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이 전국 연방 직원의 급여 지급을 중단시키는 가운데, 연방법원에서 가난한 형사 피고인을 대리하는 법원 지정 사선 변호인들의 재정난이 한층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형사사법 시스템의 핵심 축인 변호인 조력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 11월 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일부 민간 변호사들은 새 사건 수임을 멈췄고, 그 결과 피고인의 효과적 변호인 조력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 법원 기록과 변호인단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전역에는 약 1만 2,000명의 민간 변호사가 법원이 관리하는 패널에 소속돼, 변호인을 선임할 형편이 안 되는 연방 형사 피고인을 변호한다. 이들을 보상하는 형사사법법(CJA)Criminal Justice Act 예산은 7월 초에 이미 고갈됐고, 현재 셧다운 34일째가 지속되면서 의회는 새 자금 승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 사법행정처(Administrative Office of the U.S. Courts)에 따르면, 이 법원 관리 패널 소속 민간 변호사들이 빈곤 피고인 사건의 약 40%를 담당하며, 나머지 60%는 법원 시스템 소속의 상근 연방 공공 변호인이 맡는다. 그러나 10월 중순 이후 연방 공공 변호인들 역시 급여 없이 업무를 수행해 왔다.
셧다운 기간에도 법원은 재판 및 심리를 계속 진행 중이다. 다만, 보수 지연·중단이 현장 변론 역량과 방어 전략 수립에 미치는 실질적 파급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이번 자금 공백은 셧다운이 어떻게 연방 서비스 전반을 마비시키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셧다운은 경제 통계 수집 축소, 항공 운항 지연을 야기했으며, 토요일부로 저소득층 대상 연방 식품 지원도 중단됐다. 또한 이번 셧다운은 화요일에 미 역사상 최장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될 전망이다.
변호인단은, 법원 지정 변호인에 대한 자금 부족이 지속되면, 대법원 1963년 판결 기드온 대 웨인라이트(Gideon v. Wainwright)가 보장한 빈곤 피고인의 국선 변호 보장이라는 헌법적 약속을 일부 법원이 지키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금 부족은 변호사뿐 아니라, 전문가 증인, 법정 통역사 및 기타 법정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모두 의회가 배정하는 동일한 재원에서 비용이 지급된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윌리엄 섭(William Shubb)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10월 20일 결정에서, 이러한 사유를 들어 기소장 각하를 요구한 피고인의 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의 변호인 대니카 마젠코(Danica Mazenko)는 피고인이 탄약 불법 소지 혐의를 받는 사건에서, 변호인에게 보수도 지급하지 못한 채 공소를 진행하는 것은 기드온 판결을 공허한 약속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젠코 변호인은 법원 제출 서면에서 “변호인 보수 지급 없이 기소를 진행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기드온’을 공허한 약속으로 전락시킨다”고 밝혔다.
그러나 섭 판사는, 현대의 셧다운 역사에서 법원이 법원 지정 변호인에 대한 보수 지연만으로 피고인의 권리 침해를 인정한 사례는 없었다며 기소장 각하를 거부했다.
뉴멕시코에서는 분배 목적으로 제조된 펜타닐 함유 알약 1만 6,300정 불법 소지 혐의를 받는 남성의 변호인이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자신이 보수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법유전학 및 약물 감정에 필요한 법과학 화학자를 전문가 증인으로 선임·보수 지급할 수 없게 됐다며, 이 사건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빈곤 피고인 사건 전문가 증인 비용이 변호사 보수와 같은 재원에서 지급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매튜 가르시아(Matthew Garcia)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10월 16일 이 사건의 각하 요청을 “극단적 구제수단”이라며 기각했다. 그는 “셧다운은 결국 종료되고, 필요한 자금은 제공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 증인 비용을 지급할 수 없는 사정을 들어 재판 기일을 11월에서 1월로 연기했다.
가르시아 판사는 “형사 피고인과 사회 모두, 전자가 효과적인 변호인의 조력과 공정한 재판에 접근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적었다.
