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 선적 재개 발표 임박

넥스페리아(Nexperia)의 중국 내 반도체 패키징 공장이 다시 물류를 재개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이 당면한 부품난을 완화할 수 있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11월 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곧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의 중국 시설에서 생산‧포장된 칩의 해외 출하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네덜란드 정부가 대(對)중국 안보 우려를 이유로 넥스페리아에 대한 경영권 통제를 단행하자,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공장 가동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완제품 반출을 금지했던 상황을 뒤집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를 담은 미‧중 간 ‘무역 휴전(Trade Truce)’ 관련 사실 관계 자료를 조만간 배포할 예정이다. 이 자료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세부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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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assembly line

넥스페리아는 트랜지스터‧다이오드 등 저가 전력제어용 칩을 대량 생산한다. 개당 가격은 수 센트에 불과하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 반드시 들어가는 필수 소자”

로 평가된다. 완성차의 경우 배터리-모터 연결, 조명‧센서, 제동 시스템, 에어백 컨트롤러, 엔터테인먼트, 전동 윈도 등 전장(電裝) 전 영역에서 사용된다.

회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생산한 뒤 약 70%를 중국 공장에서 패키징해 전 세계 유통사로 출하한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 불허’ 조치가 내려지자, 업계는 “수 주 내 북미 및 유럽 완성차 공장이 멈출 수 있다”며 ‘전시(戰時) 상황’에 준하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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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Honda는 10월 28일 멕시코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미국‧캐나다 공정도 감산에 들어갔다. Stellantis는 “워룸(war room) 수준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으며, Nissan 역시 11월 첫째 주까지만 재고가 버틸 수 있다고 경고했다.

Nexperia logo at German facility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내외 공급망의 안전성과 안정을 충분히 고려한다”면서 “부품 조달에 곤란을 겪는 기업은 당국에 문의하라. ‘조건 충족 시 수출 예외’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넥스페리아 칩에 대한 수출 허가를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네덜란드 정부는 “대주주인 중국 윙테크(Wingtech)가 미국 수출제한 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문제까지 겹쳐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측 압박이 작용한 결과”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대체 공급처 확보가 어려운 범용 파워칩 특성상, 규제 장기화는 글로벌 자동차·가전업계 매출에 직접 타격”이라며 “정치적 셈법보다 복합 산업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용어 설명]
패키징: 반도체 웨이퍼를 자르고 전극을 연결해 최종 칩 형태로 만드는 공정.
트랜지스터‧다이오드: 전류를 증폭·제어하거나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하는 기본 반도체 소자.
워룸(war room): 위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결정을 내리는 통제실을 뜻하는 경영 용어.


기자 해설*
이번 사태는 ‘기술주권’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두 전선이 맞물린 전형적 사례다. 미국이 금융·안보 논리로 동맹국에 동조를 요구하고, 중국이 맞불 카드로 실물 공급을 틀어쥐는 구조다. 그러나 단순 전력제어 칩조차 생산·패키징·유통이 각기 다른 세 대륙에 걸쳐 있는 현실은, 어느 일방의 정책만으로는 해결책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향후 유사 사례가 빈발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별 다변화’ 외에 ‘재고전략 고도화’를 적극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