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타깃, 알디 등 미국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들이 올해 추수감사절 식사 구성을 사상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가격 인하의 이면에는 자체상표(프라이빗 라벨)로의 전환과 구성 품목 축소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즉, 유통업체들도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다운트레이딩’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2025년 11월 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의 올해 추수감사절 식사 구성 15개 품목 중 9개가 자사 Great Value 브랜드로 채워졌다. 지난해에는 21개 품목 중 9개가 자체상표였던 것과 비교하면, 자체상표 비중이 뚜렷하게 높아진 것이다.
월마트는 이를 위해 스터핑 믹스를 포함시키는 대신 양파, 샐러리, 육수를 구성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칠면조 메인은 지난해 파운드당 88센트였던 Honeysuckle White에서, 올해는 더 널리 알려진 Butterball로 교체하되 파운드당 96센트로 책정하는 리패키징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구성 조정은 가격 인하 효과를 부각하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일부 유지하려는 절충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이번 식사 키트가 40달러 미만에 10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약 56달러로 8인 분량을 충당했던 것과 대비된다. 품목 수는 22개(그린빈, 옥수수 등 일부 품목은 복수 개 포함)로, 지난해 29개에서 줄었다. 월마트는 이와 관련한 추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용어 설명: 프라이빗 라벨과 다운트레이딩
프라이빗 라벨(자체상표)은 유통사가 자체 기획·브랜딩한 상품으로, 제조·유통 비용을 낮춰 동일 카테고리의 국가 브랜드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다운트레이딩은 가계가 가격 민감도가 높아질 때 상위 브랜드나 고급 제품에서 더 저렴한 대안으로 구입 기준을 낮추는 소비 행태를 일컫는다. 이번 사례는 유통업체가 자체상표 확대와 구성 축소로 소비자의 다운트레이딩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TRUMP TALKS TURKEY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경제 관련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번 주 여러 차례에 걸쳐 월마트의 가격 인하를 거론하며 지난해보다 명절 비용이 25%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한 기자가 ‘장바구니에 담긴 음식 양이 줄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해당 주장을 ‘fake news’라고 반박했다.
이른바 ‘추수감사절 바스켓’의 구성 변화는 상징을 넘어 실제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다. 닐슨IQ가 9월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8%는 식료품 물가 상승에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고, 31%는 가능하면 자체상표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9월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11월 초 미국 소비자심리는 약 3년 반 만의 저점으로 약화됐으며, 사상 최장 기간의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저소득층 대상 SNAP 식비 지원 지급이 지연돼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용어 설명: SNAP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은 저소득층의 식품 구입을 보조하는 연방정부 프로그램이다. 지급 지연은 식료품 수요의 위축과 가격 민감도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어, 명절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의 유통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요즘 매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식비를 어떻게 절약하느냐’이다. 우리가 권하는 방법 중 하나는 프라이빗 라벨을 탐색하는 것이다.” — 스튜 레오나드 주니어, 스튜 레오나드(코네티컷) CEO
알디: 10인 기준 40달러로 인하, 구성 재배치
독일계 할인점 알디(Aldi)는 10인 분의 추수감사절 구성을 40달러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7달러에서 인하된 가격이다. 알디는 올해 칠면조 메인에서 Butterball 대신 더 저렴한 Jennie-O로 교체해 파운드당 약 30센트를 절감했다. 다만 알디는 성명에서 Butterball 역시 파운드당 97센트에 올해도 구매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작년의 파이 크러스트 단품을 올해는 냉동 2개들이로 바꾸고, 당근·감자·양파 가격에서 몇 센트씩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로이터는 알디의 2025년 품목 리스트와 가격을, 미국의 인기 할인·쿠폰 정보 플랫폼인 The Krazy Coupon Lady가 지난해 알디 매장을 방문해 제공한 2024년 유튜브 영상 속 상세 내역과 비교해 변화 폭을 점검했다. 이 비교에 따르면, 올해 알디의 가격 인하는 브랜드 교체와 구성 최적화를 통한 단가 절감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타깃: 4인 세트 20달러 미만, 핵심 7개 품목으로 단출하게
타깃(Target)의 7개 품목 추수감사절 키트는 빵과 냉동 옥수수를 자체상표로 교체한 점이 눈에 띈다. 그 과정에서 작년 구성에 포함됐던 Del Monte 그린빈과 Campbell’s 크림 오브 머슈룸 수프 등 국가 브랜드가 제외됐다. 가격은 4인 세트 기준 20달러 미만으로, 지난해의 20달러 수준과 비교해 실질 인하를 내세운다. 타깃 대변인은 연도별 구성은 고객 수요나 재고 상황에 따라 일부 달라질 수 있으며, 고객들은 보통 추수감사절 일주일 전에 본격 구매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해석과 시사점: ‘값은 낮추고, 양과 브랜드는 조정’
세 유통사의 공통분모는 표면 가격을 낮추는 대신, 브랜드 스펙과 구성 폭을 조정해 총 비용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월마트는 총 품목 수를 줄이고 자체상표 비중을 확대했으며, 알디는 브랜드 교체와 팩 단위 조정으로 체감가를 낮췄다. 타깃은 핵심 품목 중심으로 단출화해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소비심리 위축과 식료품 물가 부담이라는 환경에서, 유통업체들이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우는 리테일 공식을 재확인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카테고리에서 선택의 폭 축소로 인식될 여지가 있고, 구성 축소는 ‘더 싸졌지만 양이 줄었다’는 체감 물가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닐슨IQ 설문에서 보듯 상당수 소비자가 자체상표 선호를 드러낸 만큼, 다운트레이딩은 이미 주류화했음을 시사한다. 추수감사절과 같은 고정 수요 이벤트에서 가격·구성의 미세 조정은 가계의 예산 제약을 반영하는 즉각적 해법이며, 유통사 수익성 방어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실용 팁: 명절 장보기 절약 전략
소비자는 자체상표 대체, 복수 팩 구성(예: 냉동 2개들이 파이 크러스트), 브랜드 혼합(메인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 사이드는 자체상표) 같은 방식으로 총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유통사별로 구성 품목과 실제 총량이 다르므로, 1인당 환산 비용과 실제 필요 수량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