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채권시장이 전일 급락 이후 하루 만에 되살아났다. 10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은 2.3bp(basis point, 1bp = 0.01%p) 하락한 4.073%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채권 매수세는 장 초반부터 유입돼 종일까지 이어졌다. 국채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반대로 내려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시장이 보여준 완만한 반등은 투자자들의 신중한 방어 심리를 반영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정학적 위험 확대를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 수요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작전 과정에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시누아르(Yahya Sinwar)를 사살한 이후, 중동 정세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오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새롭고 고조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발표했으며, 이란 정부도 “저항의 의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의 “피난처(safe haven)” 수요를 자극했다.
미국 주택 지표 둔화도 국채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9월 주택 착공건수(housing starts)는 연율 135만 4,000채로, 전월 수정치(136만 1,000채) 대비 0.5%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135만 0,000채, –0.4%)에 거의 부합했으나 상승세가 멈췄다는 사실 자체가 경기 둔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같은 보고서에서 건축 허가(building permits)는 전월 대비 2.9% 급감한 142만 8,000채(연율)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월 수정치인 147만 0,000채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이며, 시장 컨센서스(146만 0,000채, –1.0%)를 하회했다. 건축 허가는 미래 주택 수요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택시장 냉각 가능성을 민감하게 반영했다.
채권시장이 경제지표에 민감한 이유는 연준(Fed)의 통화정책 전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이 둔화될 조짐이 뚜렷해지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향후 인하 가능성을 고려할 여지가 생긴다. 이러한 기대는 장기물 금리를 끌어내려 채권 가격을 지지한다.
“주택 착공과 허가 모두 예상보다 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임박한 경기 모멘텀 둔화를 시사한다. 이는 당장 다음 주 발표될 내구재 주문, 신규·기존 주택 판매 지표에도 부정적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 뉴욕 소재 한 시니어 고정수익 애널리스트
한편, basis point(bp)라는 용어는 금리 변동폭을 세분화해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p를 뜻한다. 예컨대 수익률이 4.096%에서 4.073%로 내려가면 2.3bp 하락한 것으로 표시한다.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변동을 더욱 정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bp를 자주 사용한다.
국채를 안전자산이라 부르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파산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거의 없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글로벌 투자자금은 주식 등 위험자산을 줄이고 국채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날도 중동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자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채권시장 외에도 글로벌 주식·원자재 시장은 중동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돼, 연준의 긴축 정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채권 수익률 경로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주 관전 포인트1는 8월 내구재 주문, 9월 신규주택 판매, 9월 기존주택 판매 등 주요 지표다. 결과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면 국채 수익률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으며, 반대로 서프라이즈가 나오면 단기 금리 반등이 거세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에 이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시 오를 경우 12월 혹은 내년 초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지표–지정학 리스크–연준 스탠스가 맞물린 복합 변수 속에서 채권시장은 당분간 변동성 높은 흐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Sup: 주석 1 — 미국 상무부·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등에서 발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