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가 여전히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이유

<요약> 미국 달러는 2025년 초에도 글로벌 통화 지형을 지배하고 있다. 부채가 $38조로 급증하고, 각국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달러의 우위는 지속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2025년 12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리서치 업체인 야르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는 달러가 여전히 지배적이라고 진단했다. 야르데니는 올해 달러가 유로 대비 약 12% 하락했고 엔 대비로는 1% 미만 하락에 그쳤지만, 이러한 손실은 하락 추세의 시작이라기보다는 조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야르데니의 분석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들의 근본적 약점을 검토하면 달러의 탄력성이 명확해진다고 지적한다. 이 분석에서 유로·엔·파운드·위안 등은 각각의 구조적·정책적 제약으로 인해 달러의 대체 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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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경우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불과하다고 야르데니는 전했다. 20개국이 단일 통화를 쓰지만 강력한 재정적 결속을 이루지 못해 미국 국채에 필적할 만한 단일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시장이 제공하는 심도(depth)와 유동성(liquidity)의 독보성을 드러낸다.

일본 엔화는 대체 기축통화로서 한계가 있다. 보도는 일본은행(BOJ)이 연내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12월 19일 전후의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경기 침체 우려와 약달러(약환율)을 지향하는 고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의 경제정책이 엔화 강세를 억제해 왔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엔 매수세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파운드는 브렉시트(Brexit)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6위 경제국인 영국은 재정 건전성의 안정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 리즈 트러스(Liz Truss) 전 총리의 정책으로 채권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현재의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는 IMF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을 일축하고 있으나,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의 모든 움직임을 채권시장이 촉각으로 지켜보고 있어 안전자산으로서의 안정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위안화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주요 준비통화 도약 목표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자유환전성(convertibility)을 확보하지 못했다. 인민은행(PBOC)의 독립성 부족과 지속되는 부동산 위기로 인한 디플레이션 위험 등 경제 펀더멘털의 약화가 위안화의 국제화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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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경쟁(beauty contest)에서는 가장 예쁜 참가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결점이 가장 적은 참가자가 승리한다’

야르데니는 달러의 우위가 바로 이와 같은 ‘결점의 상대적 최소화’에 기반한다고 설명한다. 달러는 중앙은행 보유고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입 계산(invoicing)과 글로벌 기업의 차입에서 주된 통화로 남아 있다.

리스크 요인도 제시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약 3.0% 수준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는 높게 나타나며, 미국은 더 이상 AAA 신용등급을 보유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잠재적 무역전쟁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또한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가 올해 11개월 만에 $1조를 초과한 점도 지정학적·무역적 리스크를 상기시킨다. 트럼프의 연준 의장 제롬 파월에 대한 불만과 때때로 달러 평가절하를 시사하는 발언도 추가적인 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 트레이드 관점에서는 저금리 통화(예: 엔화·스위스 프랑)를 빌려 달러에 베팅하는 거래가 2025년 말 현재 달러 강세에 유리한 쪽으로 마감되고 있다. 중국·사우디아라비아와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탈달러화 노력도 제한된 성과에 그쳤다. 야르데니는 달러로부터의 분리(디엔달러화)가 대다수 적대국조차 시도하기에는 더 길고 비용이 많이 들며 광범위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국제 금융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용어를 설명한다. 특별인출권(SDR)은 IMF가 관리하는 준통화(준국제결제수단)로, 여러 주요 통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장부상의 권리이다. 중앙은행들이 보유하는 외환보유고는 외환시장 개입, 외부 충격 흡수, 대외채무 상환 등에 사용되는 각국의 외화 자산을 의미한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빌려 금리가 높은 통화나 자산에 투자해 금리 차익을 얻는 전략이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는 국제거래·보유·차입 등에서 달러의 사용을 줄이려는 다각적 노력이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영향 전망

첫째, 달러 지배의 유지 여부는 글로벌 자본 흐름과 금리·환율 변동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달러가 계속 우위를 보이면 국제 투자자들은 달러자산, 특히 미국 국채로의 안전자산 선호를 지속할 것이다. 이는 미국 장기금리의 상대적 안정성을 지탱할 수 있지만, 실질금리(명목금리–인플레이션)가 낮게 유지될 경우 캐리 트레이드와 같은 수익 추구형 외환 포지셔닝은 계속해서 변동성을 유발할 여지가 있다.

둘째, 물가 측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3.0% 내외로 지속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 압력이 재개될 수 있다. 만약 연준이 금리 인상 신호를 강하게 보이면 달러는 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정치적 리스크(예: 관세전쟁, 연준 의장에 대한 정치적 압력)가 현실화하면 달러와 국채시장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

셋째, 유로·파운드·엔·위안 등 대체 통화의 구조적 제약이 빠르게 해소되기는 어렵다. 유로존의 재정 통합 미비, 영국의 재정 불안, 일본의 경기부양 정책, 중국의 자본통제 및 부동산 부문 악화는 이들 통화의 국제적 매력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단기~중기적으로 달러의 상대적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기업 차입과 글로벌 무역 결제에서 달러 사용이 계속되는 한, 신흥국 자본계정의 취약성은 유지될 위험이 있다. 예컨대 자국 통화 약세 시 달러표시 부채의 부담이 가중되며 금융 스트레스가 확산될 수 있다. 이는 신흥국의 금리 인상과 자본유출을 유발해 글로벌 성장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탈달러화 시도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나, 이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단기간 내에 달러의 패권이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금융시장 참가자와 정책당국은 달러 중심 체제가 주는 이점과 위험을 모두 고려해 정책과 포지셔닝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결론

야르데니 리서치의 분석은 달러의 상대적 결함이 적다는 점에서 달러 지배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다. 중앙은행 보유고의 약 60%가 달러로 집계되는 현실, 글로벌 무역·금융에서의 달러 역할, 그리고 주요 대체 통화들이 직면한 구조적 약점은 당분간 국제통화체제에서 달러의 중심적 지위를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신용등급 하락, 지정학적·무역적 리스크 등은 달러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공하므로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변수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