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이터] 남미경 기자 ‒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31일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미국이 한국산 자동차를 포함한 한국 제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직후 나타난 반응이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기존 25% 관세에서 낮아진 것이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한국 자동차가 누렸던 2.5%p(퍼센트포인트) 관세 우위를 사실상 소멸시켰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관세 인하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도 15%로 인하할 것이라고 언급하자, 국내 완성차 업종 주가는 단기간 급등한 바 있다.
주요 발언 및 기관 반응
“관세 하향은 불확실성을 제거해 일본·유럽 업체와 동일한 경쟁 여건을 마련해 준다.” ―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현대차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합의는 미국 시장에 대한 우리의 흔들림 없는 신뢰와 현지 생산 확대 의지를 확인시켜 준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내 2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58억 달러 규모의 제철소 신설과 조지아주 완성차 공장 증설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4월부터 25% 관세를 적용하기 전까지, 한국 자동차는 양국 FTA에 따라 관세가 ‘0’이었고, 일본산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붙었다. 한국 협상단은 12.5% 관세를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15%를 고수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키움증권 신윤철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비관세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며,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품질 경쟁력을 선별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반면 맥쿼리 mobility 리서치 책임자인 제임스 홍은 “한국 차 브랜드 가치와 고가 차종 판매 비중을 고려하면 2.5%p 격차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임에스터 연구원은 “멕시코산 차량을 수입할 때 최대 25% 관세를 부담하는 미국 완성차 업체와 비교하면, 한국 업체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낫다”고 평가했다.
주가 변동 및 시장 영향
이날 현대차 주가는 4.5% 하락했고, 기아 주가는 7.3% 급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관세 인하 구간이 일본·유럽과 동등해졌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이 명확해진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관세(Tariff)는 특정 국가의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일반적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인상하거나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인하한다.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는 두 나라 간 상품·서비스 교역 시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어 무역 장벽을 제거한다.
전문가 시각으로 볼 때, BMW‧폭스바겐 등 유럽 업체들은 이미 15% 관세를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한국·일본·유럽 간 ‘관세 평준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보다는 친환경 전기차 라인업·현지화 전략·브랜드 파워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단기 충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전용 플랫폼 투입 및 생산 현지화 확대가 관세 부담을 상쇄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원가 압박이 추가로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 요인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