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루코일 해외 자산 매각 협상에 길 열어…불가리아 부르가스 정유소 거래도 한시 허용

워싱턴/뉴욕/런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석유기업 루코일(Lukoil)의 해외 자산 매각과 관련해 잠재적 인수자들의 협상을 허용하고, 불가리아가 몰수 조치를 추진한 부르가스 정유소와의 거래를 특정 조건 아래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다.

2025년 11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금요일 복수의 라이선스를 발급했으며, 그중 하나는 12월 13일까지 루코일과 해외 자산 매각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아울러, 불가리아가 해당 정유소의 압수를 추진한 이후에도 루코일의 부르가스 정유소와의 사업 거래를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조치가 포함됐다다.

미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재원 조달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두 대형 석유회사인 루코일로스네프트(Rosneft)에 제재를 부과했다. 제재 이후 루코일의 해외 자산은 잇따른 운영 차질을 겪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원유 생산의 약 0.5%를 차지하는 규모로 파악된다.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질서 있는 자산 구조조정 통로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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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협상 허용하되 거래 승인 조건은 엄격

재무부는 협상 자체를 허용했지만, 실제 매각 거래를 승인하는 데에는 엄격한 조건을 부과했다.

“미국은 해당 자산의 매각이 루코일과의 모든 연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매각 대금이 루코일이 제재 상태가 지속되는 한 접근할 수 없는 에스크로(escrow) 계정에 예치될 경우에만 해당 거래를 승인한다.”

재무부는 또 다른 라이선스를 통해 불가리아 내 루코일 산하 법인과의 거래를 2026년 4월 29일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했다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성명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가

“첫날부터 안정성, 예측 가능성, 그리고 불가리아 시민과 기업의 안심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전개해 온 집중적 조치·협상·외교적 대화의 직접적 결과”

라고 밝혔다. 영국의 금융제재이행청(Office of Financial Sanctions Implementation)루코일 불가리아 EOOD루코일 네프토힘 부르가스 AD에 대해 라이선스를 부여했으며, 후자는 불가리아 유일의 정유시설인 부르가스 정유소를 운영한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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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대변인은

“이번 승인들은 동맹과 파트너의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 정부에 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설계됐다”

고 강조했다. 동시에 재무부는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텡기즈셰브로일(Tengizchevroil) 프로젝트와의 거래를, 제재 대상 석유회사들이 관련돼 있더라도 허용하는 별도 라이선스도 발급했다다.


CPC·텡기즈셰브로일: 글로벌 원유 흐름의 관건

CPC하루 160만 배럴 이상(글로벌 원유의 약 1.5%)의 원유를 카자흐스탄 유전에서 흑해 연안으로 운송하는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메이저들인 셰브론(Chevron), 엑슨모빌(Exxon Mobil), 에니(Eni), 셸(Shell),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 그리고 루코일이 개발에 참여한 유전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이 파이프라인은 러시아 영토를 관통하며, 모스크바가 서방 제재에 보복하기로 결정할 경우 전면 중단될 위험이 상존한다다.


매각 후보군 부상: 칼라일, 카즈무나이가스, 셸

루코일 해외 자산을 둘러싼 인수전 조짐도 뚜렷하다. 로이터는 전날,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Carlyle)이 루코일의 해외 자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칼라일은 실사에 앞서 자산 인수를 허용하는 미국 라이선스를 신청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다.

애널리스트들은, 스위스 원자재 트레이더 건보르(Gunvor)가 과거 루코일과의 합의를 철회한 전례와 비교할 때, 칼라일이 미국 정부의 인수 승인에 보다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앞서 재무부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건보르를

“크렘린의 ‘꼭두각시’(puppet)”

라고 지칭한 이후, 건보르는 루코일과의 거래에서 물러섰으며, 해당 평가는 “강하게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다.

칼라일은 금요일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로이터는 전 세계 다른 기업들도 루코일 자산 일부에 대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영기업 카즈무나이가스(KazMunayGas)유럽 메이저 셸(Shell) 등도 잠재적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다.


루코일의 해외 포트폴리오와 가치

루코일은 유럽 내 3개 정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이라크·멕시코·가나·이집트·나이지리아의 유전 지분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수백 곳의 소매 연료 주유소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회사의 국제 자산 가치2024년도 공시를 기준으로 약 220억 달러로 추정된다다.

휴스&허버드(Hughes and Hubbard) 로펌 파트너이자 전직 재무부 관계자인 제러미 페이너(Jeremy Paner)는, 이번 협상 허용 라이선스가 기업들이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 및 기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자산의 실제 취득은 재무부의 별도 ‘특정 라이선스’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다.


불가리아 부르가스 정유소와 거래 허용의 의미

이번 조치는 불가리아 정부가 부르가스 정유소의 압수를 추진한 뒤에도,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며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영국 당국의 접근법을 보여준다. 재무부가 밝힌 바와 같이, 이러한 인가 조치는 동맹국의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러시아 정부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설계된 점이 핵심이다다.

특히, 에스크로 계정에 대한 요건은 자금이 제재 해제 전까지 원 소유주에게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장치다. 이는 제재 체제 하에서 흔히 활용되는 안전장치로, 거래의 투명성자금 흐름의 통제를 동시에 확보하는 목적을 가진다다.


용어와 절차: ‘일반 라이선스’와 ‘특정 라이선스’

이번 발표에는 두 유형의 허가가 혼재한다. 하나는 일정 기간 동안 특정 활동(예: 협상, 기존 계약 이행 등)을 폭넓게 허용하는 일반 라이선스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거래를 케이스별로 심사해 발급하는 특정 라이선스다. 기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12월 13일까지의 협상 허용은 전자에 가깝고, 자산의 실제 취득은 후자의 별도 승인이 필수다다.

또한 기사 중 괄호로 표기된 [/equities/…] 표지는 원문 소스의 종목·링크 식별자로, 기업 및 주식 관련 추가 정보를 가리키는 내부 참조 표기다. 본문 이해를 위해선 해당 표기 자체를 해석할 필요는 없다다.


시장·정책적 함의

첫째, 해외 자산 협상 통로 개방은 제재 집행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비핵심 자산의 질서 있는 매각을 통해 글로벌 공급 차질을 완화하려는 균형적 접근으로 읽힌다. 둘째, CPC·텡기즈셰브로일과 관련한 거래 허용은 카자흐스탄발 원유 흐름의 중단 가능성에 대비한 안정판으로 기능한다. 셋째, 칼라일 등 서방 투자자의 참여 가능성은 향후 승인 절차의 정책 적합성 판단과 직결될 전망이며, 완전한 연계 단절에스크로 예치라는 명시적 조건은 거래 구조 설계의 핵심 제약으로 작용한다다.

넷째, 불가리아 및 영국의 라이선스 병행 발급은 역내 정유·소매 인프라의 연속성을 보장하려는 다자적 조율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섯째, 모스크바의 CPC 차단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관련 프로젝트에 얽힌 기업들은 규정 준수거래 승인을 정밀히 관리해야 하는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다.


원문 핵심 인용

“이러한 승인들은 우리의 파트너와 동맹국의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 정부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게 한다.” — 미국 재무부 대변인

“첫날부터 이어온 집중적 조치·협상·외교적 대화의 직접적 결과다.” — 불가리아 에너지부


기사 정보

취재: 로이터(Timothy Gardner, Shariq Khan, Robert Harvey) | 제목: US paves way for talks on sale of Lukoil’s foreign assets

핵심 키워드: 미국 제재, 루코일, 해외 자산 매각, 부르가스 정유소,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텡기즈셰브로일, 칼라일, 에스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