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ZTE가 올해 들어 베트남에서 5G 장비 공급 계약을 잇달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다. 사안에 정통한 7명의 소식통은 이러한 계약이 하노이와 베이징 간 관계가 눈에 띄게 온화해진 흐름 속에서 체결됐으며, 서방 당국자들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다.
수년간 베트남은 민감 인프라에서 중국 기술을 기피해온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몇 달 간 대중(對中) 관계 개선과 미국의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관세로 미·베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 기술기업 수용 기류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다. 2025년 11월 2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를 배경으로 화웨이와 ZTE는 베트남 국영 사업자들이 발주한 소규모 입찰에서 잇따라 낙찰에 성공했다다.
스웨덴의 에릭손과 핀란드의 노키아가 베트남 5G의 코어(core) 인프라 공급 계약을 확보했고, 미국 칩 제조업체 퀄컴은 네트워크 장비 일부를 제공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그 외 영역에서의 소규모 조달에서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공공조달 자료에 근거한 내용이다다.
화웨이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4월 $23백만(약 2,300만 달러) 규모의 5G 장비 계약을 따냈다다. 이는 미 백악관이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한 지 불과 몇 주 뒤였다다. ZTE는 최소 두 건의 계약을 수주했는데, 이 중 하나는 지난주 체결됐으며 총액은 $20백만(2,000만 달러) 이상으로 5G 안테나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다. 첫 공개 계약은 9월 발표됐는데, 이는 미국의 관세가 발효된 지 한 달 후였다다.
로이터는 이들 수주 시점과 미국 관세 조치의 직접적 연관성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다. 다만 이러한 계약들은 서방 당국자들 사이에서 경계심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다.
워싱턴은 베트남의 디지털 인프라, 특히 해저 광섬유 케이블 분야에서 중국 업체 배제를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오랫동안 지목해 왔다다. 이른바 첨단기술 협력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간주돼 왔다는 의미다다.
화웨이와 ZTE는 미국 통신망에서 금지돼 있으며, 이는 국가안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험’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다.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제한을 시행 중이다다.
에릭손은 중국 기업과 관련한 논평은 거부했지만,
“베트남 고객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데 완전한 헌신을 다하고 있다”
고 밝혔다다.
화웨이, ZTE, 노키아, 퀄컴, 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관, 중국 대사관, 스웨덴 외무부, 베트남 정보통신부에 대해서는 논평을 요청했다다.
베트남-중국 관계 온난화
비동맹 노선을 유지해온 동남아 국가 베트남은 글로벌 영향력 경쟁의 핵심 전장으로 꼽힌다다.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덕분에 애플, 삼성, 나이키 등 다국적 기업의 제조 허브로 부상했으며, 이들 기업은 중국산 부품과 서방 소비자에 크게 의존한다다.
RMIT 베트남의 공급망 전문가 응우옌 훙(Nguyen Hung)은 서방의 압박 아래 베트남이 오랫동안 중국 기술에 대해 ‘관망(wait-and-see) 전략’을 취해왔다고 설명했다다. 그는 이어
“베트남은 자국의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
며, 이번 계약들이 중국과의 경제 통합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다.
하노이와 베이징은 최근 국경 간 철도 연결과 중국 접경 인근 특별경제구역(SEZ) 등 민감 사업에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다. 베트남은 과거 안보상 위험을 이유로 이들 프로젝트를 배제했지만, 최근에는 접근법이 달라진 모양새다다.
조달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베트남 내 여러 건의 5G 장비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다다. 다만 기술 서비스 협력을 이어왔고, 6월에는 베트남의 군 소유 주요 통신사업자 비엣텔(Viettel)과 5G 기술 이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고 베트남 국방부가 밝혔다다.
비엣텔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다. 회사 내부의 한 소식통은 중국산 기술이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다. 다만 해당 정보는 비공개 사안이어서 소식통들은 익명을 요구했다다.
커지는 서방의 보안 우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업체와의 계약은 최근 몇 주간 하노이에서 열린 서방 고위 당국자 회의 최소 두 차례에서 논의됐다다. 한 회의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계약이 베트남 통신망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베트남의 미국 첨단기술 접근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다.
이달 열린 또 다른 논의에서는 중국 기술이 사용되는 영역을 네트워크의 나머지 부분과 물리·논리적으로 ‘봉인’해 데이터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검토되기도 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다.
그러나 안테나 및 장비 공급업체라도 네트워크 데이터에 접근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통신법 전문 변호사 이노첸초 젠나(Innocenzo Genna)는 지적했다다. 그는
“서방 계약업체들이 신뢰하지 않는 기업과 나란히 일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고 말했다다.
용어 설명과 맥락 정리
5G 코어(core) 인프라는 가입자 인증, 세션 관리, 라우팅 등 네트워크의 두뇌 역할을 하는 영역을 뜻한다다. 반면 RAN(무선접속망)의 핵심 구성요소인 기지국·안테나는 무선 신호 송수신을 담당하며, 보통 비용 민감도가 높아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다.
망 분리(sealing off)는 특정 벤더 장비가 설치된 구역을 네트워크 논리·물리 계층에서 격리해 데이터 흐름을 제한하는 접근을 말한다다. 그러나 운영·유지보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격접속·로그·메타데이터 등은 여전히 보안 리스크로 남을 수 있다다.
국영 통신사는 국가 또는 군이 소유·관리하는 사업자를 가리키며, 베트남의 비엣텔은 군 소유의 대표 사례다다. 기술 이전 협정은 특정 기술의 교육·문서·지원을 포함해 현지 역량을 키우는 목적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다.
전문적 시사점
이번 사례는 안보 리스크 관리와 비용 효율성 사이에서 각국이 취할 수 있는 절충의 복잡성을 보여준다다. 코어는 서방, 주변부는 중국이라는 혼합망(hybrid) 구성이 현실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나, 운영·유지보수 단계에서의 데이터 접근권과 공급망 거버넌스는 여전히 취약지점이 될 수 있다다. 또한 관세와 지정학이 통신 인프라 조달에 미치는 영향이 간접적이면서도 실질적임을 시사한다다.
베트남의 경우, 제조 허브로서의 경쟁력과 대중 의존·대서방 협력 간 균형이 정책 선택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장비의 선택이 늘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보안·신뢰성·상호운용성 기준을 어떻게 표준화하느냐가 역내 디지털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가를 전망이다다. 그 과정에서 투명한 조달·보안 인증·접근권 관리 등 기술적·제도적 안전판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