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발(로이터) – 미국 정부의 셧다운(shutdown)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하루 종일 변동성에 시달렸으나, 뉴욕 증시는 마감 직전 힘을 내며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면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였고, 금 가격은 장중 사상 최고치를 잠시 찍은 뒤 소폭 밀렸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세계 투자자들은 자정(미 동부시간)까지 새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닥칠 1981년 이후 15번째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런 상황에서 행정부는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단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냈다.
셧다운이 시작되면 10월 1일 발표 예정인 9월 고용보고서(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지연돼
“연준(Fed)이 10월 29일 회의에서 경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 ‘블라인드 플라이트(Blind Flight)’ 상황”
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8월 JOLTS(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구인 건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채용 건수는 감소해 노동시장 둔화 조짐을 시사했다. 이는 견조한 소비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11월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을 강화했다.
Monica Guerra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미국 정책 총괄은 “10월 1일, 전면적 셧다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뉴욕증시는 대부분의 거래 시간 동안 약보합을 유지하다가 마감 직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전환했다. S&P500 지수는 0.4% 올라 3,5개월 만에 가장 좋은 9월 성적(3.5% 상승)을 기록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0.2%, 나스닥 종합은 0.3% 각각 올랐다.
MSCI 올-월드(ACWI) 지수도 미국 증시의 반등 덕분에 0.4% 상승 마감했다. 유럽에서는 범유럽 STOXX600 지수가 산업·헬스케어 업종 강세에 힘입어 0.5% 올랐고, 일본 니케이225는 0.25% 하락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STOXX600은 9월 한 달간 1% 상승해 5월 이후 최고 월간 실적을 기록했다.
스위스계 자산운용사 피크테(Pictet) 멀티애셋 공동대표 Shaniel Ramjee는 “기업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동시에 주요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금리를 인하하고 있고 경기 역시 나쁘지 않다”며 주식 비중을 추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호주중앙은행(RBA)은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3.60%로 동결했다. 이에 호주 달러(오지달러)는 긴축 사이클 중단에 따른 안도감 속에 추가 상승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OPEC+가 증산할 것이라는 관측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수출 재개 소식이 맞물려 브렌트유가 1.3% 하락(배럴당 67.10달러), WTI가 1.5% 하락(62.51달러)을 기록했다.
9월의 스타 자산은 금(金)이었다. 트로이온스당 3,871.45달러로 장중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뒤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하락 전환했지만, 9월 한 달 기준 10% 넘게 올라 2020년 7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0.5% 내린 1달러=147.9엔, 유로/달러는 1.17355달러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스위스 프랑과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소폭 강세를 보였고, 달러지수(DXY)는 0.1% 떨어져 9월을 거의 보합권에서 마무리할 전망이다.
ING는 보고서에서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엔화가 위험회피 수단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주목하는 9월 고용보고서는 원래 10월 1일 발표 예정이지만,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발표가 무기한 연기돼 연준이 ‘데이터 공백’ 속에 움직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9월 제조업 PMI는 49.8로 전월(49.4) 대비 소폭 개선됐으나, 기준선인 50을 밑돌며 여섯 달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이는 내수 부양책 및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상하이·선전 대표지수인 CSI300은 0.5% 올라 5개월 연속 상승, 2017년 10월 이후 최장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독일 4개 주요 주(州)의 9월 소비자물가가 상승했지만 시장 파급력은 제한적이었다. 유럽 투자자들은 여전히 ECB의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과 국제 유가 변동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용어 한눈에 보기
정부 셧다운이란 연방정부 예산안이 의회에서 기한 내 통과되지 못할 때, “배정·지출 권한이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경우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연방 공무원이 무급휴가에 들어가고, 경제지표·행정서비스·박물관 운영 등 다수 기능이 중단된다. 미국 정치 일정에 큰 변수가 되며 금융시장에도 단기 충격을 주곤 한다.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는 미국 노동부가 매달 내놓는 구인·이직 동향 보고서로, 신규 구인·채용·이직·해고 및 퇴사 숫자를 집계한다. 고용시장의 체온계를 보여 주는 선행지표로 연준과 투자자들이 주목한다.
STOXX600·MSCI All-World처럼 여러 국가 주식을 한데 모은 광역 지수는 글로벌 자산 배분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특히 세계 경기 민감 업종이 포진해 있어 투자 심리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
종합하자면, 이번 주 금융시장은 셧다운 현실화 여부와 9월 고용보고서 발표 지연 가능성에 따라 향후 며칠간 추가 변동성을 겪을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달러 지수, 금, 미국 국채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 움직임과 함께,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어떤 신호를 내놓을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