은 쇼핑몰의 핵심 대형점포로 전체 트래픽의 ‘자석’ 역할을 한다. 이들이 빠지면 임대료와 발길이 급락하기 때문에, 몰 오너들은 다양한 업체로 공간을 세분화해 5~6배 이상의 임대수익을 노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는 시어스 매장 자리에 치즈케이크팩토리, 딕스스포팅굿스, 데이브앤버스터스(게임‧식음료), 호텔 등이 입주해 경험형(Experiential) 테넌트를 늘리고 있다. 일부 몰은 아파트나 대형 푸드코트로 완전히 변모했다.


브룩필드·타이슨스 갤러리아의 경험 경제

브룩필드 프로퍼티스의 크리스틴 리 부사장은 “젠지(Gen Z)는 오프라인 몰에서 서로 어울리는 경험을 사랑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이후 노스탤지어(nostalgia)가 소비 행동에 영향을 미치면서, 버지니아주 타이슨스 갤러리아는 볼링장과 요가 스튜디오를 도입해 교차 쇼핑을 유도했다.

트래픽 분석업체 Placer.ai의 RJ 호토비 연구책임자는 “라이프스타일 센터가 혼합용도 전략을 먼저 시도했지만, 이젠 밀폐형 몰도 뚜렷한 성과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4년 연말 성수기 기준, 몰 방문객 증가세가 소매업체 평균을 앞질렀다는 데이터도 제시됐다.

다이닝과 쇼핑몰


‘반즈앤노블 효과’와 서점의 귀환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의 코로나도 센터(Cononado Center)에서는 2024년 반즈앤노블(Barnes & Noble)이 몰 전체 방문의 7.9%를 차지해 메이시스‧제이시페니를 앞섰다. 미국 전역 660개 중 107개가 전통 몰에 있으며, 올 한 해 10곳 추가 입점을 검토 중이다.

자산·개발 책임자 제이슨 스트라이커는 “우리는 18,000~22,000제곱피트 규모를 선호해 구(舊) 앵커 공간을 여러 니치 리테일러와 분할 사용한다”며 “서점은 어떤 테넌트와도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몰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몰의 향수(Nostalgia)와 정신 건강

플로리다 기반 심리치료사 바실리아 비넨스톡 박사는 “제네레이션 X·밀레니얼은 청소년 시절 몰에서 추억을 쌓았다”면서, 몰 방문이 개인 정체감을 회복시켜주는 정서적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데이턴 몰의 크로스로드 교회는 무료 와이파이와 커피를 제공하며 “몰에 생기·비즈니스·에너지를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용어 설명
Receivership: 채무 불이행 위험 기업·자산을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운영하는 구조조정 절차.
Anchor Store: 쇼핑몰 교통량을 이끄는 핵심 대형 매장.
Cross-Shopping: 하나의 장소에서 서로 다른 카테고리 매장을 연달아 방문하는 소비 행태.
Lifestyle Center: 야외형 쇼핑·엔터·레저 복합 단지.

“우리는 쇼핑몰에 다시 생명에너지가 흐르길 원한다.” — 매트 캐슬먼 크로스로드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