피고인의 변호인 리셸 앤더슨(Richelle Anderson)은 인터뷰에서, 자신과 같은 변호인을 위한 자금을 의회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인이 법정에 서지 않으면 형사 재판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사람을 체포하고 기소하길 원한다면, 그 반대편에 설 피고인 측 변호에 대한 자금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독 개업·소형 로펌의 압박 가중
사법행정처에 따르면, 법원 지정 패널 소속 변호사의 약 85%는 단독 개업이거나 소형 로펌 소속이다. 법원과 변호인단은, 자금이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될 경우 더 많은 변호사가 새 사건 수임을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이슨 터프먼(Jason Tupman) 미 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 연방 공공 변호인 국장은 “단독 개업 변호사에게는 수입의 예측 가능성이 생계에 결정적”이라며, “이게 예측 불가능해지면 그들은 다른 일을 찾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에 등록한 민간 변호사들의 보수는 시장 시세보다 낮다. 사형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은 시간당 $175, 사형 사건은 시간당 $223이 사후 정산(바우처 제출) 방식으로 지급된다.
브라이언 카스(Brian Karth) 미 캘리포니아 중부지법 사무국 총괄은, 법원 지정 패널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들이 “무급 상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한계에 거의 이르렀다”는 점을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를 관할하는 캘리포니아 중부지법에서는, 빈곤 피고인 사건을 맡을 수 있는 민간 변호사 풀이 통상 약 100명에서 20명 미만으로 급감했다고, 해당 지역 CJA 패널 대표이자 변호사인 앤서니 솔리스(Anthony Solis)가 전했다.
샌디에이고를 관할하는 캘리포니아 남부지법의 경우, 법원 지정 변호사 패널은 평소 약 100명 규모지만, 최근 새 사건을 실제로 수임하는 변호사는 70명 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해당 지역 패널 대표인 아담 도일(Adam Doyle) 변호사가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 랄리 소재 로펌 엘리스 앤드 윈터스(Ellis & Winters)(변호사 45명)의 파트너이자, 노스캐롤라이나 동부지법 법원 지정 변호사 패널 대표인 켈리 마르고리스 대거(Kelly Margolis Dagger)는,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에서 5~10명의 변호사가 자금난으로 사건을 계속 수임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대거 변호사는 “나 개인은 지정 사건 수임을 가능한 한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내 패널의 매우 많은 단독·소형 로펌 변호사들이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점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맥락과 용어 설명
셧다운은 의회가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해 연방정부의 비필수 업무와 지출이 중단되는 상황을 뜻한다. 형사사법 영역에서는, 피고인의 변호권 보장을 담당하는 제반 비용(변호사 보수, 전문가 증인, 통역 등)이 의회 배정 예산에 의존하는 만큼,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사건 지연·방어권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형사사법법(CJA)는 연방 형사 사건에서 빈곤 피고인에게 국선 변호를 제공하기 위한 법적·재정적 틀을 제공한다. 법원 관리 패널은 자격을 갖춘 민간 변호사들로 구성돼, 공공 변호인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을 분담한다. 기드온 대 웨인라이트(1963)는 주·연방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권을 확립한 역사적 판례로, 오늘날 국선 변호 제도의 헌법적 근거가 된다.
전문적 시사점: 이번 사태는 형사사법 인프라가 안정적 공공 재원에 얼마나 의존적인지를 드러낸다. 변호사 보수 지연은 단순한 노동 대가 문제를 넘어, 전문가 증거 준비, 증인 탐문, 번역·통역 등 방어 전략의 핵심 요소를 제약해 공정한 재판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 나아가 단독 개업·소형 로펌 비중이 높은 CJA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성은, 자금 충격이 곧바로 사건 처리 능력 축소로 전이됨을 시사한다. 이는 곧, 사건 적체와 재판 지연, 구금기간 장기화 등 사법 비용의 사회적 전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