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이는 7개월 만에 가장 큰 전년 대비 상승 폭이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주 예정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8월 CPI가 전월 대비 0.4% 올랐다고 발표했다. 7월 상승률 0.2%에서 두 배로 확대된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9% 상승해, 1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7월 전년 대비 상승률은 2.7%였다.
세부 항목을 보면 항공료·호텔 숙박비 등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이 예상 밖으로 강세를 보였다. 항공사들이 이미 일정 부분 가격 인상을 예고했으나, 이번 수치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기업 여행 수요 회복과 소비자 심리 개선을 동력으로 꼽는다.
시장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발표 직후 S&P 500 E-미니 선물은 0.3%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해 4.022%를 기록했으며, 달러지수(DXY)는 0.2% 내린 97.61로 집계됐다.
“이번 CPI 수치는 헤드라인 기준으로는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안이지만, 시장 컨센서스보다는 다소 뜨겁다.”
— 마이클 개퍼 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개퍼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항공료·호텔 가격이 물가 압력의 주된 원인으로, 소비 심리 회복세를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관세(타리프)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지 않은 점은 기업이 여전히 수요 기반에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올리버 퍼시 웰스파이어어드바이저스 수석부사장은 “실업 지표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연준이 25bp(0.25%p)보다 큰 50bp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확률은 낮다”면서도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는 시장 심리가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브라이언 야콥슨 애넥스웰스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메일 논평에서 “주거비가 여전히 서비스 물가 상승의 핵심이지만, 연준은 해당 항목을 정책 판단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물가가 2% 목표에 조만간 안착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오르면 연금·사회보장 혜택도 인상된다. 정부가 물가 상승으로 부채 부담을 경감하려 해도, 자동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쉽지 않다.”
— 브라이언 야콥슨
게리 슐로스버그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글로벌 전략가도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탄력적으로(Resilient)’ 움직이고 있지만, 시장 소화 가능 범위”라며 “다음 주 회의에서 ‘점보(50bp) 인하’ 대신 25bp 인하가 단행될 것이며, 연내 한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전문 용어 해설
CPI(소비자물가지수)란 일반 가계가 구매하는 상품·서비스 바스켓의 가격 변동을 종합한 지표다. 물가 동향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를 표현할 때 쓰는 단위로, 1bp는 0.01%p를 의미한다. 예컨대 25bp 인하는 기준금리를 0.25%p 내린다는 뜻이다.
종합적으로, 8월 CPI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고용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통화정책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우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 역시 “예상보다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결론에 한층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향후 일정으로는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물가와 고용이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만큼, 연준이 ‘보험성’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경기 하방 리스크에 선제 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