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대출자 동의 없이 부채 한도 넓히는 추세…무디스 “신용 위험 확대” 경고

미국 기업 부채 구조 변화


뉴욕발(Reuters)―미국 기업들이 기존 대주단 전원의 동의 없이도 추가 차입(부채 증액)이 가능하도록 신용계약의 유연성을 대폭 확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는 최신 보고서에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 기업들이 공모 채권 발행 여건이 악화되자, 기존 대주단의 ‘만장일치 동의’ 조항을 완화하며 사적 시장(Private Credit Market)을 통한 차입 한도를 뚜렷이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 용어 해설
커버넌트(Covenant)는 채무자가 대주단과 체결한 신용계약에서 준수해야 하는 재무·비재무적 의무를 의미한다. EBITDA(세전·이자지급전·감가상각전 이익)는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부채 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 자주 활용된다.

커버넌트 완화로 EBITDA 대비 40%~300%까지 부채 확대

무디스는 해당 보고서에서, 2024년 초부터 2025년 5월까지 체결된 89건의 신용계약 가운데 10%인 9건이 이러한 조항 완화를 통해 기업 EBITDA의 40%에서 최대 300%까지 추가 부채를 허용하도록 재설계됐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를 “기존 대주에 대한 신용 위험 급증”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부채 급증은 특히 사모펀드(PE) 운용사가 배당 리캡(차입 재원을 통한 주주배당), 추가 인수, 후속 투자를 단행할 때 투자기업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발생시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키운다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PE 지원 기업이 100% 차지…솔라윈즈·OSTTRA 사례 주목

보고서에 따르면 유연화 계약 9건은 모두 PE가 지분을 보유한 차입기업이었다. 대표적으로 2025년 3월, 사모펀드 턴리버 캐피털(Turn/River Capital)IT 시스템 업체 솔라윈즈(SolarWinds)를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하기 위해 제시한 초기 조건부 계약서, 그리고 2025년 5월, 글로벌 사모펀드 KKR파생상품 시장 소프트웨어 기업 OSTTRA 인수 자금 조달 계약이 포함됐다.

무디스는 “사모펀드 후원을 받는 차입기업들이 이 같은 ‘무제한(unfettered) 접근’ 권한을 지니게 되면, 재무적 스트레스가 심화된 상황에서도 추가 부채를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어 기존 공모채 투자자 및 은행권 대주단의 회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 시장과 사적 신용 시장의 경쟁 가열

공공 회사채 시장에서의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기업들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사적 신용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년간 급격히 성장한 Private Credit은 개별 대주단 협의만으로 조건 변경이 가능해, 기업으로서는 속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은행권 대주단은 이 같은 경쟁 심화로 인해 차입기업이 요구하는 커버넌트 완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거래 자체를 놓칠 위험이 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고착화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맞물려 공모채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Private Credit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문가 시각
뉴욕 소재 구조조정 전문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EBITDA 대비 300%까지 부채가 급증하는 구조는 경기 둔화 시 신용위험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킨다”면서 “대주단은 담보 범위, 선순위·후순위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향후 전망과 리스크 관리

무디스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6년까지 추가 차입 여력이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배당 리캡M&A를 목적으로 한 차입은 재무구조 왜곡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또한 대주단에게 커버넌트 헤드룸(위반 전 여유치) 축소와 담보 자산 가치 변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했다.

투자자들은 금리 환경, 거시경제 지표, Private Credit 자본 유입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용 스프레드부도율 추이를 관찰해야 하며, 기업 역시 현금흐름 관리부채 만기 구조를 보수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더 느슨해진 커버넌트와 레버리지 확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재무적 탄력성을 부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신용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대주단·투자자·기업 모두가 리스크 관리 효과성을 높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