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월넛크리크의 한 타운홈 앞 ‘매물(For Sale)’ 표지, 2025년 10월 29일. Smith Collection | Gado | Archive Photos | Getty Images
미국 주택시장에서 여름 말 모기지 금리가 다소 개선되며 거래가 살아났으나, 그 효과가 장기 지속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다고 평가된다. 기존주택 판매는 10월에 증가했지만, 공급 재고는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5년 11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NAR)는 10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1.2% 늘어난 연율 환산 410만 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계절조정 기준으로 산출된 이 수치는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한 것이다.
이 통계는 주택 ‘마감(클로징)’을 기준으로 집계되므로, 대체로 8~9월에 체결된 계약이 10월 판매량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10월 시작된 미 연방정부 셧다운의 영향은 계약 체결에는 미미했겠지만, 특히 홍수보험이 필요하거나 정부 보증 농촌 모기지 대출이 수반되는 거래의 경우에는 마감 단계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해석된다.
계약 체결이 이뤄지던 당시,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한때 내려갔다가 다시 반등했다. 8월 초 6.63%에서 9월 중순 6.13%까지 꾸준히 하락한 뒤, 9월 말에는 6.37%로 되돌아섰다. Mortgage News Daily에 따르면 현재 금리는 6.36% 수준이다. 금리의 단기 변동성이 큰 만큼, 수요의 회복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여전히 금리 경로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매물 재고는 올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늘어났다가 10월에 감소로 전환했다. 매물은 총 152만 채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그럼에도 전년 동월 대비로는 약 11% 증가한 상태다. 현재 판매 속도를 감안할 때 공급은 4.4개월치로 평가되며, 이는 여전히 수급이 빠듯한(lean) 구간으로 간주된다.
가격은 왜 오르는가: 재고 감소와 수요 견조
이러한 재고 흐름 속에서 주택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10월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415,200로, 2024년 10월 대비 2.1% 상승했다. 이는 연간 기준 상승이 연속 28개월 이어진 결과다. 가격 상승세는 매물의 절대량이 여전히 한정적인 데다, 금리 완화 시점마다 대기수요가 유입되는 구조와 맞물려 나타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앞으로 시장을 보면, 하락하는 모기지 금리와 계절적으로 경쟁이 느슨해지는 구간이라는 점에서 주택 구매자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동시에 주거비 부담(affordability) 악화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거래량을 지속시키는 주요 제약으로 남아 있다.” — 다니엘 헤일, Realtor.com 수석 이코노미스트
거래 속도도 둔화했다. 10월 매물의 시장 체류일수는 평균 34일로, 지난해 10월 29일에서 늘어났다. 이는 구매자들이 선택에 신중해졌거나, 대출 심사와 마감 과정에서 절차적 지연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첫 주택구매자(first-time buyers)의 비중은 눈에 띄게 회복됐다. 이들의 10월 거래 비중은 32%로, 전년 동월 27%에서 상승했다. 다만 지역별로 체감 환경은 엇갈린다.
“첫 주택구매자는 북동부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서부에서는 높은 주택가격으로 맞바람을 맞고 있다. 반면 중서부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 주택이 풍부하고, 남부에서는 재고가 충분한 덕에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 로런스 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격대별 수요는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100만 달러 초과 주택의 판매는 전년 대비 16% 이상 증가했고, 75만~100만 달러 구간은 10% 증가했다. 반면 10만~25만 달러 구간은 약 1% 증가에 그쳤고, 10만 달러 미만 주택은 거래가 약 3% 감소했다. 이는 고가 주택 시장에서의 구매여력이 상대적으로 탄탄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저가 재고의 부족과 대출 부담이 저가 구간의 거래를 제약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심 용어 해설: 한국 독자를 위한 맥락
– 기존주택 판매(Existing Home Sales): 신규분양이 아닌, 이미 지어진 주택의 거래를 집계한다. 미국 주택시장의 수요·공급 상태를 빠르게 반영하는 대표 지표다.
– 계절조정·연율 환산(Seasonally Adjusted, Annualized Rate·SAAR): 월별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계절효과를 제거하고, 해당 월의 추세가 12개월 지속된다고 가정해 연간 규모로 환산한 값이다. 10월 410만 채라는 의미는, 10월의 거래 속도가 1년 계속되면 연간 410만 채가 거래될 것이라는 뜻이다.
– 중위가격(Median Price): 전체 거래를 가격순으로 정렬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가격이다. 평균 대비 고가·저가의 왜곡에 덜 민감하다.
– 매물 재고·공급개월수(Months’ Supply): 현재 판매 속도에서 재고가 몇 개월이면 소진되는지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6개월 안팎이 균형으로 평가되며, 4.4개월은 매도자 우위에 가까운 타이트한 수준을 가리킨다.
– 30년 고정 모기지: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택담보대출 유형으로, 대출 기간 내내 금리가 고정된다. 가계의 월 상환 부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해석과 시사점: 금리 완화의 단기 효과 vs 구조적 부담
이번 10월 지표는 금리 완화가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시켰다. 그러나 재고가 감소로 돌아선 점은 가격에 상방 압력을 재차 가할 수 있다. 특히 첫 주택구매자 비중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북동부·서부처럼 공급 제약과 높은 가격이 겹치는 지역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여전히 구조적 장애물로 남아 있다. 반면 중서부·남부는 재고의 상대적 여유와 가격 경쟁력이 거래를 떠받치고 있다.
가격대별로는 고가 시장의 회복력이 두드러진다. 이는 높은 소득층의 금리 민감도가 낮거나, 현금 거래 비중이 높다는 전형적 특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반대로 저가 구간의 부진은 매물 부족과 대출 여건의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약하면, 10월 기존주택 판매의 소폭 증가는 금리 하락 구간에서의 탄력적 수요를 보여주지만, 재고 감소와 주거비 부담은 거래의 지속적 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 향후 흐름은 모기지 금리의 방향성과 공급 측의 개선 여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하락 구간마다 수요가 재유입되는 파동형 회복이 이어질 수 있으며, 중기적으로는 재고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가격의 경직성이 유지될 여지가 있다.
숫자로 보는 10월 미국 기존주택 시장
– 판매량: 연율 환산 410만 채 (전월 대비 +1.2%, 전년 동월 대비 +1.7%)
– 모기지 금리: 8월 초 6.63% → 9월 중순 6.13% → 9월 말 6.37% → 현재 6.36%
– 재고: 152만 채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약 +11%), 공급 4.4개월
– 중위가격: $415,200 (전년 동월 대비 +2.1%, 연간 기준 상승 28개월 연속)
– 시장 체류일수: 34일 (전년 동월 29일)
– 첫 주택구매자 비중: 32% (전년 동월 27%)
– 가격대별 판매: 100만 달러 초과 +16% 이상, 75만~100만 달러 +10%, 10만~25만 달러 +약 1%, 10만 달러 미만 -약 3%
결론: 금리 완화가 거래를 부분적으로 회복시켰지만, 공급 축소와 주거비 부담이 지속적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지역·가격대별 이질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책 및 시장의 초점은 공급 기반 확충과 구매력 개선으로 수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