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11월 연간 상승률이 1년 반 만에 최대치 기록할 가능성

워싱턴 —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11월을 기준으로 연간 상승률에서 1년 반(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물가 압력이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의 영향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은 43일간의 연방정부 업무 중단으로 인해 10월 가격 자료를 수집하지 못해 지연된 11월 소비자물가(CPI) 보고서에서 월간 변동치(전월비)는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10월 CPI 발표는 가격 자료를 소급해 수집할 수 없어 취소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셧다운은 노동시장 통계에도 영향을 미쳐 10월의 실업률 발표가 전례 없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BLS는 물가를 연율(연간) 기준으로 비교한 지표들, 즉 전년동월비(CPI 연간율)와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CPI(core CPI)의 연간율은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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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S는 광범위한 CPI와 핵심 CPI 외에도 여러 보조 지수를 발표한다. 물리적으로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없는 데이터에서 산출되는 일부 지수는 제공될 예정이지만 BLS는 “발표 가능한 지수의 수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또한 “누락된 10월 관측치를 해석하기 위한 구체적 가이던스를 데이터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하향식 물가 안정 진전이 정체됐다(Downward inflation progress has stalled). 이는 주로 상품 생산 부문의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BNP 파리바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디 슈나이더(Andy Schneider)가 말했다.

로이터가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11월의 소비자물가(CPI) 연간 상승률은 3.1%로 전망되며, 이는 2024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 될 가능성이 있다. 9월까지의 12개월 누적 상승률은 3.0%였다.

다만 CPI는 예상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데이터 수집이 달 말까지 지연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연말 할인 행사를 진행한 기간의 가격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류나 레크리에이션 관련 상품과 같은 품목에서 가격이 낮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티그룹(Citigroup)의 이코노미스트 베로니카 클라크(Veronica Clark) “올해 11월 CPI는 통상적인 11월보다 휴가철 할인행사가 더 많이 반영된 기간을 포착할 수 있다”며 “만약 11월 상품 가격에 비정상적인 약세가 있다면, 12월에 이들 구성요소의 반등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무역관세)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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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부과한 수입 관세는 많은 상품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다만 관세의 가격전가(tariff pass-through)는 재고 소진과 기업의 일부 흡수로 인해 점진적으로 진행됐다. 이는 신차 가격의 완만한 상승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소매업체들은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과정에 있으며 9월까지 총 관세의 약 40%를 전가한 상태였다. 우리는 이 비중이 3월까지 점진적으로 70%로 상승한 뒤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무엘 톰브스(Samuel Tombs)는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관세 부담이 저소득 가구에 불균형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저소득층은 저축 완충재가 거의 없고, 임금 상승률도 다른 계층에 비해 둔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한 이후 최근 몇 주간 물가 부담 문제를 ‘거짓’으로 일축하거나 전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을 비난하며, 내년에 자국민이 그의 경제정책으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는 식의 발언을 번갈아 해왔다.


핵심 CPI와 기타 물가지표

핵심 CPI는 11월 연간 기준으로 3.0%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9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핵심 지표의 움직임은 임대료와 상품 가격 상승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항공료, 호텔 및 모텔 요금의 하락이 일부 상쇄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Federal Reserve)이 주시하는 물가 지표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다. PCE 물가치는 CPI 및 생산자물자지수(PPI)의 일부 구성요소를 기초로 산출된다. 한편 10월의 PPI 보고서는 취소되었고 11월의 생산자물가 보고서는 이제 1월 중순에 발표될 예정이다. 11월 PCE 물가 데이터의 새로운 발표일은 아직 정부가 정하지 않았다. 9월 기준으로 두 가지 PCE 물가지표 모두 연준의 2% 목표치를 훨씬 상회한 상태였다.

연준은 지난주 기준(연방기금) 금리를 다시 25bp(0.25% 포인트) 인하해 3.50%~3.75%의 범위로 조정했지만 노동시장과 물가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추가 인하 가능성은 당분간 낮다고 신호를 보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기자들에게 “대부분의 물가 초과상승은 정말로 관세 탓“이라고 말했다.


관세 철회 조치의 실효성 및 향후 전망

백악관이 소고기, 바나나, 커피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되돌리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소비자가 실제로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업들은 연초를 기점으로 가격 결정을 재검토하는 경향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상품 물가의 추가적인 변동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기업들이 회계연도나 달력연도의 시작 시점에 가격 결정을 재검토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1분기에 상품 물가의 또 다른 급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웰스파고(Wells Fargo)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사라 하우스(Sara House)는 경고했다.


용어 설명

다음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본문에서 사용된 핵심 용어에 대한 설명이다.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다. 핵심 CPI(core CPI)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보다 기저(기초)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준다.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연준이 공식적으로 선호하는 물가지표로, 소비자 지출 패턴을 반영해 계산된다. PPI(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출고가격 변화를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관세의 가격전가(tariff pass-through)란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가 도매·소매 가격을 통해 최종 소비자 가격으로 얼마나 전가되는지를 뜻한다.


전망 및 시사점

종합하면 11월 CPI 연간 상승률이 예상대로 약 3.1%로 확인될 경우 이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연준은 단기적으로 금리 정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금리 정상화(추가 인상 혹은 동결 기조 재검토)의 필요성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장기금리와 달러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며, 기업의 가격정책과 가계의 소비 행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관세의 전가가 저소득층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경기 회복의 포용성(포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관건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12월의 상품 가격 반등 여부다. 11월에 일시적인 할인 효과가 반영됐다면 12월에 역보정이 나타날 수 있다. 둘째, 11월 PPI와 PCE의 출시는 연준의 정책 판단에 중요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관세 인하를 실제 판매가격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소비자 체감 물가가 결정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11월 물가 지표의 발표는 단순한 통계치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단기 소비자 물가와 중기 통화정책, 그리고 가계의 실질구매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책결정자와 시장참여자들은 다가오는 PPI·PCE 발표 일정과 12월의 가격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