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갈등이 다시 심화되면서 중국 수출기업들이 전례 없는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2025년 7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완화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UBS 에비던스랩이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중국 제조업체 고위 임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현장의 긴박한 대응 양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사 결과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81%가 전년 대비 주문 감소를 보고했다. 이는 2025년 4월 미국이 대(對)중국 보복관세를 125%로 전격 인상한 뒤 5월 제네바 합의(Geneva consensus) 이후 10%로 부분 완화되었음에도 나타난 결과다.
“관세가 당분간 유지될 경우 응답 기업의 87%는 미국向 수출이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 중 절반가량은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 UBS 설문
실제 통관 통계에서도 충격이 드러난다. UBS가 인용한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반면 중동·유럽·동북아 등 기타 지역 주문은 34%가 증가, 31%가 감소해 혼조세를 보였다.
가격·협상 전략 다각화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 재협상에 나섰다. 62%가 미국 바이어와 수정 조건에 대해 잠정 합의했지만, 실제로 전가할 수 있는 추가 관세분은 평균 35~40%에 불과했다. 2018~2019년 1차 무역전쟁 당시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UBS는 그 이유로 위안화(人民幣, renminbi)의 상대적 강세를 꼽았다. 2025년 상반기 위안화는 달러 대비 2% 절상된 반면, 과거 무역 분쟁기에는 약세를 보이며 관세 충격을 일부 흡수했었다.
가격조정 방향도 양극화되고 있다. 응답 기업 절반은 11~20% 수준으로 수출 단가를 인하할 계획인 반면, 29%는 공급망 우위 또는 가격결정력을 내세워 오히려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 노동부 수입물가 지수에 따르면 2분기 중국발 수입가격은 1% 하락에 그쳐, 아직 본격적인 가격 조정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공급망 재편·생산기지 이전 가속
전략적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46%는 중동·유럽·동북아 등 비(非)미국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38%는 해외 공장 비중을 2024년 44%에서 2025년 59%로 높이기 위해 생산 시설을 이전할 계획이다.
생산 리쇼어링(본토 외 이전) 열풍 역시 거세다. UBS 조사에서 63%가 중국 본토 외 지역으로 일부 생산을 이전하겠다고 답해, 4월 조사(47%)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55%는 관세와 무관하게 “신규 투자국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 등을 더 큰 변수로 지목했다.
정부 지원과 내수 전환
중국 정부도 재정·금융 지원에 나섰다. 응답 기업의 78%가 해외 진출 보조금, 신용 완화, 내수 판매 전환 지원 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8%는 미국向 물량의 평균 32%를 중국 내수로 돌릴 계획이며, 이는 국내 물가에 완만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다.
무역협상 전망
응답자의 94%는 언젠가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 보지만, 20%만이 2025년 3분기 이전 타결을 전망했다. 8월 12일로 설정된 휴전 기한 이후까지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75%에 달했다.
전문가 통찰
• 환율 효과 약화: 위안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을 통한 관세 상쇄가 제한되면서, 중국 기업은 가격 인하 압박을 직접 떠안고 있다.
•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 생산거점 분산이 가속화되면 동남아·중동 국가들이 중간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 내수 전환의 딜레마: 내수 확대가 단기적으로 재고 소진과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경우 장기적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수 있다.
용어 설명
위안화(Renminbi)는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 국제 외환시장 코드로는 CNY 또는 CNH(역외 위안화)가 사용된다. 제네바 합의는 2025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다자 협상에서 미·중 양국이 관세 상호 인하를 약속한 잠정 합의로, 법적 구속력보다는 시장 신뢰 제고에 초점을 맞춘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