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압박 속 볼보자동차, 현지 생산 확대·제품군 재편으로 ‘전략 전환’

스웨덴 자동차 제조사 볼보자동차(Volvo Cars)의 주가가 17일 장중 최대 10% 급등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음에도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2025년 7월 1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리홀딩(Geely Holding)이 소유한 볼보자동차비교 가능한 항목을 제외한 2분기 영업이익이 29억 스웨덴크로나(SEK·약 2억9,783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0억 크로나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935억 크로나로 전년 동기 1,015억 크로나 대비 약 7.9% 감소했다. 회사 측은 미·중 관세 갈등과 자동차 업황 둔화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볼보자동차는 “이번 실적에는 114억 크로나 규모의 일회성 비현금 손상차손(non-cash impairment charge)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관세 민감주’에 대한 우려 속 선방

볼보자동차는 유럽 완성차 업체 가운데 미국 관세에 가장 크게 노출된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은 현재 유럽산 자동차에 27.5%, 중국에서 수입된 전기차(EV)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한때 10% 급등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 폭을 8% 안팎으로 줄였다. 다만 주가는 연초 대비 여전히 약 20% 하락한 상태다.

美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풀가동·XC60 현지 생산

이번 실적은 볼보가 XC6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지빌(Ridgeville)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공개됐다. XC60은 수년간 글로벌 베스트셀러 모델로 자리매김해 왔다. 2026년 말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북미 시장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볼보 CEO 인터뷰 영상 캡처

세단·왜건은 단계적 축소…SUV·EV에 집중

로이터통신은 같은 날 “볼보가 미국에서 세단(sedan)과 스테이션 왜건(station wagon) 판매를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SUV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고율 관세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하칸 사무엘손(Håkan Samuelsson) 최고경영자(CEO)는 CNBC ‘Europe Early Edition’과의 인터뷰에서 “볼보는 미국 시장에서 절대 철수하지 않는다”며 “먼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을 완전 가동해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XC60처럼 판매량이 큰 모델을 현지 생산으로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관세 환경이 변화한 만큼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로 살펴보는 이번 이슈

① 비현금 손상차손(Non-cash Impairment Charge)
회계상 자산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손실을 말한다. 이번 114억 크로나의 손상차손은 장부상 자산평가액을 조정한 것으로, 영업현금흐름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

② 관세(Tariff)
국경을 넘어 수입되는 상품에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이다. 관세가 높아질수록 현지 판매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수입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완성차 업계는 관세 회피를 위해 ‘현지 생산’ 전략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③ XC60
2008년 첫 출시된 중형 SUV로, 볼보의 글로벌 판매 1위 모델이다. 안전성과 북유럽 감성 디자인이 결합돼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차량으로 꼽힌다.


시장·업계 반응 및 전망

증권가에서는 “관세·전기차 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XC60 현지 생산과 생산 라인 효율화가 가시화되면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원가 절감 효과, EV 라인업 확대 계획이 추가로 제시돼야 주가 반등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볼보자동차는 70년간 미국 시장에서 영업을 이어온 만큼, 브랜드 충성도와 딜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볼보의 ‘전략 전환’ 결과가 유럽 완성차업체 전반의 대미(對美) 전략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