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 연방상원에서 발언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2025년 7월 17일 촬영)
2025년 9월 1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목요일(미국 현지시간) “브라질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에 대한 ‘마녀사냥’(witch hunt)이 계속될 경우 미국이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응 방식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미 급속히 악화된 양국 관계가 추가로 경직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 발언은 브라질 연방대법원(Supremo Tribunal Federal, 이하 STF)이 지난 12일 새벽, 2022년 대선 불복 쿠데타 공모 혐의로 기소된 보우소나루에게 징역 27년 3개월을 선고한 직후 나왔다. 재판부 다섯 명 중 네 명이 유죄 판결에 동의했으며, 70세의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복 시도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은 브라질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 ‘인권 제재 대상’ 모라이스 대법관에도 칼날
루비오 장관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링크: https://x.com/SecRubio/status/1966257934129864715)에서 이번 판결을 “부당한 결정“이라 규정하며,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대법관의 정치적 박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재무부는 이미 2025년 7월 30일, 모라이스 대법관을 ‘인권침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실제로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 —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뿐 아니라 극우 지지 세력의 가짜뉴스 유포, 사법 방해 혐의 등을 다루며 미국 보수 진영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아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라이스를 지목해 “언론·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브라질산 수입품에 ‘최대 50% 관세’ 부과
미 재무부 제재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브라질 관세를 최대 50%까지 인상하는 행정명령(링크: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2025/07/addressing-threats-to-the-us/)에 서명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를 침해하는 행위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를 주권 침해로 규정했다.
룰라 대통령은 자신의 X 계정(https://x.com/LulaOficial/status/1943081801548992707)에서 “브라질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시 맞대응을 선언했다. 그는 또 “미국이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본다”는 워싱턴 측 주장에 대해, 지난 15년간 4100억 달러의 누적 흑자를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미 상무부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2010~2024년 미·브라질 상품무역 흑자
규모는 1540억 달러다.
경제·외교 용어 풀이
• 제재(Sanction) : 특정 개인·단체·국가의 재산 동결, 금융·무역 제한 등을 통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외교·경제적 압박 수단이다.
• 관세(Tariff) :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 또는 외교적 압박 목적 등으로 인상될 수 있다.
• 쿠데타(Coup) : 군(軍) 혹은 정치 세력이 합법적 정부를 무력·불법적 수단으로 전복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악화일로에 놓인 미·브라질 관계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는 판결 직후 발간한 보고서에서 “양국 관계가 지난 수십 년 중 최저점”이라며, 단기간 내 갈등 완화 가능성은 ‘매우 낮음’이라고 전망했다. 모닝스타는 워싱턴이 추가 관세 인상, 기존 관세 면제 철회, 브라질 정부 인사 대상 금융 제재 확대 등 다양한 압박 카드를 검토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상황은 나빠진 뒤에야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이며, 향후 글로벌 공급망·신흥시장 자본 흐름에도 파급 효과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민주주의 위협’ 첫 유죄 전직 대통령
STF의 이번 판결로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 위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그는 군 고위 인사와 결탁해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룰라 대통령 암살 계획까지 논의한 것으로 기소됐다.
보우소나루 측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그의 아들 겸 하원의원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는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면담하며, 재판 관여 인사 제재를 촉구했다.
전망과 시사점
현재까지 브라질-미국 갈등은 무역·사법·외교 등 다층적 전선으로 확산 중이다. 보우소나루 변호인단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인 가운데, 워싱턴의 ‘상응 조치’가 실제로 어떤 형태로 가시화될지에 따라 양국 경제뿐 아니라 남미·북미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제법·무역 전문가들은 과거 미국이 터키·러시아 사례에서 보였던 선(先)제재-후(後)협상 전술이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투자자 역시 대(對)브라질 공급망, 원자재 가격, 환율 변동성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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