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에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연방정부의 장기 셧다운(폐쇄) 영향으로 일부 통계가 축소되거나 수집되지 못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1월 금리인하 기대는 소폭 높아졌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월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예상치 3.1% 상승을 하회한 수치다.
중요한 통계 비공개와 자료 수집의 제약도 보고서에 반영됐다. BLS는 정부의 43일간의 셧다운으로 인해 10월의 월간 CPI(전월비) 변동치를 발표하지 못했다. 즉, 10월 CPI 조사·수집이 불가능해 해당 월의 발표가 취소되었고, 결과적으로 통상적인 월간 비교(월간 증가율)는 이번 발표에서 제공되지 않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핵심 CPI(core CPI)는 11월에 전년 대비 2.6% 상승해, 9월의 3.0%에서 둔화됐다. BLS의 이 같은 발표는 데이터 수집상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연간 기준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이 완만히 진정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S&P E-미니 선물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마지막으로 54.75포인트(약 0.8%) 올랐다. 국채시장은 안전자산 선호로 수익률이 하락했는데, 기준인 미국 10년물 금리는 2.2bp(0.022%p) 하락해 4.13%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지수는 소폭 약세를 보이며 마지막으로 98.25로 0.12% 하락했다.
전문가 의견(번역 및 요약)
브라이언 제이콥슨(Annex Wealth Management 수석 이코노미스트, 메노모니 폴스, 위스콘신): “11월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 주거비(쉘터·shelter) 인플레이션은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상당히 진정됐다. 일부는 이번 보고서를 평소보다 신뢰도가 낮다고 일축할 수 있지만,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임차비용과 중고차 가격 등 다른 지표들은 과거의 인플레이션 동인이 현재의 인플레이션 원천이 아니라는 서사를 뒷받침한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눈에 보이지만 소비자물가 바스켓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원자재는 CPI 바스켓의 20% 미만을 차지한다. 물가 하락이 다시 상승으로 전환됐지만, 그 정도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실업률 상승과 온건한 인플레이션 수치를 연준이 금리인하의 이유로 삼을 수 있다. 연준은 1월 회의 전에 다음 지표들을 통해 추가 확인 또는 반증 자료를 확보할 것이다.”
피터 카디요(Spartan Capital Securities 수석 마켓 이코노미스트, 뉴욕): “이번 수치는 좋다. 핵심 연율이 2.6%로 내려간 것은 정말 좋은 소식이다. 전체 CPI 연율도 2.7%로 하락했다. 이는 연준에 호재이며 시장에도 호재다. 만약 이 수치가 유지된다면 2026년 1분기 중 한 번이 아니라, 아마 두 번의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길을 닦아줄 수 있다.”
얀 네브루지(TD Securities 미국 금리 전략가, 뉴욕): “대체로 거의 모든 전망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연준 내부에 인플레이션보다 노동시장을 더 우려하는 파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문제로 보는 매파 사이의 논쟁이 존재한다. 매파측은 이번 수집 문제를 지적하며 회의적일 수 있으나, 추가 데이터가 뒷받침하지 않는 한 이번 수치는 온건(비둘기파)에 유리한 해석을 제공한다.”
케이 헤이그(골드만삭스 자산운용, 글로벌 공동 총괄, 뉴욕): “오늘의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는 데이터가 매우 ‘노이즈’하다는 점에서 연준의 정책 변경을 촉발하진 않을 것이다. 10월 보고서 취소로 월간 비교가 불가능하고, 셧다운으로 축소된 정보 수집 과정은 체계적 편향을 초래했을 수 있다. 연준은 1월 회의 2주 전에 나오는 12월 CPI(1월 중 발표)를 더 신뢰할 벨웨더로 볼 것이다.”
시마 샤(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 수석 글로벌 전략가, 런던): “11월의 인플레이션 하회는 연준 비둘기파에 강한 논거를 제공한다. 하나의 월별 데이터일 뿐이며 왜곡 가능성이 있지만, 연간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하락은 연준으로 하여금 높아지는 실업률에 대응하지 않을 이유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우리는 2026년에 두 차례의 인하를 여전히 예상하지만, 오늘의 CPI는 그 인하들이 상반기에 올 가능성을 높였다.”
제이미 콕스(Harris Financial Group 매니징 파트너, 리치먼드, 버지니아):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은 이미 지나갔다. 따라서 연준이 1월에 금리를 다시 내릴 길이 열렸다. 더 이상 제약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
크리스 자카렐리(NorthLight Asset Management 최고투자책임자, 샬럿, 노스캐롤라이나): “오늘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훨씬 양호했다. 한 달치 데이터일 뿐 변동성이 있겠지만, 물가가 눈에 띄게 낮아진 만큼 노동시장을 지지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다. 만약 비둘기파가 우세하면 금리인하는 주가를 지지해 상승을 촉진할 수 있다. 내년에도 도전 과제는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기업이익 증가, GDP 성장, 통제되는 인플레이션은 시장 상승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
용어 설명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가계가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로,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지표이다. 핵심 CPI(core CPI)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항목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며,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거해 근원적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기초 포인트(basis point, bp)는 금리 등 금융 수치의 소폭 변동을 표현할 때 쓰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예컨대 2.2bp는 0.022%포인트를 의미한다.
시사점 및 향후 전망(분석)
이번 발표는 적어도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연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이 하향 조정되었다는 점은 연준의 정책 스탠스에 일정한 완화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 달치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도, 현 수치가 지속된다면 연준이 2026년 상반기 중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둘째, 데이터 수집 문제로 인한 왜곡 가능성은 존재하므로 시장은 12월 및 1월 초의 추가 지표를 예의주시할 것이며, 연준은 특히 1월 중순에 발표되는 12월 CPI를 정책 판단의 주요 참고자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국채금리 하락·주가 상승과 같은 리스크온 흐름이 강화될 수 있으나, 근본적 인플레이션 동인이 재확인되지 않는 한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11월 CPI는 연준의 인하 기대를 강화시키는 신호로 작용했으나, 자료 수집 공백과 월간 비교의 부재라는 구조적 제약 때문에 추가 데이터에 따른 확인이 필요하다. 연준의 다음 회의(1월) 전후로 나올 추가 물가·고용 지표들이 최종 판단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