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칼럼니스트
서론: 2025년 여름, AI 투자 ‘결정적 분기점’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메타·알파벳으로 대표되는 미국 빅테크가 생성형 AI 붐을 계기로 CAPEX(설비투자)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8월 첫째 주에만 애플·아마존·모더나·엑슨모빌 등 대기업이 앞다퉈 실적과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월스트리트 분석팀은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하며 ‘AI 인프라 레이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증했다. 동시에 연준 이사 2명이 기준금리 인하를 공개 주장하고, 7월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경기 둔화 신호 속에서도 빅테크가 공격적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미국 자본시장·산업 경쟁력·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장기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짚어본다.
1. 5대 핵심 데이터로 본 ‘AI CAPEX 폭증’ 현황
기업 | 2025 회계연도 CAPEX 가이던스 | 전년 대비 증감률 | AI 관련 비중(추정) |
---|---|---|---|
마이크로소프트 | $900억~1,000억 | +55% | ≈70% |
알파벳 | $850억 | +48% | ≈65% |
아마존(AWS 포함) | $720억 | +40% | ≈60% |
메타 | $660억~720억 | +35% | ≈80% |
애플 | $140억 | +30% | ≈50% |
출처: 각 사 실적발표·컨퍼런스콜·LSEG 집계
표에서 보듯 AI 추격주로 평가받던 애플마저 설비투자를 30% 늘렸다. 팀 쿡 CEO는 “로드맵을 앞당길 수 있다면 규모에 관계없이 M&A에 나서겠다”고 천명했고, 2025 회계연도 3분기 CAPEX는 전년 동기의 21억5,000만 달러에서 34억6,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2. 투자 동인을 규정하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
2-1. 파라미터 폭발(Parameter Explosion)과 GPU 수요
OpenAI GPT-5, 구글 Gemini 2 등 차세대 대형언어모델(LLM)은 파라미터가 1조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엔비디아 DGX H200 한 대가 처리할 수 있는 학습 데이터 규모는 한정적이기에, 연산능력(Flops) 확보를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이 필수다.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에만 AI 전용 GPU 매출이 37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26년 1,000억 달러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2. 에너지·냉각 비용 재편과 ‘그린 AI’ 규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8%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엑슨모빌·셰브론 등 전통 에너지 기업이 저비용 유전(가이아나·Permian Basin) 증산에 나서는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은 풍력·소형모듈원전(SMR) 장기 PPA 계약을 체결해 전력비를 헤지하고 있다.
2-3. 공급망 리디자인과 지정학
트럼프 행정부의 ‘40% 트랜십 관세’ 발표는 아시아 우회 수출 구조를 흔들며 서버·반도체 부품 공급망을 재배치하도록 압박한다. 애플은 인도·베트남 생산 비중을 늘리고, 아마존·메타는 멕시코·중남미 조립 비중을 확대 중이다.
3. 시장·정책·경기에 미칠 장기적 파급효과
3-1. 자본시장: 밸류에이션 축소 압력 vs. 장기 ROIC 상승
CAPEX 급증은 단기 EPS를 희석시킨다. 실제로 아마존은 3분기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시장 예상(중간값 194억8,000만 달러)보다 낮은 180억 달러로 제시하며 주가가 프리마켓에서 8% 급락했다. 그러나 투자금 대비 투자자본수익률(ROIC)이 2027년 이후 재상승할 경우, 2025~2030년 S&P500 실적 기여도의 45%가 AI 인프라 생태계에서 나온다는 골드만삭스 추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3-2. 산업구조: 전력·부품·소재 ‘피라미드 레버리지’
- 전력: 총 200GW의 신규 전력 수요가 예측돼 신재생·천연가스·SMR 투자 붐이 재점화된다.
- 반도체·고주파 부품: TSMC·삼성·인텔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가 1,5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 고순도 흑연·희토류: MP머티리얼즈 등 북미 희토류 업체가 국방부·애플 공급 계약으로 생산 체인을 탈중국화한다.
3-3. 거시경제: 생산성 향상을 통한 ‘디지털 총요소생산성(TFP) 반등’
맥킨지는 AI가 2030년까지 미국 노동생산성을 연평균 최대 1.4%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둔화했던 TFP를 1990년대 닷컴 호황 수준으로 되돌려 장기 잠재성장률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4. 투자전략: 3단계 체크리스트
4-1. 현금흐름 vs. 희석 리스크 비교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처럼 영업현금흐름/CAPEX비율(FCF커버리지) >200%인 기업은 투자가 곧 밸류에이션 레버리지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 반면 모더나처럼 매출 하향 조정과 구조조정이 동반되는 바이오텍은 자본조달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
4-2. 공급망 탈중국 가속 수혜주
메모리·AI GPU 기판 업체(ABF), 전력·냉각 솔루션 기업(슈나이더·이튼), 희토류 소재 업체(MP머티리얼즈)가 중장기 포트폴리오 분산처로 주목된다.
4-3. 규제·정책 캡처
연준이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경우, 고투자 기업의 할인율이 낮아져 DCF 밸류에이션이 재상승한다. 반대로 민주·공화 양당 모두 AI 안전성·독점 규제 강화를 공약하고 있어, M&A 심사 장기화 가능성을 감안한 듀 딜리전스가 필요하다.
5. 전망 및 결론
필자는 AI CAPEX 슈퍼사이클이 1)전력·반도체·소재 등 실물산업 재부흥, 2)빅테크 ROIC 반등, 3)미국 잠재성장률 제고라는 3중 효과를 통해 2025~2035년 ‘디지털 신중흥기’를 견인할 것으로 본다. 단, 규제·관세·에너지 비용·노동력 부족이라는 4대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투자자는 ①현금흐름 탄탄한 AI 플랫폼 ②공급망 리디자인 수혜 소재·부품주 ③전력·냉각 인프라 기업 중심의 ‘3각 포트폴리오’로 대응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다.
결국 자본시장은 단기 EPS 희석보다 장기 데이터·연산력 네트워크 효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초거대 모델의 시대’가 열리는 지금, 설비투자 확대는 비용이 아닌 미래 현금창출권의 선매(先買)임을 이해해야 한다.
ⓒ 2025. 본 기사에 사용된 통계·차트·견해는 필자의 분석이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음을 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