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매업 향후 10년 전망…매장은 사라지나, 재탄생하나

미국 소매업의 지형이 향후 10년간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성장으로 물리적 매장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규모 점포를 중심으로 폐점과 용도 전환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26년 3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소매 공간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오버스토어(overstored)’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핵심 수치로 미국은 인구 1인당 약 24 제곱피트(24 square feet)의 소매 공간을 보유해 캐나다·호주·영국 등 주요 국가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고 번스타인은 지적했다. 또한 전자상거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

약 20억~60억 제곱피트(2 billion–6 billion sq ft)의 소매 공간이 불필요해질 수 있다

고 밝혔다. 이는 대형 포맷(large-format) 매장 기준으로 약 1만5천~4만 곳에 해당하는 규모다.


배경으로 번스타인은 온라인 쇼핑의 지속적 확대를 지목한다. 보고서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현재 소매 활동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1990년대 초반의 약 3%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적 전환은 오프라인 점포, 특히 대규모 점포에 대한 수요 감소 압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폐점이 장기간 공실로 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번스타인은 많은 매장이 다른 소매업체로 대체되거나 헬스케어 센터, 체육관, 셀프스토리지, 학교, 주거시설 등으로 용도 전환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도심이나 교통 요지와 같은 입지(애매모호한 말 대신 ‘프라임 로케이션’) 가치는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개발자들은 해당 부지를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소형 매장은 전자상거래 물류의 일부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번스타인은 특히 달러 스토어 등 소규모 포맷의 점포를 ‘다크 스토어(dark store)’로 전환해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추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형별 영향도 매장 포맷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번스타인은 창고형 클럽(warehouse clubs)과 주택 개조용품 체인(home-improvement chains)은 전자상거래 경쟁에 상대적으로 강한 반면, 일부 전통적 대형 소매업체(mass retailers)는 온라인 쇼핑의 추가 점유로 구조적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용어 설명

오버스토어(overstored)는 한 지역 또는 국가가 소비 수요에 비해 과도한 소매 공간을 보유한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 매장 간 경쟁 심화 등이 뒤따를 수 있다.
다크 스토어(dark store)는 일반 고객이 직접 방문하는 소매점이 아니라, 온라인 주문의 피킹·패킹·출하 기능을 수행하는 물류 허브로서의 매장을 의미한다. 고객용 쇼룸이나 계산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창고형 클럽(warehouse club)은 대량 판매와 회원제를 결합한 소매 포맷으로 코스트코(Costco)·샘스(Sam’s Club) 등이 대표적이며, 제품을 대량으로 취급해 단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경제적·시장적 파급효과 분석

첫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대규모 소매 공간의 잉여는 지역별로 공실률을 높이고 임대료 하방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교외 지역의 대형 쇼핑몰과 스트립몰(strip mall)은 입지에 따라 가치가 급락할 수 있으며, 이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신탁(REITs)과 해당 자산을 많이 보유한 투자자들의 밸류에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지방 정부의 세수와 고용 측면이다. 대규모 폐점이 일어나면 매출세·재산세 기반이 약화되고 해당 매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공간이 주거나 의료시설 등으로 전환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 확충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동반될 수 있다.

셋째, 유통과 물류 구조의 변화다. 다크 스토어 전환과 소규모 물류 허브 확대는 배송시간 단축과 풀필먼트 효율성 향상을 촉진한다. 이는 온라인 소매업자의 운영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 전자상거래의 추가 성장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반면, 소매업체의 오프라인 네트워크 축소는 특정 지역의 접근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소비자 가격과 경쟁 측면에서는 지역별로 상이한 효과가 예상된다.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는 공세적 할인과 프로모션이 확대되어 일부 품목의 소비자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소매 점포가 빠르게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선택지가 제한되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적 시사점 및 업계 대응

지방정부와 도시계획 당국은 공실 증가에 대비해 재사용 용도를 사전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상업용 부지의 주거·의료·교육·물류 등 다목적 전환을 촉진하는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소매업체들은 옴니채널(online·offline 통합) 전략을 강화하고 점포 포맷을 재설계하며 물류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번스타인의 분석은 미국 소매업의 물리적 네트워크 축소와 그에 따른 대대적 재배치 가능성을 경고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매장의 완전한 소멸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재탄생이 동반될 것으로 보이며, 지역별·포맷별 차별화된 전략이 향후 10년의 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