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국채 금리 상승과 관세 관련 불확실성 속에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8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08% 내린 5,488.61포인트로 거래를 마쳤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51% 하락한 39,012.13포인트로 장을 끝냈다. 반면 나스닥 100 지수는 +0.32% 상승하며 19,972.11포인트를 기록했다.
선물시장에서도 엇갈림이 이어졌다. 9월물 E-미니 S&P500 선물은 -0.04% 미끄러진 반면, 9월물 E-미니 나스닥 100 선물은 +0.38% 올랐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주가는 반도체 관세 예외 조치 기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회담 소식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으나 장중 국채 입찰 부진으로 금리가 뛰자 매물 압력이 커져 결국 혼조로 마감했다.
1. 관세·지정학 변수에 민감한 기술주 흐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해외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확약을 제시하면 면제(exemption)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AMD(+5%), ASML(+3%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2%대) 등 주요 칩메이커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같은 날 러시아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하면서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도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2. 국채 입찰 부진·금리 급등
그러나 오후 들어 미 재무부의 300억 달러 규모 30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하자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2bp 오른 4.24%까지 치솟았다.
입찰 bid-to-cover 비율은 2.27배로 최근 10회 평균 2.43배에 크게 못 미쳐 수요 위축이 드러났다.
채권 금리 상승은 곧장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어져 S&P 500과 다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사이버보안 업체 포티넷이 연간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22% 폭락, 관련 섹터를 짓눌렀다. 제약사 엘리 릴리도 신규 체중감량제 데이터가 시장 기대를 밑돌자 -14% 급락했다.
3. 연준 정책 기대와 엇갈린 지역 연은 발언
연준(Fed) 위원들은 엇갈린 메시지를 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노동시장이 확연히 약화됐고, 추가 둔화는 반갑지 않다”며 “향후 수개월 내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올해 25bp 단 한 차례 인하만 예상한다”고 선을 그으며, 관세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91%로,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68%로 각각 반영했다.
4. 경제 지표: 고용 둔화·생산성 개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7,000건 늘어난 226,000건으로 집계돼 예상치(222,000건)를 상회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74,000건으로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는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재취업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2분기 비농업 생산성은 +2.4%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2.0%)를 웃돌았다. 단위노동비용은 +1.6% 상승했다. 6월 소비자신용은 73억7,100만 달러 늘어나 예상치 75억 달러를 다소 밑돌았다.
5. 중국·독일 무역지표 호조, 글로벌 경기 기대 상존
중국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2%, 수입은 +4.1% 증가해 모두 시장 추정치를 상회했다. 독일 6월 수출도 +0.8%, 수입은 +4.2% 늘며 무역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다. 다만 독일 6월 산업생산은 -1.9% 감소해 경기 여건은 복합적이다.
6. 기업 실적: 희비 교차
현재까지 S&P500 기업의 79%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이 중 83%가 시장 추정치를 상회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분기 S&P500 이익 증가율이 +9.1% y/y로 집계돼 시즌 전 예상치(+2.8%)와 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재로는 더치 브로스(+22%), 셀시어스(+17%), 듀오링고(+13%), 앱러빈(+11%), 인슐렛(+9%) 등이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 악재로는 포티넷(-22%), 크록스(-29%), 엘리 릴리(-14%), 에어비앤비(-8%), CF 인더스트리스(-7%) 등이 부진한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급락했다.
※ TIP: bid-to-cover란 국채 입찰에서 투자자 주문 물량(입찰)을 실제 발행 규모로 나눈 비율로, 숫자가 클수록 수요가 탄탄함을 의미한다. 2.0 미만이면 ‘부진’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7. 외국 증시 및 통화정책 동향
유럽증시는 Euro Stoxx 50 지수가 +1.31% 급등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개월 만의 고점으로 +0.16%, 일본 니케이225는 1주일 반 만의 고점으로 +0.65% 상승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4.00%로 조정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속도는 완만하게, 신중하게“를 강조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은 스왑시장에서 12%로 낮았다.
8. 향후 일정
9일에는 프리덤 홀딩, 래머 광고, 스케쳐스 등 주요 기업 실적이 예정돼 있다.
※ 알면 도움 되는 용어 ①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은 생산 한 단위를 만들어내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로, 임금 상승 압력과 인플레이션 전가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② 초과수요 관세(global minimum tariff)는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에 최소 10% 이상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는 구상으로, 보호무역을 넘어선 ‘초과수요 억제’ 성격을 띤다.
9. 결론
결국 시장은 고용 둔화와 정책 기대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받았으나, 국채금리 급등이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확대되며 지수별 엇갈린 마감을 낳았다. 관세 정책이 기업 실적과 물가에 미칠 실질적 영향, 그리고 9월 FOMC에서의 연준 결정이 향후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