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5일(현지시간) 일제히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49%,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14%, 나스닥100지수는 -0.73% 떨어졌다. 같은 날 9월물 E-미니 S&P500 선물은 -0.46%,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71% 하락했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기술주 강세로 지수가 상승 출발했으나, 미국 7월 ISM 서비스업 지수가 시장 전망을 하회하면서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다. ISM 서비스업 지수는 전월보다 0.7포인트 낮은 50.1을 기록해 확장·위축 기준선(50)에 근접했고, 전문가 예상치(51.5)를 크게 밑돌았다.
가격 압력의 지속 역시 우려를 키웠다. ISM 서비스업 지불 가격 하위지수는 2.4포인트 급등한 69.9로 2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 디플레 우려보다 인플레 재확산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장중 94%까지 높아졌으나, 서비스물가가 다시 튈 경우 통화정책 경로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비스업·무역·고용: 미국 경기 냉·온탕 신호
같은 날 발표된 6월 미국 무역수지는 -602억 달러로 전월(-717억 달러) 대비 적자 폭이 크게 축소돼 1년 9개월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이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에 상향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전날 “노동시장 냉각 증거가 쌓이고 있으며, 관세발(發)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 “조만간 금리 인하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러나 관세 정책은 또 다른 변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산 수입품 관세를 현행 25%에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산 일부 제품 관세를 35%로 올리고, 글로벌 최소 10%·대미 흑자국 15% 이상의 관세를 8월 7일 0시 이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2025년 15.2%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한다.
시장 반응 및 섹터별 흐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과 연간 가이던스 상향에 힘입어 +7% 급등했다. 반면 의료·IT 서비스 업체 인스파이어 메디컬 시스템즈(-34%), 가트너(-27%) 등이 대규모 가이던스 하향으로 급락,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건강보험 섹터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보너스 지급 기준 완화 가능성 언급으로 유나이티드헬스그룹(+4%), CVS헬스(+3%), 휴마나(+2%) 등이 동반 상승했다. 이 밖에 액손 엔터프라이즈(+16%), ADM(+6%), 화이자(+5%) 등은 실적 호조로 강세를 보였다. 반면 글로벌파운드리즈(-9%), TDG(-12%), 버텍스 파마슈티컬스(-20%) 등 반도체·항공·바이오주는 부진했다.
국채 시장에서도 9월물 10년 만기 T-노트 수익률이 4.202%로 1bp 올라 3개월 최저치(4.183%)에서 소폭 반등했다. 미 재무부가 이번 주 1,250억 달러 규모의 T-노트·T-본드(장기국채)를 발행하는 ‘쿼털리 리펀딩’이 수급 부담으로 작용했고, 3년물 입찰 경쟁률(BTC)이 2.53으로 10회 평균(2.58)을 하회해 수요 부진이 확인됐다.
유럽·아시아 증시와 금리 동향
유로 STOXX50 지수는 전일 대비 +0.14%,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624%로 보합을 나타냈다.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4.516%로 0.8bp 상승했다. 유로존 7월 합성 PMI는 50.9로 소폭 하향 수정됐고, ECB의 9월 25bp 인하 가능성은 스왑시장에서 16%로 반영됐다. 중국 상하이종합(+0.96%), 일본 닛케이225(+0.64%) 등 아시아 증시도 상승 마감하며 미국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 주목 포인트 및 용어 해설
• ISM 서비스업 지수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가 발표하는 대표 경기 선행지표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 국면을 뜻한다.
• ‘지불 가격’(Prices Paid) 지수는 기업이 실제로 경험하는 비용 변화를 반영해 물가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해당 지수가 높게 나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 연방기금선물(FFR) 시장은 미국의 정책금리(연방기금금리) 방향성을 가늠하는 파생상품 시장으로, 투자자들은 가격을 통해 금리 인하·인상 확률을 숫자(%)로 환산한다.
• 분기 환매(Quarterly Refunding)는 미 재무부가 매 분기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해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롤오버(차환)하는 과정이다. 발행 규모가 크면 국채 수급 불균형으로 수익률이 상승(가격 하락)할 수 있다.
전문가 해석 및 전망
시장 참여자들은 고용·제조업 부진→경기 둔화 우려와 서비스 가격 상승→인플레이션 재점화라는 엇갈린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Fed가 9월 금리인하를 단행하더라도, 관세 인상과 서비스물가 재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다시 매파적(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실적 측면에선 S&P500 67%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83%가 이익 추정치를 상회하면서 연간 EPS 추정치(전년 대비 +9.1%)가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관세 충격과 달러 강세가 실적 가이던스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위험 변수다.
이번 주 후반에는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예상 22.1만 건)와 2분기 생산성·단위노동비용 지표가 예정돼 있다. 특히 노동비용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될 수 있어, 채권·주식 시장 모두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관세 정책·물가 지표·연준 발언에 따라 섹터 로테이션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실적체력이 확인된 대형 기술·방위·헬스케어주는 비중을 유지하되, 가격 변동성이 큰 반도체·소비재주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편 6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에어비앤비, 디즈니, 우버, 맥도날드 등 대형 소비·미디어·플랫폼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이들의 향후 가이던스가 소비심리·여행·광고 시장에 대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