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 심리가 여전히 견조하다. 지난 몇 년 동안 경기침체를 점쳤던 수많은 비관론은 실제 지표 앞에서 번번이 고개를 숙여 왔다. 6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증가했다는 소식은, ‘침체·둔화’라는 단어가 금융시장을 지배하던 흐름에 일침을 가했다.
2025년 7월 1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은 6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늘었다고 발표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0.2%)를 세 배나 웃도는 수치다. 특히 4~5월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위축됐던 이전 수치가 상당 부분 상쇄되면서, 경제 전반에 ‘숨 쉴 공간’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소비자는 여전히 강력한 구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5월의 침체 신호 이후 6월에 0.6%나 치솟은 소매판매는 ‘미국 쇼퍼’가 건재함을 보여준다. 소매판매는 경제의 산소와 같다. 오늘 월가는 그 산소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나 볼빈,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 사장
S&P 500 지수(티커: .SPX)는 해당 수치 발표 직후 상승 전환하며 5거래일 만에 다시 3%대 반등을 시도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소비 회복이 기업 실적 시즌에 긍정적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대안 데이터(alternative data)도 긍정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슈루티 미슈라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아마존 프라임데이(7월 16~17일) 온라인 매출 강세와 여행 업황 개선을 주목했다. “6월 마지막 4주간 공항 이용객은 전년 대비 1.5% 줄었으나, 7월 첫 2주에 0.9% 반등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관세(tariff) 변수는 여전히 복병이다. 올 들어 여러 차례 시행이 연기돼 온 각종 수입 관세가 8월 1일 일제히 발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관세발(發) 물가 압력이 본격화할 경우 소비 둔화→경기 위축→월가의 새로운 침체 경고”라는 연쇄 시나리오를 경계한다.
제프리스(Jefferies) 주식 리서치팀은 17일 보고서에서 “우리가 추적하는 9개 소비 카테고리 중 6개에서 더 높은 가격을 보고했다”면서 “소비 업종이 물가상승이라는 ‘에어포켓(air pocket)’에 진입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용어 추가 설명
소매판매(Retail Sales)는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지표로, 백화점·온라인몰·자동차 딜러 등 소매 단계에서 발생한 매출을 합산한다.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서 경기 선행지수로 간주된다.
관세(Tariff)는 정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 이익을 압박할 수 있다. 특히 광범위한 생활용품·전자제품에 일괄 적용될 경우 소비 위축·성장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① 단기적으로는 소비·증시 동반 호조다. 2분기 GDP 추정 모델(GDPNow)은 2%대 중반 성장률을 시사하며, ‘연착륙 내지 무착륙’ 기대를 키운다.
② 그러나 관세·물가·금리 조합이 변수다. 2024년 이후 누적된 가계 초과 저축 소진과 카드 연체율 상승은 ‘소비 체력’의 하방 위험으로 거론된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3분기부터 소매판매가 다시 기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물가와 소비지표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③ 결론적으로, 6월 지표가 증명하듯 ‘미국 소비자’는 여전히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관세 리스크가 구체화되는 8월 이후, 시장은 또 한 번의 ‘침체 논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몇 달간 소매판매·고용·물가·금리라는 네 개의 계기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미 연준(Fed) 정책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