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난민 환영 패키지에 트럼프 아동 전기 포함 검토

미국 보건복지부(HHS) 고위 관료가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난민들에 대한 환영 패키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동용 전기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안은 난민 프로그램의 정치적·외교적 파급효과를 촉발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와 난민 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인사인 프레드 쿠퍼(Fred Cooper)가 지난주 내부 이메일을 통해 환영 패키지에 여러 권의 서적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쿠퍼는 자신을 보건복지부(HHS)의 한 부서에서 부차관보(Deputy Assistant Secretary)로 소개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Donald Trump Biography for Kids: An Inspirational Story of One of America’s Most Famous Presidents’라는 8~12세 어린이 대상의 89쪽짜리 전기를 링크하며 포함을 권유했다.

‘도널드 트럼프 아동 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에서의 어린 시절, 사업가로서의 성공과 실패(예: Taj Mahal 카지노·호텔의 파산) 등을 다루며, 재임 기간 중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관련 정책과 코로나19 대응 노력 등 주요 사건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해당 전기는 ‘Challenges and Controversies’라는 장을 통해 하원에 의한 두 차례의 탄핵과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전 트럼프의 지지자들에게 보낸 ‘fight like hell’이라는 메시지도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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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는 이와 함께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의 전기와 ‘The 1776 Report’도 환영 패키지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앤드루 잭슨은 역사적으로 노예 소유와 원주민 강제 이주로 비판받아온 인물이며, ‘The 1776 Report’는 트럼프 임기 말인 2021년 1월 발표된 보고서로, 다양성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쿠퍼는 이메일에서

‘I imagine these books wouldn’t be an issue?’

라고 적으며 문제없음을 전제로 제안했다.

로이터가 검토한 내부 이메일에는 해당 서적들을 미 정부가 어떻게 구매하거나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보건복지부와 쿠퍼 본인은 언론의 질의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배경 및 정책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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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2021년 1월 취임 이후 전 세계 난민 수용을 일시 중단했다가, 이후 다수의 흑인 인구가 거주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럽계 혈통인 아프리카너(Afrikaners)를 난민으로 우선 수용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보수 진영은 이들이 인종 기반 폭력과 차별의 피해자라고 주장해 왔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이러한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당국은 미국 난민 프로그램에 계약되어 일하던 케냐인 노동자들을 부적절한 비자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추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안은 양국 관계에 추가적인 긴장을 야기했다.

출판사 및 자료 출처

문제가 된 아동용 트럼프 전기는 이븐네스트 프레스(EverNest Press)라는 곳에서 발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로이터는 이 출판사의 공식 웹사이트나 별도 연락처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마존(Amazon)에서는 해당 출판사의 이름과 저자 표기가 함께 검색되지만 출판사에 대한 추가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관련 용어 설명

‘아프리카너(Afrikaners)’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유럽(주로 네덜란드·독일·프랑스)계 후손으로 구성된 집단을 가리킨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며 독자적 문화·언어(아프리칸스어)를 유지해 왔다. 미국 내 난민 정책과 관련해 이들을 우선 수용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인종·정책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The 1776 Report’는 2021년 1월 발표된 보고서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위원회가 미국 역사 교육과 관련한 내용으로 다양성 중심의 접근을 비판한 문서이다. ‘Family Research Council’는 보수 성향의 기독교 기반 싱크탱크로, 종교의 자유 이슈와 관련된 법적·사회적 사례들을 정리한 보고서를 만든 바 있다.


정치·외교적 영향과 실무적 파장

이 같은 제안은 몇 가지 실질적 파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의 반발은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을 확대할 수 있다.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미국 내 해당 난민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해 왔으며, 서적 포함 여부는 상징적 조치로 정치적 민감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둘째, 난민·이민 정책을 운용하는 행정 절차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난민 환영 패키지에 특정 정치인과 이념을 홍보하는 자료가 포함된다면, 난민 선발 및 통합 프로그램의 중립성에 대한 국내외적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난민 단체와 인권단체는 전통적으로 수용자에게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료를 제공해 왔지만, 특정 대통령이나 정치 이념을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관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셋째, 경제적 측면에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주가·원화·상품가격 변동 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인권·이민 정책에 대한 국제적 평판이 무역·투자 심리에 미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의 공급망 안정성·인력 확보·다국적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관련 산업(국제법률·이민 서비스·비영리 지원기관 등)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 있다. 이는 해당 분야의 서비스 요율 상승과 고용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적 평가

정책 분석 관점에서 볼 때, 환영 패키지에 포함할 교육 자료의 선정은 단순한 행정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 인권, 국내 정치를 동시에 건드리는 사안이다. 특정 인물이나 이념을 공공 자원으로서 난민 적응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것은 국제 규범과 국내 관례에 대한 재검토를 촉발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추진 세력의 정치적 목표를 반영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난민 통합의 효율성, 양국 관계, 그리고 미국 정부의 대외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결론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이메일과 제안 내용은 미국 내 난민 정책의 방향성과 정치적 성격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프레드 쿠퍼의 제안이 실제 환영 패키지에 포함될 경우, 그것이 미칠 정치적·외교적 파장은 단순한 서적 배포를 넘어 미국의 이민 정책 운영 방식과 국제적 신뢰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과 난민 프로그램의 최종 결정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