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미국 연방대법원은 15일(현지시간) 미시시피주 소셜미디어 연령 확인 및 부모 동의 의무화 법률의 시행을 일시 중단해 달라는 업계 단체 넷초이스(NetChoice)의 긴급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해당 주법은 하급심에서 위헌 여부가 최종 판결될 때까지 일단 효력이 유지된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별도의 구두 변론 없이 청구를 기각했으며,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보충 의견에서 “본안 심리 결과, 해당 주법이 헌법 수정 제1조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초기 단계에서 법률 집행을 막기 위해서는 더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넷초이스는 메타(Meta)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알파벳(Alphabet)의 유튜브, 스냅(Snap)의 스냅챗을 회원사로 둔 워싱턴 D.C. 소재 기술업계 연합체다. 이 단체는 2024년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주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요청했다.
미시시피 주법은 미성년자가 계정을 개설할 때 부모 또는 법정대리인의 ‘명시적 동의(Express Consent)’를 받도록 규정하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이용자 연령을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의무를 부여한다. 위반 시 건당 최대 1만 달러의 민사벌금과 주 소비자기만방지법에 따른 형사처벌이 병과될 수 있다.
법원 공방 과정
1심 담당인 할릴 술레이먼 오제르덴 미국지방법원 판사는 2024년 12월과 2025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넷초이스 회원사들에 대한 집행을 잠정 중단시켰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소재 제5연방항소법원(5th Circuit)은 7월 17일 단 한 줄짜리 명령으로 오제르덴 판결을 중지시켰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그 항소법원 판단을 사실상 유지한 셈이다.
“대법관 다수는 ‘표현의 자유’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긴급 가처분 요건인 ‘회복 불가능한 손해’ 및 ‘공익’ 평가에서 넷초이스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 헌법학자 A(미국)
넷초이스 소송대리인 폴 태스크는 성명에서 “캐버노 대법관의 언급은 ‘최종적으로 넷초이스가 승소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이번 결정은 단지 불행한 절차적 지연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반면 린 피치 미시시피주 법무장관실은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배경: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우려
미시시피주 의원들은 SNS 사용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와 여론을 근거로 2024년 주의회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주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아칸소, 루이지애나 등도 유사 법안을 추진했거나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7개 주법이 연방법원에서 잠정 또는 영구적으로 제동이 걸렸다.
한편, 다수 주정부·학군·개인 이용자들은 메타·알파벳·스냅 등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정신건강 악화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업들은 “콘텐츠 정책과 ‘페어런털 콘트롤’(부모통제) 기능으로 충분히 보호조치를 취했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전문가 관점과 전망
법조계는 이번 결정이 ‘콘텐츠 규제’와 ‘연령 인증’ 사이 경계를 명확히 할 ‘판례’ 창출 여부에 주목한다. 만약 연령 확인 의무가 합헌으로 확정되면, 플랫폼은 정부 발급 신분증, 생체 인증, 제3자 인증업체 등 보수적 수단을 도입해야 할 수 있다. 이는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차별 우려를 동반하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 모두 준법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대로 주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 주 정부들이 추진 중인 유사 법안이 줄줄이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방 입법 차원에서 통일된 기준을 만드는 것이 기업·소비자 모두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헌법 수정 제1조’(First Amendment)는 미국 연방의회가 개인의 언론·출판·집회·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주 정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디지털 플랫폼이 ‘사적 기업’이지만 사실상 공적 담론의 장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 논쟁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까지 대법원은 소셜미디어 관련 사건에서 플랫폼 책임 면책(섹션 230), 알고리즘 추천 등 다양한 논점을 다뤘으나, 미성년자 연령 확인 의무를 직접적으로 판단한 적은 없었다. 업계·학계는 이번 사건이 향후 연령 인증 기술, 개인정보보호, 청소년 보호정책 개발 방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